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플러스닷에이아이(Plus.ai)와 제휴하고 있는 중국 제일자동차(FAW) 그룹 조립 라인 공장.   출처= SHUTTERSTOCK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기업들에게 중국 기업과의 기술 공유를 제한함에 따라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서로 협력하며 발전시켜온 자율주행차 개발 성장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기업이든 중국 기업이든, 자율주행 시스템이나 차세대 차량 기술을 개발하는 많은 회사들은 각각 미국과 중국에서 동등한 중요성을 가진 연구 개발을 기반으로 미-중 공동 노력(Sino-U.S. hybrids)으로서 기능해 왔다. 상호 최고의 기술자들을 공유해 왔고, 양국 모두에서 자금을 조달해 왔으며, 동시에 양쪽 모두에서 고객을 찾고 있다.

이러한 분산적 접근법이 그동안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강점으로 여겨져 왔지만, 미국이 자율주행의 기반이 되는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다양한 새로운 중요한 기술이 중국에 오픈되는 것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면서 이제 그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중국의 트럭 제조업체인 제일자동차(FAW) 그룹과 기술제휴 협약을 맺은 미국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플러스닷에이아이(Plus.ai)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류는 "만일 미국이 개발한 AI 기술을 중국으로 수출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우리 회사는 반으로 쪼개질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회사와, 중국 베이징과 쑤저우(蘇州)에 있는 회사가 지금처럼 원활하게 협력하며 일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지금은 미국 시민권자로서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류 CEO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많은 기술 기업들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국 기술 통제는 많은 기술 회사들에 덮친 구름과 같습니다. 그러나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플러스닷에이아이는 양국에서 개발과 판매를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통신업체 거인 화웨이(Huawei Technologies Co.)에 대한 기술 수출은 이미 철저하게 감시되고 있지만, 2018년 수출규제개혁법(Export Control Reform Act.)에 의해 의무화된 새 통제는 거의 전 기술분야로 훨씬 더 광범하게 확대될 것이다. 이 법에 따라 미 상무부는 지난해 말, AI, 생명공학, 마이크로프로세서 등 새로운 통제 대상 기술 목록을 발표했다. 법 시행은 내년부터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어쨌든 인공지능은 최우선 대상일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컨설팅회사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Gavekal Dragonomics)의 댄 왕 기술 애널리스트는 "자율주행 기술이 이러한 통제 조치에 휘말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오랫동안 국가안보라는 광범위한 관점으로 이 문제를 다루어 왔습니다.”

기술 통제로 인한 대가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nformation Technology and Innovation Foundation)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기술 수출이 중단될 경우 미국 기업들은 5년간 최대 560억 달러(67조원)의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샌디에이고의 자동차 컨설팅 회사 조조고(ZoZo Go)의 마이클 던 CEO는 미국은 계속해서 기술 통제를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유용한 협상 카드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중국 기술회사들은 오랫동안 미국에서 자유롭게 사업을 운영해 왔지만, 그들의 상대인 미국 기술회사들은 중국 내에서 동일한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시장 접근에 심각한 제약을 받아왔다.

"미국의 기술 회사들은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호혜적 개방으로 갈 것인가, 호혜적 보호로 갈 것인가?"

그러나 캘리포니아의 중국 자율주행기술 개발회사(명목상으로는 미국회사) 한 고위 임원은, 자율주행 기술 부문에서 지금까지 중국이 해 온 역할을 감안하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같은 기술의 수출을 금지하는 것이 중국으로부터 미국의 기술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지적한다.

▲ 중국자동차 회사들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이 캘리포니아의 자원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캘리포니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자율주행 기술의 중심지가 되었다.    출처= TechCrunch

중국 자동차 기술 회사들에게 캘리포니아는 이미 투자하기 좋은 환경의 일부가 되었다. 중국 검색 기업 바이두와 최소 5개의 중국 스타트업이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에 회사를 세우고 자율주행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있고, 미국에서 차를 만들거나 팔지도 않는 중국 국영 자동차회사 14곳이 캘리포니아 도로에서 자율주행차를 시험할 수 있는 면허를 갖고 있다.

조조고의 마이클 던 CEO는 이러한 미중 기업간 협력은 캘리포니아에도 불리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캘리포니아의 자원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캘리포니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자율주행 기술의 중심지로 변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기술 통제는 이런 흐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분명 그곳에서 자동차 기술을 개발하려는 미중 기업들의 노력에 지장을 줄 것입니다."

플러스닷에이아이가 중국 제일자동차(FAW)와 기술 제휴 계약을 한 것은, 미국회사로서 중국의 많은 다른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중국 최대의 트럭 제조회사를 고객으로 유치한 개가였다. 그러나 동시에 국가 안보에 적신호를 가져올 수 있는 거래이기도 하다. FAW는 중국 최대 국영기업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 곳이 아니라 중국 군대의 트럭도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이달 상하이에서 체결된 협약에 따라 FAW와 플러스닷에이아이는 내년부터 FAW 트럭에 자율주행 기본기능 구축을 시작하는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3년 뒤에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새로운 기술 통제가 이러한 계획에 차질을 가져올 지 여부와 그럴 경우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 지에 대해서는 분명치 않다고 류 CEO는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새로운 수출 통제법에 대한 광범위한 해석은, 비단 중국 정부와 관계가 있는 FAW 같은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중국 기업에 대한 AI 관련 기술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류 CEO는, 그것이 진정으로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개발 회사들의 협력 관계를 이처럼 갈라 놓는 것은 자율주행 같은 복잡한 기술의 개발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업이 전지구적으로 터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기술이 더 잘, 더 빨리 일어나게 하는 방법입니다. 기술은 자유로운 생각의 흐름, 협업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지요. 이를 단절시킨다면 양쪽이 모두 상처를 입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