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는 TV 프로그램에서도 이민이나 이민자 스토리를 주로 다루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면 이민이 거의 드문 한국에서는 이민자를 등장인물로 설정한 TV 프로그램이 최근에서야 간혹 보이는 정도다.

이민자들이 등장하는 미국 TV 프로그램에서 단골처럼 언급되는 주제는 역시 불법체류 문제다.

경찰이 단순히 질문을 하기 위해 접근하자 불법체류라는 약점을 지니고 있는 이민자가 마구 도망을 간다거나 혹은 불법체류의 약점을 이용한 고용주에게 학대를 받는 등의 내용이다.

최근에는 시민권을 받기 위해 이민자들이 모여서 공부를 하는 내용의 TV쇼도 등장했는데 모두 외국인이 미국으로 이민와서 미국인과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누리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특히 인도와 중국에서 온 이민자들은 다른 출신국가의 이민자들보다 미국에서 이민자로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법률적 지위를 얻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는 편인데, 이는 인도와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연간 14만 건의 취업기반 영주권이 발급되는데, 각 국가별로 동일하게 7%의 영주권을 분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정부하에서 취업기반 영주권을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거절 비율도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대체로 1년에서 2년사이에 취득이 가능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영주권의 신청 숫자가 많은 인도나 멕시코, 중국 출신의 이민자들은 이 기간이 한없이 늘어나 있다.

이민자 숫자가 워낙 많은 인도가 대기시간이 가장 긴데 현재 평균적으로 인도출신 이민자가 고용주의 지원을 통해 영주권을 취득할때까지 기다려야하는 시간은 약 8년 6개월로 나타난다.

국가별 쿼터제도로 인해서 영주권을 받는데 제한이 있는 경우는 신청자가 많은 국가들이 이에 해당되는데 인도외에도 멕시코, 필리핀, 중국 등의 총 4개 나라가 이에 적용되며 멕시코 출신 이민자도 약 8년, 필리핀과 중국도 각 6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국가별 쿼터제도는 지난 1991년에 도입됐는데 당시에는 31%의 신청자들이 1년 내에 영주권을 받은 반면 현재는 28%의 사람들이 10년 이상을 기다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에 영주권을 신청한 사람도 아직까지 계속 기다리는 중인데 이 숫자가 약 500만명에 달한다.

부모를 따라 신생아 시절 미국에 왔다가 부모의 영주권이 늦어지면서 자녀가 성인이 되면 더이상 부모의 비자나 영주권에 의존할 수 없어 미국에서 보낸 시간이 훨씬 많더라도 유학생으로 학생비자를 받지 않으면 미국에서 지낼 수 없게 되는 황당한 경우도 종종 발생하곤 한다.

이 때문에 최근 미국 의회에서는 국가별 쿼터제를 없애고 과거에 영주권을 신청한 사람부터 영주권을 지급하자는 ‘고급인력 이민자를 위한 공정법’이라는 법안이 상정되어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10여년 가까이 기다려왔던 인도와 중국 출신 이민자들이 혜택을 받게 되는데 문제는 모든 국가 출신의 이민자들이 영주권을 받는데 7~8년이 걸리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나 이 법안이 인도인들을 대거 고용하고 있는 IT기업들의 강력한 로비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출신국가 때문에 이민자들이 차별을 받지 말아야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IT기업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인도 이민자들의 혜택을 앞세워 모든 이민자들이 10여년 가깝게 영주권을 기다려야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비난이다.

특히나 이미 다른 국가에서 소진하고 있지 않은 영주권 쿼터를 인도 이민자들이 받고 있어서 실상은 매년 20% 이상의 영주권이 인도인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영주권의 90% 가까이가 인도인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반대를 표시하는 것이다.

영주권의 숫자를 늘리는 대신에 어느 국가 출신이 영주권을 더 가지고 가느냐의 문제로 변질시켜서 영주권을 기다리는 이민자들끼리 이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하는 상황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일부 국가 출신 이민자들만 오래 기다리도록 하느냐 아니면 모든 이민자들이 하염없이 기다리도록 하느냐의 문제를 쥐고 있는 이 법안은 현재 상원에서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