<디커플링> 탈레스 S. 테이셰이라 지음, 김인수 옮김, 인플루엔셜 펴냄.

디커플링(decoupling)은 주로 ‘탈(脫)동조화’의 뜻으로 쓰인다. 한 국가의 경제나 환율, 주가 등이 주변국들과 동조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디커플링은 다른 의미다. ‘분리’에 가깝다. 

철도차량을 예로 들어보자. 열차는 동력차(기관차) 뒤에 여러 차량들을 붙여 운행한다. 성수기에는 승객을 더 많이 태우기 위해 동력차에 차량 몇 대를 더 연결하고 비수기에는 떼어낸다. 이 때 늘리는 것을 커플링(coupling), 떼어내는 것을 디커플링이라고 한다.

우버, 에어비앤비, 집카, 넷플릭스, 아마존, 트위치, 트립어드바이저 등 수많은 신생 기업들이 기존 기업을 혼란으로 몰아넣고 시장을 장악해가는 '시장 파괴(market disruption)'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에 기존 기업들은 신생 업체의 ‘신기술’에 주목해 ‘디지털 혁신’을 부르짖으며 조직과 기술 혁신을 꾀한다.

하지만 글로벌 신생기업들을 분석한 저자는 "시장 파괴의 주범은 소비자"라고 단언한다. ‘시장 파괴’ 현상을 야기한 신생기업들은 공통적으로 고객의 소비활동 과정에 존재하는 연결고리(제품 탐색, 평가, 구매, 사용) 가운데 약한 고리를 떼어내어(디커플링) 강력한 사업모델로 키워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파괴의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술에만 의존하지 말고 고객 가치사슬(value chain) 파악에서 시작하는 고객중심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디커플링 사례=아마존은 TV를 구입하려는 고객의 ‘검색→구입→사용’ 활동에서 ‘구입’ 단계만 분리했다. 고객들은 일반 매장에서 제품 실물을 확인하고 자세한 사항을 알아본 뒤, 구매는 아마존에서 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고객들이 비디오를 시청하기 위해 취하는 일련의 활동들을 분리했다. 고객의 집과 인터넷을 연결하는,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인프라 제공은 통신사에 맡겨두고 ‘영상 시청하기’ 단계만 공략했다. 우버는 ‘검색→구입→유지→사용→폐기’ 활동에서 차를 고르고 구입하고 유지하고 폐기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사용’ 단계만을 서비스한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는 고객에게 그저 ‘게임 플레이 구경하기’ 단계에 집중한다.

◇대표적 디커플러 알리바바=알리바바는 20년 지속성장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일반적인 기업 라이프사이클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패턴이다. 알리바바는 사업 초기 B2B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로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B2B 분야 성장에 주력하지 않았다. 예전의 흔한 방식, 월마트가 하던 성공 공식을 버렸다.

알리바바는 잘 되는 사업을 발전시키는 대신에 고객 가치사슬 확장에 눈을 돌렸다. 고객의 소비 단계 하나하나를 점령하는 전술을 썼다. 제품을 비교·검색해 결제하고 수령하는 모든 단계를 ‘한 번의 로그인, 하나의 사이트’로 해결할 수 있게 만들었다. 철저한 고객 맞춤형 혁신이었다.

◇식재료 배달서비스=2015년 사상 처음 미국 레스토랑 매출이 식료품점의 매출을 넘어 섰다. 부모로부터 보고 배운 적이 없어 많은 이들이 식사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모른다. 식사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다. 이런 여건에 맞춰 수백 개의 식재료 배달서비스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배달 서비스는 이제 요리 과정 가운데 조리법 찾기와 재료 쇼핑하기 단계를 분리하기 시작했다. 소비자 주문에 따라 정확하게 계량하여 손질까지 마친 요리 재료들과 상세한 조리법을 박스에 담아 보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