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항공업계가 셀프체크인과 셀프백드롭(수하물 위탁) 등 무인화 서비스를 앞 다퉈 확대하고 있다. 탑승수속 등에 소요되는 대기 시간을 줄이는 등 고객 편의를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항공업계가 서비스 체계 재편을 통해 ‘수익성 짜내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용률 빠르게 늘어나는 셀프 시스템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국적기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이달부터 국내선에 나란히 셀프체크인을 도입·운영하고 있다. 

셀프체크인은 온라인이나 모바일 등으로 사전에 체크인을 하거나, 공항에 설치된 키오스크(무인 발권기)를 통해 탑승권을 발급받는 서비스다. 위탁 수하물이 없는 경우 셀프체크인 후 바로 보안검색대로 이동할 수 있어 공항에서의 불필요한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원하는 자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 설치된 셀프체크인 키오스크.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 기자

인천공항공사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셀프체크인 서비스 이용건수는 831만회, 월평균 69만3000여회로 집계 됐다. 올해 8월까지 이용건수는 673만회로 월평균 84만1000여회에 달했다. 전년도와 올해 월평균 이용률로 비교할 경우 약 21.3%가 늘었다.

항공사별로 보면 인천공항 내 이용객이 가장 많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전체여객 중 각각 55.9%와 38%가 셀프체크인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LCC(저비용항공사)의 상황도 비슷하다. 제주항공의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셀프체크인 이용률은 76.6%(247만명)으로 지난해보다 43.5%포인트 늘었다. 

승객이 직접 수하물을 부치는 ‘셀프백드롭’ 서비스 이용건수도 늘고 있다. 인천공항 내 백드롭 서비스 이용건수는 전년도 160만건, 월평균 약 13만3000회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이용건수는 125만회, 월평균 약 15만5000회로 약 16.5% 늘었다.

셀프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면서 항공사들의 무인화 서비스 확대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실제 대한항공은 연내 승객이 직접 수하물을 등록하는 ‘셀프 태깅(Self Tagging)’ 서비스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항공사, ‘무인화 시스템 도입’ 속도 내는 까닭

항공업계가 발 빠르게 무인화 시스템 도입에 나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 번째는 고객 편의 향상 차원에서다. 

일반적으로 카운터를 이용해 수속 절차를 밟는 경우 대기인원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천차만별이다. 여권확인과 항공권 발급, 수화물 위탁 등의 서비스를 사람이 직접 제공하는 만큼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서다. 휴가철이나 명절 등 성수기처럼 사람이 많을 경우 출국 수속에 걸리는 시간은 당연히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대기시간이 예상치 않게 길어지면서 승객들이 비행기에 아슬아슬하게 타는 경우도 빈번했다.

그러나 모바일이나 웹, 키오스크 등을 이용하는 경우 탑승 수속에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터치 몇 번이면 좌석 선택부터 항공권 발권까지 일사천리로 가능하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위탁 수하물이 있는 승객이 사전에 온라인 체크인을 이용할 경우 항공기 탑승까지 20분이면 된다. 공항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할 경우에는 탑승까지 대략 25분이 걸린다. 위탁수하물이 없다면 보안검색에서 항공기 탑승까지 소요시간은 10분으로 줄어든다.

▲ 김포공항 국내선 카운터에서 승객들이 탑승 수속 절차를 밟고 있는 모습.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 기자

두 번째는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항공사들은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1015억원, 12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LCC들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제주항공은 지난 분기 사상 최대 분기적자를 기록했고, 이스타항공은 최근 ‘비상경영’을 선포하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렀다. 

항공업계를 덮친 시련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항공사들은 수익성 짜내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돈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화물 운송 서비스 등은 없애고, 기내식이나 사전좌석지정 등은 유료화로 바꾸는 식이다. 여기에 유상좌석 세분화, 패키지 유료 서비스 등 부가서비스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수익성 제고에 나서고 있는 항공사들에게 무인화는 반가운 키워드다. 기존의 고정비를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서다. 

현재 국내 공항 카운터의 탑승수속 및 수화물 운송 등 업무는 항공사 자체 운영보다 외주 운영 비율이 높다. 일례로 한진칼 그룹의 에어코리아는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여객운송 업무를 대부분 대행하고 있다. 이에 인건비 등 고정비용 지출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셀프시스템을 도입하는 경우 초기 설치비용 외 별도의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유지·보수비용이 들지만 인건비와 비교할 경우 미미한 수준이라는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울러 셀프체크인을 이용하지 않고 카운터를 이용하는 경우 별도의 수수료를 매기면 수익 창출도 가능해진다. 해외 유명 LCC인 에어아시아, 이지젯, 라이언에어 등은 셀프체크인을 이용치 않고 카운터에서 수속을 하는 고객에게 별도의 ‘탑승권 발급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구조조정이 거론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결과적으로는 인원 감축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며 “항공업황이 상황이 나빠질수록 고정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스템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