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국내 백화점 ‘빅3’가 가성비를 강점으로 앞세우는 패션·잡화 유통 업태 ‘아울렛(outlet)’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온라인쇼핑이 더욱 활성화할수록 오프라인 유통업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아울렛은 고유 강점을 토대로 시장 입지를 공고히 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롯데쇼핑)와 현대백화점, 신세계(신세계 사이먼)은 9월 26일 현재 기준 전국에 아울렛 매장을 각각 21곳, 6곳, 4곳 운영하고 있다. 패션·잡화 상품을 아울렛과 마찬가지로 취급하는 백화점을 32곳, 16곳, 12곳씩 설립한 점에 비하면 적은 규모지만 저변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아울렛은 오프라인 유통업태임에도 최근 꾸준히 높은 실적을 내고 있는 사업이다. 3사에 아울렛 사업 실적을 문의한 결과 현대만 아울렛 사업의 매출액을 공개했다. 롯데는 전년대비 매출액 신장율을 공개했고 신세계는 실적 관련 정보를 밝히지 않았다.

현대와 롯데에 따르면 아울렛 사업 실적은 최근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냈다. 현대 아울렛 사업의 연간 매출액은 1호점(가산점)을 설립한 2014년 5~12월 8개월 만에 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4년 뒤인 지난해엔 4.7배 증가한 1조 400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현대 백화점·아울렛 사업 매출의 15% 정도 비중을 차지했다.

2016~2018년 3년 간 롯데 아울렛 사업 매출액의 전년대비 신장률은 각각 10.8%, 8.9%, 9.6%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아울렛을 포함한 백화점 사업부 매출액의 증감률이 1.8%, -5.8%, 0.9%로 등락폭을 보인 점과 대조되는 추이다.

아울렛 사업에서 호실적이 나타나는 요인으로 현재 업황에 대응 가능한 입지 및 운영 상 특성을 갖춘 점이 지목된다. 아울렛은 주로 교외 지역에 설립돼 백화점의 재고 물량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차별적 강점으로 갖췄다. 최근에는 도심에 위치하며 입점한 명품 브랜드들이 최고 80% 할인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는 등 발전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과 쇼핑 편의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여러 브랜드를 한 곳에서 접하고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아울렛에 모여들고 있다. 백화점 방문객을 흡수할 정도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 모니터가 2016년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아울렛을 과거보다 더 많이 방문한 고객들은 같은 기간 덜 이용하게 된 유통업태로 백화점을 꼽았다.

백화점 3사는 최근 오프라인 사업 분야 가운데 독보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아울렛을 적극 육성하며 입지 다지기에 나섰다. 점포 수를 늘리거나 가격을 더욱 인하하고 각종 콘텐츠를 도입해 고객 방문을 유인하고 있다.

▲ 롯데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출처= 롯데쇼핑

롯데는 아울렛을 찾은 고객들이 쇼핑 외에도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작년 12월 문을 연 프리미엄 아울렛 기흥점에 롯데의 고객 유인책들이 망라돼있다.

동탄 신도시 인근 산지에 영업면적 5만㎡,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로 조성된 기흥점에는 맨 아래 층에서 최고층까지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도록 동선이 설계됐다. 상품 구매력을 갖춘 30~40대 고객들이 거주하는 지역인 점을 감안해 가족들이 다함께 쉬거나 즐길 수 있는 휴식공간이 마련됐다. 피노키오 광장, 분수쇼, 인조잔디 라운지, 숲 모험 놀이터, 실내 서핑 등이 주요 콘텐츠다.

▲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 내 오프웍스 매장. 출처= 현대백화점

현대는 아울렛의 최대 강점인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장 안에 별도 매장을 구축(숍인숍)하는 전략을 펼쳤다. 오는 27일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 지하 1층에 개점하는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off price store) ‘오프웍스’ 1호점이 대표 사례다.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는 유명 브랜드의 상품을 유통업체가 직접 매입해 할인율을 더욱 높이는 방식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이다.

아울렛은 통상 개별 브랜드 업체가 매장 내 일정 공간을 임대한 뒤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아울렛 운영 측은 입점 업체로부터 임대료를 받거나 수익에 비례한 로열티를 거둬들이지만 브랜드별 마케팅 전략에 관여할 수 없다. 오프웍스의 할인 정책을 관할하는 현대는 상품의 할인율을 기존 아울렛에서 일반적인 수준인 30~50%보다 더욱 높인 40~70%대로 책정할 방침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은 오는 2021년까지 아울렛을 3곳 추가로 오픈하고 같은 기간 매출액도 2조 5000억원을 넘길 계획”이라며 “점포 수 확대, 가격 인하 등 두 가지 전략으로 아울렛 사업 경쟁력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 신세계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출처= 신세계 사이먼

신세계는 대표 아울렛 매장인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에 수준 높인 테마나 콘텐츠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올해 9월 초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을 두 번째 확장시키고 업체 280여개를 입점시켜 신세계 아울렛 4곳 가운데 가장 많은 브랜드를 제시한다. 25일 여주 아울렛에 맛집 푸드코트 ‘테이스트 빌리지’를 도입해 요식업(F&B) 역량을 증강시켰다. 26일 시흥 아울렛에는 다양한 연령대가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스포츠관을 신규 오픈해 가족 고객을 겨냥했다.

지역 상생에도 공들이고 있다. 외지 방문객을 끌어들일 뿐 아니라 지역 사회와 교류함으로써 현지 ‘랜드마크’로 육성시키려는 방침이다. 2015년 여주 퍼블릭 마켓, 2017년 시흥 바라지 마켓 등 이벤트가 주요 사례다.

신세계 사이먼 관계자는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은 고객에게 차별화한 쇼핑경험과 쇼핑을 뛰어넘는 즐거움을 모두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고객들의 소비 성향에 보조할 수 있는 3사 아울렛이 한동안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 기세를 장기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선 가격 경쟁력과 상품 라인업을 더욱 향상시킴으로써 고객이 기대하는 수준의 만족감을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동원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3사 아울렛은 그간 성장을 거듭하며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협업을 주도할 수 있을 만큼 바잉 파워(buying power)를 갖췄다”며 “상품성은 높고 가격은 합리화한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고객이 아울렛을 찾아온 보람을 느끼도록 해줘야만 사업을 길게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