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전세값 상승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신규 분양 아파트 청약때까지 일단 전세로 살자는 전세수요가 확대되면서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서울 전세값은 8월 이후 강보합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일부 지역별로 미미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8월 전국의 평균 아파트 전세 가격은 하락세였다가 9월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반등했다. 서울의 경우는 8월 이후부터 0.04~0.05% 사이의 꾸준한 상승세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 서울 지역별로는 7월 말 기준 서울에서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과 가장 낮은 지역의 전세 가격 상승흐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 감정원의 2019년 9월 3주 주간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9년 7월 말 기준 가장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 2곳인 중랑구(69.69%)와 구로구(66.15%) 중 구로구의 전세값 상승률은 8월 말 잠시 주춤했다가 9월 들어 다시 반등하고 있다. 한편 전세가율이 낮은 강남구(44.15%)와 서초구(45.47%)는 8월 말과 9월 초에 전세값 상승률이 오르다가 9월 들어 상승세 자체는 유지 중이지만 상승폭은 미세하게 꺾인 형태다.

갭투자의 성지 구로구는 꾸준한 가격상승

전세가율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인 구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물량이 많지는 않다. 찾는 사람은 많은데 이 지역에 공급이 원활하지는 않다. 근처의 ‘e-편한 세상’ 전체 단지가 2300세대라 전세가 꾸준하게 나오는 편인데 요즘은 한 개 아니면 두 개만 나온다. 이미 해당 단지의 30% 정도는 전월세 가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업자는 “구로 지역은 서울과의 교통도 편하고 부동산 가격도 싼 편이라 젊은 층의 수요가 늘 많다. 부동산 가격은 24평이 매매가격은 6억7000만원부터 7억 5000만원이다. 전세 가격은 3억7000만원이다. 전세가는 2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 몇해 전에는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5000만원 밖에 나지 않아서 갭투자가 성행했다. 지금도 갭투자는 많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줄었고 대신에 실수요 임차인들이 많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 겨울부터 올해 2월까지는 전세값이 3억4000만원 가까이 바닥을 찍었다가 올해 계속 꾸준히 상승 중이다” 겨울에는 인근 재건축 영향으로 입주하는 인원이 많이 나가 가격이 낮아졌다”라 면서 “전월세 가격은 그 때 이후로 치고 오르는 추세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구로역 인근의 아파트.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다른 구로 지역의 공인중개사는 “이곳은 분양가 상한제의 영향은 없다. 전세수요가 늘어나려면 인근에 새로 짓는 신축 아파트가 있어야 하는데 지역적으로 이곳은 해당되지는 않는다. 신축 예정이 없으니까 분양가 상한제 여파로 인한 전세가 상승은 논하기 힘들고 영향도 아마 제한적일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또 그는 “전월세 상한제도 부작용만 있고 매매나 처분을 너무 강하게 억제하긴 하지만 가시적인 것도 아니라서 당분간 그 때문에 전세시장에 영향은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답했다.

역시 구로역 근처의 다른 부동산도 전세 시장에 관해 “이 곳의 전세가는 신축 30평대는 4억원이 넘고 오래된 아파트는 3억5000만원 정도 한다. 구로역 롯데 아파트는 4억원이다. 전세 가격은 3개월 전과 비교하면 비슷하다. 올라도 미미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전체적인 전세가격은 1년 전보다는 다소 가격이 낮은 것 같고 봄부터 오르는 추세이긴 하다. 신구로자이의 경우 3억9000만원에서 요즘은 4억 2000만원에도 매물이 나오니까 조금 올랐다고 볼 수는 있겠다”고 이야기했다. 그 역시 전세 가격 상승 요인으로 전세 물건이 적다는 점을 들었다. 해당 업자는 “전세 물건이 귀하니까 전세 가격도 보합에서 조금 오르는 축이다” 라고 이야기 했다.

