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사유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기다려 주시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폭스바겐코리아 차량 영업 관계자-

폭스바겐코리아의 플래그십 세단 아테온의 출고에 제동이 걸린지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 9월 17일 이후 차량 출고가 보류됐지만 정확히 어떤 문제인지, 언제 제품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안내도 없다.

이와 비슷한 일은 올 상반기에도 벌어졌다. 폭스바겐은 9295대에 달하는 차량에 대한 메카트로닉스 리콜을 정지했고, 이에 대해 ‘미션오일 2리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좀스러운' 사유를 댔다. 

문제는 두 사례 모두 본사의 해명이 아닌 딜러사들이 고객 안정을 위해 제시한 제각각의 분석이었을 뿐이라는 점이다. 아직도 고객은 위 사건들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그런데 지난 8월 29일 폭스바겐은 ‘폭바싸롱’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열고, 기자들에게 맥주를 샀다. “수입차 시장의 대중화를 위한 선두주자로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야심찬 목표도 이날 발표됐다.

지난 26일에도 르네 코네베아그 아우디폭스바겐 그룹 사장은 '새로운 시작' 전시회에 나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일관된 목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라는 소견을 밝히기도 했다.

자리에 참석했던 기자는 그들이 말하는 ‘대중화’의 방점이 ‘판매’에 있을 뿐인지, 안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건지 의문이 있었다. 이 글의 제목을  '미션오일 2리터와 맥주 4잔의 가치에 대하여'로 하고자 했던 이유다.

본사의 정식 의견이 나오지 않는 사이 모든 피해는 고객들이 보고 있다. 특히 차량 출고 일정을 앞두고 잔금을 치렀던 소비자들의 피해가 크다. 할부구매를 결정한 대기자들은 기약 없는 차량 출고 시점까지 차값에 대한 할부 이자를 지급해야 할 판이다.

딜러사와 현장영업직의 피해도 적지 않다. 아테온 단일 차종으로 두 계절을 판매했지만 이 마저도 여의치 않아졌다. 이직을 생각하는 현장 영업사원도 적지 않다. 본사는 이들의 이직을 막기 위해 ‘생계지원비’를 지급하면서도 티구안 2500여대를 온라인 마켓에서 판매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했다. 

딜러사들 역시 다소 힘겹다. BMW, 벤츠와 달리 본사에 신뢰도도 낮다. 본사에서 명확한 근거를 밝히지 않는 사이 애먼 딜러들만 고생하고 있고, 고객은 속만 탈 뿐이다.

이 시점에서 고객들이 원하는 정보는 매장 딜러에게 듣는 "난처하군요. 어떻게 해야 좋을지"라는 식의 반응은 절대 아닐 것이다. 

"그 사안은 이렇고, 이런 방법으로 처리하겠습니다"라고 잔뜩 힘주어 말한, 희망적인 결론을 기대할 수 있는 본사 책임자의 말을 원할 것이다. 듣는 쪽도, 말하는 사람도 깔끔하게 이해할 수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 정책상…”, “환경이슈 때문에…”, “인증지연으로 인해…”라는 식상한 둘러대기가 아닌 노력과 견해, 시점이 일치하는 뚜렷한 사유를 들려주기 바란다.

사실 이러한 대우에도 폭스바겐의 차량은 잘도 팔린다. 과하지 않고 평범한 디자인, 독일차 치곤 저렴한 가격과 준수한 성능 등 한국 소비자에게 어필할만한 부분이 적지 않은 탓이다.

다만 그들은 '안전'과 '신뢰' 그리고 '고객만족'을 언급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된다.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미국에서의 대응과 한국에서의 대응은 천지차이로 달랐고, 이후 진행된 리콜에 대해서는 정확한 이행율을 밝히지 않고 있다.

리콜중단과 판매중단 사유, 월 판매량 '0' 등에 대한 기사에는 누구도 '단독'을 붙이지 않는다. 이슈거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빈번한 한국시장 홀대에 기자들도 지친 탓이 아닐까?

한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수입·국산 브랜드를 합쳐 70%에 육박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수입차의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폭스바겐의 비전은 분명 소비자에게는 달가울 수 있다. 다만 지금과 같은 구조라면 그 비전의 실현은 다소 어렵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