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가 24일 여의도 NH투자증권에서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 임상 3상 데이터 도출과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제약 바이오 업계 악재의 연속일까. 헬릭스미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자체 개발 중인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미국 첫 번째 임상 3상에서 약물 혼용에 따라 데이터 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진화에 나섰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즉각 설명회를 열고 데이터 분석 실패 원인에 대해 설명하며 사태의 확장을 막기위한 고군분투에 나섰다. 

김 대표에 따르면 엔젠시스 임상 3상에서는 위약(임상시험용 가짜약)과 엔젠시스가 섞여 환자에게 투여된 것으로 추정된다. 혼용 원인으로는 무작위 배정 컴퓨터 코드 혼선과 임상이 진행된 병원에서의 실수 가능성이 꼽혔다. 헬릭스미스는 두 번째 임상 3상을 진행해 2021년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에 신약허가신청을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위약 투여군에서 엔젠시스 성분 나와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24일 여의도 NH투자증권에서 엔젠시스 임상 3상 데이터 도출 실패와 관련해 “지난주 약력학(PK) 데이터에서 중대한 결함을 발견했다”면서 “임상 3상에서 약물 혼용이라는 사건이 벌어져 송구하다”고 밝혔다. PK는 약을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은 후 해당 약물이 인체에서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등을 조사하는 것이다.

헬릭스미스에 따르면 엔젠시스 당뇨병성신경병증(DPN) 임상 3상 결과 안전성은 확인됐으나 엔젠시스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야 하는 위약 환자군에서 엔젠시스가 검출돼 약물 유효성을 평가하기 어려운 데이터가 도출됐다. 엔젠시스 투여군에서는 약물 농도가 지나치게 낮은 사례도 나왔다. 위약군과 엔젠시스 투여군에게 투약된 위약과 엔젠시스가 뒤섞였다고 풀이된다.

김선영 대표는 “놀랍게도 위약군에서는 전혀 검출되지 않아야 하는데 검출됐다”면서 “엔젠시스를 맞았다고 하는 군에서는 1상과 2상 대비 약물의 수치가 너무 낮았다. 약 35명이 발견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위약을 투여받아야 하는 환자 중 혈액에서 엔젠시스 성분이 검출된 사례는 총 36건이다. 엔젠시스 투여군 중 해당 성분이 지나치게 저농도로 나타난 사례는 32건이다. 투여군에서는 개인의 대사에 따라 성분이 낮게 나타날 수도 있어 위약이 투여됐는지에 대해선 확정하기 어렵다.

엔젠시스는 임상 2상에서 명확한 데이터가 도출됐다. 2상 데이터를 토대로한 설명에 따르면 위약군에서는 대개 해당 DNA가 100개 미만이 나와야 한다. 2상에서 제일 많이 나온 수치는 200~300개다. 약물군은 대사에 따라 범위가 넓은 편이다. 1만개 이상 도출되야 하고 대개 10만개에서 100만개가 나와야 한다.

김선영 대표는 “조심스럽지만 임상을 진행하는 병원에서 약물이 혼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여러 방면에서 조사 중”이라면서 “위약군에서 약물을 맞았다고 의심가는 사람들의 통증 수치를 보고 혼용됐을 가능성에 대해 더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 엔젠시스 임상 3상 결과 안전성 데이터.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헬릭스미스는 약물을 투여한 약 370명에 대한 안전성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은 오는 11월~12월께로 보인다. 임상에 참여한 환자 모두에게서 이상반응 빈도는 매우 낮게 나왔다. 약물과 관련된 중대한 이상반응(SAE)은 없었다. 주사부위 반응 1건을 제외하고는 경미한(Grade1) 부작용만이 나타났다. 김 대표는 “전문가들은 ‘데이터를 버리지 말고 정제해서 다음 임상 3상에 활용해라’라고 조언했다”면서 “2상보다 더 큰 규모의 임상에서 안전성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우선 조사 철저히 할 것”…중간 사이즈 두 번째 3상 진행

헬릭스미스는 엔젠시스 임상 3상 약물 혼용과 관련한 조사를 우선 진행 중이다. 클리니컬 QA 전문가인 레너드 피쉬 박사를 단장으로 하는 조사단을 구성해 정밀 조사를 시작했다. 추후 법적 조치 가능성을 고려해 증거 수집과 정밀 분석을 거쳐 명확한 결론에 닿을 때까지 조사는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엔젠시스 임상 3상은 ‘이중맹검’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는 환자에게 투여되는 약이 위약인지 엔젠시스인지 환자와 의료진이 구분할 수 없는 임상 방법이다. 약물 효능과 안전성과 관련한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컴퓨터 시스템이 각 임상진행기관마다 약물을 무작위로 배정한다.

약물 혼용 가능성은 배정 컴퓨터가 시스템 오류를 일으킨 사례와 임상진행기관에서 약물을 제대로 투여하지 못했을 사례가 꼽힌다. 시스템 오류일 시 무작위 배정 코드를 분석하면 2~3일 내외로 해당 오류를 확인할 수 있다. 환자에게 약물이 잘못 투여됐을 시에는 환자 혈액을 모두 조사해야 한다.

▲ 엔젠시스 임상 3상 결과 요약.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헬릭스미스는 비록 이번 임상 3상에서 명확한 데이터를 도출하지 못했지만 이번 경험을 최대한 다음 임상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150~200명 수준 2~3개 중간 사이즈 임상 3상을 진행해 임상시험기관 25곳이 아니라 5~10곳에서 두 번 째 임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 임상 3상은 올해말 FDA 미팅 후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가능한한 빨리 후속 임상을 실시할 예정”이라면서 “엔젠시스는 안전성이 뛰어나므로 FDA에서 이견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임상 3상은 향후 6개월 안에 시작해 2021년 말에서 2022년 1분기 사이에 종료하는 것이 목표다. FDA에 신약허가신청을 하는 목표일은 앞서 2020년에서 2021년으로 연기된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신약허가를 신청할 시 필요한 자료 중 60%는 생산 방법과 시설에 관계된 것”이라면서 “생산 준비를 2020년까지 차질없이 마치고 임상결과가 나오는대로 2021년 FDA에 신약허가신청이 가능하도록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