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아마존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Amazon Devices & Services Event를 열어 다양한 디바이스 경쟁력을 공개했다. 24일 아마존 케어를 공개한 상황에서 저렴한 디바이스 중심의 생활밀착형 전략을 가다듬는 한편 소위 ‘인공지능 알렉사의 운영체제 가동’을 위한 밑그림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 에코 버즈(Amazon Echo Buds)가 보인다. 출처=갈무리

무엇이 등장했나

아마존의 스마트 안경, 에코 프레임스(Echo Frames)가 눈길을 끈다. 구글 글래스와 같은 스마트 안경이지만 시각보다는 청각에 집중한 모양새다. 디자인은 일반 안경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안경 프레임에 마이크 2개, 스피커 4개를 장착했다. 음성 명령으로 알렉사를 부를 수 있으며 오픈 이어 오디오 테크놀러지(open-ear audio technology)를 바탕으로 에코 프레임스의 알렉사 음성이 타인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했다. 카메라 기능은 없다. 정식 가격은 249.99달러다.

에코 버즈(Amazon Echo Buds)라는 무선 이어폰도 등장했다. 보스(Bose)의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지원하며 역시 알렉사와 호환이 된다. 알렉사 앱에서 음성 명령으로 마이크를 끌 수 있는 기능도 지원된다. 가격은 129.99달러다.

스마트 반지 에코 루프 (Echo Loop)로 눈길을 끈다. 알렉사와 블루투스 기능이 연동되며 마이크 기능이 지원되며 햅틱 사용자 경험도 가능하다. 정식 가격은 179.99달러다.

인공지능 스피커 라인업도 강해졌다. 돌비 애트모스 기능이 들어간 프리미엄 스피커인 에코 스튜디오, 에코쇼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에코쇼8, 소형 스피커인 에코닷, 어린이들을 위한 에코 글로도 공개했다.

▲ 스마트 반지 에코 루프 (Echo Loop)가 보인다. 출처=갈무리

저렴한 생활밀착형 플랫폼

중국의 샤오미는 스마트폰 제조사로 잘 알려져 있으나 다양한 스마트 기기 및 액세서리 제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른바 ‘만물상’ 전략이다.

샤오미가 만물상 전략을 추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하드웨어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하드웨어에 자사의 소프트웨어인 미유아이를 탑재하며 초연결 사물인터넷 시대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돈’이 되지 않는 저가의 스마트폰을 가성비에 맞춰 판매하면서 판매고를 올리고, 이를 통해 저가의 스마트폰 및 하드웨어 플랫폼에 미유아이 저변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아마존의 전략도 동일하다. 아마존은 이번 행사를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하드웨어 플랫폼을 대거 판매했다. 고객의 판매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는 전략이다. 여기서 아마존은 낮은 가격의 하드웨어 플랫폼, 즉 기기에 자사의 인공지능인 알렉사를 적극 도입하며 일종의 ‘알렉사 대중화’를 노리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존은 하드웨어 제조 영역에서 두각을 보이는 기업은 아니다. 야심차게 파이어폰을 출시했으나 성공적인 판매고를 올렸다고 보기에는 어렵고, 그 외 하드웨어 단말기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구글과 애플이 장악한 모바일 생태계 아성에 도전하며 단독 운영체제 로드맵에도 시동을 걸었으나 제대로 된 한 방은 없었다.

어려움이 이어졌으나 아마존은 하드웨어 제품군 출시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존은 결국 저가의 하드웨어 플랫폼에 자사의 알렉사 생태계를 연결, 이를 통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융합 전략을 강하게 추진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아마존의 이러한 전략은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아마존은 지난해 행사에서 12개의 하드웨어 플랫폼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등장한 하드웨어 플랫폼 제품 중 음향을 키운 에코 닷과 온도 센서 기능을 탑재한 에코 플러스, 2세대 에코 쇼는 꼼꼼한 스마트홈 전략의 연장선이다. 에코를 거실에 두고 나머지 파생 라인업을 각 방에 설치하는 장면을 연상하면 편하다. 국내 통신사인 SK텔레콤이 누구미니, 누구캔들을 출시한 것과 KT가 기가지니 버디를 출시한 이유와 동일하다. 구글이 구글홈과 구글홈 미니를 출시하며 각 기기의 연동성을 강화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장면과도 같은 전략이다. 스마트홈 전략을 고도화시키려는 파생 플랫폼 전략이다.

10인치 디스플레이에 베젤리스 기능을 살린 에코쇼는 음성 인터페이스에 시각 디스플레이를 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가 시각 디스플레이 기능을 존재한다는 것 만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능은 무궁무진하다. 에코 오토도 공개됐다. 아마존이 스마트홈을 넘어 모빌리티 전반에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블루투스 기반이며 8개의 카메라가 탑재됐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도 알렉사 에브리웨어 전략에 편입시킨다는 의지가 보인다.

230달러의 파이어 TV 리케스트도 공개됐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의 시너지가 예상되며 다양한 운영체제 스트리밍이 지원된다는 설명이다. 아마존 프라임의 멤버십 생태계 강화 초석이자, 아마존이 꾸준히 관심을 보이는 스트리밍 전략을 의미한다. 여기에 새로운 보안 카메라, 외견으로 보면 아날로그 시계지만 음성으로 타이머를 조정할 수 있는 에코 월 클락도 눈길을 끌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전자레인지다. 제품에 마이크나 스피커가 없고 에코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알렉사가 스마트홈의 핵심 중 하나인 거실로 파고드는 사례며, 음성 인터페이스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 외에도 많은 하드웨어 플랫폼이 등장했다.

결국 아마존이 저렴한 하드웨어 플랫폼 및 제품을 판매하는 한편, 알렉사와의 연동을 강화하는 것은 샤오미가 미유아이 확장을 원하는 것처럼 인공지능 알렉사의 저변확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기에 개인정보보안에 대한 기능을 대폭 강화하며 로드맵의 비전을 진화시킨 것도 고무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지난해 공개된 에코쇼 업그레이드 버전. 출처=갈무리

인공지능 알렉사, 생활밀착의 운영체제로

저렴한 하드웨어 플랫폼 및 제품 비용과 알렉사와의 연동은 곧 생활밀착형 생태계 조성의 마중물이 된다. 이는 알렉사가 단순한 인공지능이 아닌, 운영체제의 특징을 바탕으로 그 자체가 강력한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아마존은 알렉사라는 인공지능을 운영체제로 삼아 초연결 시대를 온라인,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정복할 야심이다. 사람들이 알렉사 기반의 하드웨어 제품을 사용할수록 알렉사가 모으는 데이터를 방대해지고, 이는 다시 알렉사 생태계의 경쟁력이 되는 선순환 구조다. 여기에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 이동으로 기술의 즉각성을 살리면 생활밀착형 생태계는 단숨에 완성될 수 있다. 아마존 프라임의 강력한 멤버십 경쟁력과 만나면 강력한 시너지가 발생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아마존 은행의 가능성까지 나온다. 모든 것이 알렉사 에브리웨어로 설명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는 가두리 양식장, ‘락인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