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금융업계의 채용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금융권 전반에 대한 신규채용 확대 독려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은행을 비롯해 보험, 증권, 저축은행에 하반기 신입채용이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ICT 등 디지털 분야 외 분야에서는 채용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을 비롯해 보험과 증권사는 디지털화로 전환하는 추세에 맞춰 IT분야를 전공한 취업준비생을 선호하고 있으며, 창구 인원 축소 등으로 영업부서 직원은 지난해보다 채용규모가 감소한 모습이다. 은행 업권에서 마지막으로 채용 계획을 발표한 NH농협은행은 채용인원 190명중 100명을 ICT인재(디지털분야 70명, IT분야 30명)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농협은행의 등 주요 은행의 하반기 총 모집규모는 2125명으로 확인됐다.

◇ 시중은행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 지방은행은 절반...보험 증권사도 큰폭 줄어 

보험과 증권사도 지점 축소 등으로 올 하반기 채용규모가 예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하반기 채용 합산규모는 200명 수준이며, 대형 손해보험사도 하반기 약 30~40명 사이로 신규 채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손해보험사 중 메리츠화재는 하반기에 경력직만 채용했다. 증권사의 경우 올 하반기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사는 경력직을 포함해 각각 200명수준으로 모집한다. 증권사의 경우 신규채용보다 경력직 모집이 더 많아 대형사도 많아야 두자리수 신규채용이 진행된다.

은행의 경우 최근 디지털화로 지점이 축소돼 행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올해 하반기 채용규모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으로 모집했다. 반면 지방은행은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신규 채용이 감소했다. 하반기 지방은행 채용규모는 260명으로 지난해 하반기 401명보다 한참 못 미쳤다.

이처럼 신규일자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매년 금융당국이 ‘일자리창출기업’을 선정하는 등 전 금융권 전반에 채용 확대를 유도하고 있어 기업 측에서도 신규 채용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은 창구업무 감소와 전통적인 금융서비스가 줄어들고 있고, 보험은 사업비 절감 등의 이유로 지점을 축소하고 있어 신규 직원을 충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도 퇴임 직전까지 금융권에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하라고 요구하는 등 부담이 상당하다”면서 “신규채용으로 희망퇴직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현재 금융권의 신규 채용은 금융당국의 눈치로 마른수건을 쥐어짜듯 인원을 보강하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매년 금융당국은 하반기에 금융권 전반에 일자리창출기업을 선정하는 등 채용 성적표를 공개하기 때문에 신규모집에 신경 쓸 수밖에 없지만 장기적으로 어렵다는 후문이다.

◇ 금융권의 무리한 채용확대 부작용 우려…당국 대안은?

이처럼 금융시장 취업문이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금융위원회의 일자리 정책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수요가 있는 곳은 회계사시장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신 외부감사법 시행으로 외부감사 업무량이 증가하고 있고, 감사, 세무대리 등에 한정됐던 회계 전문인력이 기업경영, 금융서비스 등으로 확대돼 더욱 수요가 증가하면서 장기적으로 회계사 시장을 늘리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자격제도로 취업을 하려면 평균 3년 이상의 준비 기간이 걸리지만 외부감사 대상이 증가하는 것을 고려해 학계와 금융당국은 회계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는 향후 5년간 외부감사대상 회사가 약 4.41%~4.8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 출처=금융위

올해 금융위는 감사업무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 의견에 따라 올해 공인회계사 최소선발 인원을 전년 대비 150명 늘린 1000명으로 의결했고 동점자 기준에 따라 1009명의 합격자가 배출됐다.

반면 한국공인회계사(KICPA)측은 회계사 증원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신규 증원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금융위와 계속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영철 한국공인회계사회 팀장은 “최근 금융위에서 회계사 선발인원관련 용역을 했고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 회계감독팀은 현재 해당 용역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사 1차 시험이 시작(2020년 2월)되기 앞서 2~3개월 전에 발표할 것으로 예측된다. 

회계법인 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과 연계해 감사시즌에는 투입인력이 대폭 늘었지만 현직 회계사들이 증원에 반대하는 입장이 많다”고 밝혔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매년 산출되는 회계사규모가 여전히 적어 새롭게 합격한 회계사 대부분은 대형법인으로 쏠리고 있다”면서 “중소형 회계법인들은 신규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