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퍼런스보드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 미국 직장인의 54%가 현재의 직장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출처= SEBASTIEN THIBAUL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직장 만족도를 조사한 기업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Conference Board)의 새 보고서에 따르면, 35세 미만의 직장인들이 55세 이상의 직장인들보다 회사 급여에 대해 더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전반적으로, 현재 급여에 만족하는 직장인의 비율은 2017년 43%에서 2018년 46.4%로 증가했다. 이는 2018년 임금 상승이 가속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연방정부의 데이터를 반영하는 것이다. 만족도가 가장 크게 높아진 세대는 밀레니얼과 Z세대로, 이들의 급여 만족도는 2017년 36%에서 불과 1년 후 거의 46%로 급상승했다.

임금 인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긴 했지만, 아직 어떤 연령 대에서도 과반 이상이 급여에 만족한다고 대답한 연령대는 없었다. 그러나 1987년부터 직장 만족도를 조사해온 컨퍼런스보드는 "2018년에 미국 직장인의 54%가 직장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실업률이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고 고용주들은 현재의 직원들을 붙잡아 두는 것을 걱정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인들은 현 직장에서 훨씬 더 안정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안정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전년 53.8%에서 2018년 59.2%로 급증했다.

컨퍼런스보드의 북미지역 이코노미스트 개드 레바논은 "이 같은 개선은 노동시장 상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컨퍼런스보드는 약 2000명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회사의 승진 정책에서부터 동료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등 23개의 주제에 대해 설문 조사를 수행했다.

젊은 직장인들이 급여에 대해 더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이유는, 그들은 (만족하지 않으면) 초기부터 직장을 바꾸는 경향이 있고, (구인난을 겪고 있는) 고용주들도 그들이 떠나지 않도록 급여 인상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노동 시장이 경직되면서 구인난을 겪는 고용주들은 더 높은 급여로 그들을 잡으려고 노력하면서 젊은 직장인들이 그 혜택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통계국의 자료에 따르면, 주당(weekly) 중위소득은 2018년 4분기에 2017년 4분기보다 5% 증가했지만, 25세에서 34세 사이의 근로자들의 경우는 주당 중위소득이 7.6% 증가했다.

▲ 출처= Conference Board
 

 

 

 

 

 

 

 

 

 

 

밀레니얼은 1981년에서 1996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다. Z세대는 1997년 이후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이들 중 일부 젊은이들은 고용주들이 탐낼 만한 신선한 기술을 가지고 사회에 등장한다.

아이라 블로섬은 2013년 빌라노바 대학을 졸업했다. 학교에서 심리학, 컴퓨터 과학, 인지 과학 등을 공부하고, 여러 차례 인턴십도 마쳤다. 졸업 후 처음에는 시골 마을의 정부 하도급업체에서 사용자 경험 디자인(user experience design) 업무를 담당했지만 급여 수준도 괜찮았고 추후 급여 협상에서도 강력한 입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블로섬은 2015년 초에 뉴욕시로 가서 구글에 입사하며 11만 달러의 기본급을 받았다. 이후 대형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두 차례의 승진했고 월급도 50% 이상 많아졌다. 현재 그의 연 수입은 보너스와 주식 보상을 합쳐 25만 달러가 넘는다.

현재 구글 클라우드(Google Cloud)에서 리서치 매니저를 맡고 있는 블로섬은 이 모든 것이 크게 만족하고 있다.

급여 외에 미국 직장인들이 만족하고 있다고 보고하는 부문은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 업무에 대한 관심, 그리고 직장 환경이다.

이번 조사는 또 남성과 여성이 자신의 작업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직업 만족도가 조금 높았다. 남성들은 임금, 상여금, 승진 계획, 퇴직 수당 등에 만족한다는 대답이 높았고, 여성들은 출퇴근 거리, 성과측정절차, 물리적 환경에서 남성들보다 만족도가 높았다.

하지만 고용주들이 주목해야 할 결과가 있다. 직장인들은 자신들의 만족도에 가장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몇몇 요인에 대해서는 만족하지 않는다고 보고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관리자로부터의 의사소통, 성장 가능성, 업무에 대한 인식 등이 포함되었다.

이 조사는 또 노동 시장이 이른 바 잘나가는 업종과 사라지고 있는 업종 사이의 양분된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기술이나 사는 지역에 따라 일자리가 넘쳐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들은 만족도가 64%에 달했고 일자리 기회가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만족도가 35%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8년 조사 결과는 직장인들과 고용주들에게 대체로 좋은 소식임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맥락에서 그리 장밋빛처럼 보이지 않는다. 컨퍼런스보드의 조사 첫해인 1987년에는 직업 만족도가 61%를 상회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인의 직장생활의 질은 점점 떨어졌다. 직원과 고용주들간의 충성심에 대한 갈등, 노조를 통한 노동자들의 협상력 감소, 그리고 아웃소싱의 증가 등이 그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레바논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미국 직장인의 만족도는 지난 8년 동안 지속적으로 개선돼 왔지만 30년 전과 비교하면 아직 멀었습니다. 어쩌면 다시 그 수준까지 오르는 것은 불가능할 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