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벨서스'는 노보노디스크가 지난해 주 1회 주사 제형으로 출시한 오젬픽과 동일한 성분을 경구용으로 전환한 제품이다. 출처=노보노디스크

[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비인슐린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제2형 당뇨병을 치료하는 GLP-1 계열 신약이 경구용으로 처음 등장해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20일(현지시각) 노보노디스크의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리벨서스(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시판허가를 승인했다. 그동안 GLP-1 작용제는 모두 주사 형태로 출시됐다. 하지만 복용 편의성을 높인 경구용 신약 '리벨서스'의 등장으로 GLP-1 작용제 시장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미 빅토자(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와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등으로 GLP-1 계열 당뇨병 치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향후 리벨서스 매출까지 더해진다면 시장 점유율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반면 한미약품을 비롯한 후발주자들은 제품 출시 전부터 강력한 경쟁자를 상대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GLP-1 계열 당뇨신약 '대세'

GLP-1 수용체 작용제는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로 불리는 GLP-1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약물이다. GLP-1 유사체로 부르기도 한다. 흔히 당뇨병은 신체 내에서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분비에 장애가 생겨 혈당이 높아지는 질환이다. 글루카곤을 억제하고 위장관 운동을 촉진하는 GLP-1 유사체가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이면서 치료제 개발에 탄력을 받고 있다.

GLP-1 작용제는 주로 식후 혈당강하와 체중 감소에 효과가 있으며, 저혈당 발생 가능성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수축기혈압 감소 효과를 입증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2형 당뇨 환자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비인슐린 당뇨병 치료제 시장 규모. 출처=TechNavio

뛰어난 치료 효과를 바탕으로 GLP-1 작용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비인슐린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던 디펩티딜 펩티다아제(DPP)-4 억제제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지난 1월 공개한 '당뇨병 치료제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GLP-1 작용제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58억 7000만 달러로 DPP4 억제제(103억 6000만 달러)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2022년 13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해 DPP4 억제제(117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GLP-1 작용제 시장은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1, 2위를 다투고 있다. 빅토자와 오젬픽을 판매 중인 노보노디스크가 품종 다양화를 앞세워 GLP-1 계열 치료제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일라이릴리는 단일품목 1위인 '트룰리시티(성분명 둘라글루타이드)'로 노보노디스크와 비슷한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올해 4분기 리벨서스 출시가 본격화되면 노보노디스크의 입지는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리벨서스, 빠른 시장 안착 기대

'리벨서스'는 노보노디스크가 지난해 주 1회 주사 제형으로 출시한 오젬픽과 동일한 성분을 경구용으로 전환한 제품이다. 7mg과 14mg 두 가지 용량의 일 1회 복용 의약품으로 FDA 승인을 획득했다.

리벨서스는 9543명이 참여한 10건의 대규모 임상 3상 프로그램 PIONEER를 근거로 시판 허가에 성공했다. 임상 3상 결과에 따르면 리벨서스는 SGLT-2 저해제 ‘엠파글리프로진’, DPP-4 억제제 ‘시타글립틴’ 등 제2형 당뇨병을 치료하는 또 다른 계열 치료제 대비 뛰어난 혈당 감소 효과를 보였다. 또 체중 감소 효과까지 보이며 비만 치료제로서 가능성도 타진했다. 특히 기존에 나타났던 메스꺼움, 복통, 식욕감퇴 등의 부작용이나 이상반응이 보고되지 않았다.

▲Pioneer 임상 프로그램 세부 내용. 출처=신한금융투자

전문가들은 리벨서스가 환자의 복용 편의성 향상과 더불어 이미 시판된 오젬픽과 동일한 성분이라는 점에서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것으로 예측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올해 4분기 미국을 시작으로 더 많은 국가에 리벨서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유럽과 일본에서도 허가 심사가 진행 중이다. 2020년 1분기 심혈관계 효과와 관련된 적응증 추가도 예정돼 있다.

이동건 연구원은 "세계 최초의 경구 제형인 리벨서스는 2024년 예상 매출액 33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고성장 중인 GLP-1 작용제 시장에서 경구 제형 확보를 통해 시장 점유율
1위 유지뿐만 아니라 추가 실적 성장이 가능하겠다"고 분석했다.

한미약품, 더 우월한 임상 결과 보여야

리벨서스의 등장으로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포함한 후발주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신약 개발에 한창인 시점에서 보다 획기적인 경쟁 신약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미 하루 1번 투여하는 피하주사제형의 '빅토자'가 판매 중이고, 투여 주기를 주 1회로 늘린 GLP-1 유사체 '트루리시티'와 '오젬픽'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경구용 GLP-1 계열 당뇨신약 리벨서스의 등장으로 후발주자들의 임상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미약품 관계자는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아직 임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자세한 사항은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3상 진행 현황. 출처=메리츠종금증권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이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GLP-1 계열의 당뇨치료제다. 한미약품 독자 기술인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투여주기를 주 1회에서 최장 월 1회까지 연장했다. 랩스커버리는 바이오의약품의 단점인 짧은 반감기를 최대 한 달까지 연장할 수 있는 혁신기술이다. 현재 한미약품은 사노피와 공동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글로벌 임상 3상 중 5개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오세종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트루리시티와 오젬픽과 더불어 새로운 허가된 리벨서스는 현재 임상 3상이 진행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경쟁상대"라며 "개발단계가 늦기 때문에 결국 시장성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효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 진행이 늦어지거나 이미 시판된 경쟁약물 대비 우월한 임상데이터가 증명되지 않는다면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가치는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