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대형할인점 3사가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위기론에 둘러싸인 상황에서도 나름의 생존 전략을 펼치며 입지를 확보하고 나섰다. 각종 규제 속에서 사실상 현재 역량만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가운데, 최근 내놓은 이색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9월 23일 발표한 ‘대규모점포 규제효과와 정책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대형마트 3사의 매출액이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꾸준히 역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대한상의가 인용한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주요유통업체 매출동향조사’에 따르면 연도별 매출 증가율이 2012년 –3.3%에서 지난해 –2.3%로 7년 내내 마이너스 추세를 보였다. 점포 수는 200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오다 작년 말 기준 421개로 전년 대비 2개 줄어들며 10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대한상의는 소비자들의 온라인 쇼핑 비중이 늘어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는 등 시장 요인으로 대형마트 매출액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했다. 영업·출점 규제가 도입된 점도 대형할인점 입지를 더욱 위축시킨 요인으로 분석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유통업태의 경제 성장 기여율은 대규모 점포 규제 전 10%대에서 최근 5~6%대로 떨어진데다 소비침체까지 겹쳤다”며 “2000년대 후반 성장을 거듭하던 대형마트도 온라인쇼핑, 편의점, 중대형 슈퍼마켓(SSM) 등 경쟁 업태의 성장으로 악화한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대형할인점 업체들은 온라인 사업자를 따라잡기 위해 기성 사업을 재편하는 방안 외 각기 다른 콘셉트의 서비스나 콘텐츠를 고객에게 제공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기존에 없던 방식을 갖췄거나 앞서 독보적인 성과를 거둔 분야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등 전략으로 차별화를 도모하는 상황이다.

▲ 출처= 이마트

이마트는 이종업계와 손잡고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점포를 진화시키고 있다. 9월 23일 위탁업체와 손잡고 새로 입주했거나 기존에 살던 고객 집이나 고객 가전제품을 청소해주는 서비스 ‘e홈케어’를 출시했다.

서비스별 협력업체는 가전 분해청소 ‘케이클린’, 거주 청소 및 내부 시공 ‘메리메이드’다. 이마트는 점포를 찾아오는 방문객이 비용을 사전 결제하면 해당 협력사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개 수수료를 얻는 방식으로 수익을 거둔다. 수년 내 매출액 50억원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이마트는 업계에서 2021년 1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홈 관련 서비스 시장을 공략하려는 취지로 이번 서비스를 내놓았다. 앞서 롯데하이마트, 한샘(HS홈케어서비스) 등 기존 가전업체 또는 종합 인테리어 업체가 수익 다각화 전략으로 홈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품 소매 판매가 본업인 유통업체가 주도해 해당 사업을 진행하는 사례로는 이마트가 최초다.

이마트는 이밖에도 올해 들어 스피드메이트(차량용품 판매 및 장착), 기아자동차(전기차 충전) 등 이종 업계 사업자들과 손잡고 사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점포를 플랫폼으로 재편함으로써 다양한 니즈를 가진 고객의 점포 방문을 유도하고 매출 증대를 도모한다는 복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는 전국에 걸친 오프라인 점포망과 집객력을 바탕으로 소비자 편의성을 제고하고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 롯데마트 남사이공점. 출처= 롯데쇼핑

롯데마트는 마트 3사 가운데 가장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분야인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해 12월 베트남 관광지 나트랑에 위치한 40층 주상복합건물 ‘골드코스트몰’ 3~4층에 현지 15호점인 ‘나트랑 2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해외에 설립한 점포 수로는 독보적인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2008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각각 1호점을 출점한 뒤 올해 9월 24일 기준 46곳, 14곳씩 60곳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점포 수(124곳)로는 이마트(141곳)에 17곳 뒤지지만 해외 지점까지 포함하면 185곳으로 이마트(베트남 1곳, 몽골 3곳) 145곳보다 앞선다. 홈플러스는 해외 매장이 없다.

금융데이터 솔루션 딥서치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가 신세계그룹으로부터 물적분할된 2011년을 기점으로 마트별 연간 매출액 기준 1위는 이마트가 줄곧 차지해왔다. 롯데마트(롯데쇼핑 할인점 사업부)는 홈플러스와 함께 5조~8조원 대를 기록하며 2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했다.

롯데마트는 반면 해외 할인점 사업에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동기(6880억원) 대비 11.1% 증가한 765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해외 매출 비중도 22.1%에서 24.0%로 1.9%p 증가했다. 롯데마트가 차별적인 강점인 해외 사업에서 성과를 더욱 이끌어 냄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장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높고 프리미엄 매장으로서 인지도를 구축한 베트남에서 식품 콘텐츠를 강화하고 점포 수를 늘리는 등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 홈플러스 문화센터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모습. 출처= 홈플러스

홈플러스는 기존 강점 가운데 하나인 문화센터의 콘텐츠 역량을 더욱 강화해 집객효과를 노리고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들어 5년째 이어가고 있는 문화진흥사업 ‘문화가 있는 날’의 프로그램을 홈플러스 점포 내 문화센터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문화가 있는 날은 당국에서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마다 각종 문화 콘텐츠를 할인가나 무료로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행사다. 문화센터에서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업체로는 홈플러스가 처음이다.

홈플러스는 마트 3사 가운데 가장 많은 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9월 24일 기준 전국 매장 140곳 가운데 87.9%에 달하는 123곳에서 문화센터를 설치했다. 이마트 83점(58.9%), 롯데마트 69점(55.2%)에 비해 훨씬 큰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문화센터 사업을 중점 전략 가운데 하나로 삼고 당초 점포를 지을 때도 문화센터 운영을 고려해 내부 공간을 설계했다.

홈플러스가 위치한 지역 중 상대적으로 문화 혜택에서 소외된 곳의 소비자들을 위해 문화센터를 적극 운영하며 고객 호응을 얻고 있다. 앞서 2014년 11월 문화 인프라가 덜 갖춰졌던 세종특별자치시에 설립된 홈플러스 세종점은 전국 매장 가운데 문화센터 수강 신청자 수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4월에는 전국 문화센터를 카페형으로 재구성한 커뮤니티 라운지를 조성해 시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문화센터를 통해 지역 상생과 소통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하는 동시에 집객 효과도 노리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문화센터 프로그램 회원의 구매 객단가는 비회원의 1.5~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문화센터는 접근성이 좋은 대형마트 점포를 활용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 가운데 하나”라며 “홈플러스는 문화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세일즈 실적 향상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