한편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중랑구의 면목동 지역 중개업자는 “주택 같은 경우는 전세 매물이 거의 없고 이사 등도 거의 하지 않는 형편이다”라면서 “전월 상승이라고 할 만할 정도는 아니고 거래가 거의 없으니 확실히 말하기 힘든 면이 있다”고 했다. 역시 면목동의 다른 중개사 역시 “전월세 가격은 미미하게 꾸준히 오르고 있다. 마젤란이나 아람 아파트의 경우는 전세가 나오면 4억원 정도는 달라고 할 것이다. 매물이 많이 없고 아파트 매매가격도 오르고는 있으니 전세가도 미미하게나마 오르고는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진광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 과장은 “구로구 같은 경우는 최근 1달사이 전세가 상승폭이 조금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로나 금천 같은 경우는 서울에서 아주 가격이 저렴하다. 때문에 임대차 계약을 해도 한 번 계약하면 잘 나가려고 하지 않는 성향이 강하다”고 최근 구로구의 전세가 상승의 이유를 설명했다. 김 과장은 “수요도 꾸준하고 매물 자체가 적다. 금천 신안산선 GTX 호재의 영향도 하나의 요인이 될 수는 있겠다”고 설명했다.

강남지역, 전세 상승세 지속중이지만 분상제 영향은 제한적

서초구의 우성5차 아파트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한국 감정원은 강남 전세가 상승폭에 대한 원인으로 분양가 상한제 등의 거시적인 영향보다는 지역적인 특성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한국 감정원은 2019년 9월 3주 주간아파트 가격 동향에서 강남지역의 전세 상승 원인을 가을 이사 같은 계절적 요인과 우수한 교통과 학군 등으로 꼽고 있다. 강남구와 양천구, 송파구 등은 모두 전세가에서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상승폭은 미미하게 축소되는 경향을 보였다.

윤지해 부동산 114 연구원은 “강남 등 재건축 지역에는 일반 소유보다 전월세 가구의 비중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정확한 집계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강남구의 경우 전체 가구의 70%는 전월세 등의 임대 형태일 가능성도 있다. 주로 노후화된 아파트의 경우 주인은 소유만 하는 형태로 거주를 하지는 않는 형태가 많다”고 많다고 설명했다.

서초 지역의 한 중개사는 “강남지역 전반적으로 전세 수요는 꽤 늘었다. 30평대는 7억 원 초반대다, 요즘은 계속 오르는 추세다. 이 곳은 여름이 지나면서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몇 달 새 3000만원에서 4000만원은 올랐다고 봐야한다”라면서 전세 상승 배경에 대해서는 “물건 자체가 없고 수요는 늘어나고 있으니까 그렇다. 재건축 수요나 분양가 상한제 수요로 인해 수요가 늘어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강남구 역삼동의 한 부동산 업자는 “전세가가 꾸준히 조금씩은 오르는 추세가 맞다. 최근 집주인들이 내놨던 물건 금액을 조금씩 올리고 있다. 언론이라던지 이런 데서 영향을 받아서 연락을 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대답했다. 업자는 가격은 “30평대의 전세가는 지금 7억 언저리다. 추석 전에 비해 3000만워 정도 올랐다. 전세 찾는 수요는 가끔 있는데 거래 자체가 많지는 않다”고 이야기했다. 그 역시 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전세 수요에 대해서는 “크게 체감은 안된다”면서도 “다만 집주인 중에 분양가 상한제 찾는 손님들이 있으니 전세 가격을 올려서 내놔라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있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강남의 중심 지역 삼성동은 어떨까. 삼성동의 업자는 “전세 가격 추이는 최근에는 비슷비슷한 상태다. 예전하고는 큰 차이가 없다”고 답하면서 아직까지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그런 수요 있다고는 하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반면 삼성동의 다른 업자는 전세 가격 상승에 대해 “강남은 매매가격도 그렇고 전세도 약간씩 오르는 축이다. 전세는 정체이다가 요즘 조금 오르긴 한다.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청약 때문에 기다리려는 수요가 있을 것 아닌가. 많게는 단지마다 다르지만 많이 오른 곳은 5000만원 정도는 왔다 갔다 했던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업자도 “전세는 그냥 보합세 매매가가 오른 수준이다. 다만 신축 아파트냐에 따라 가격 차이나 상승 폭이 다를 수는 있을 것 같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해서는 다소 짜증 섞인 말투로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영향을 받을 시기는 아닌 것 같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김진광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 과장은 “강남 서초 등지는 계속 전세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8월에 비해서는 전세 가격이 둔화된 상태다. 상승세가 떨어졌다고 말하기는 힘들고 상승폭이 살짝 줄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상반기 전세 가격이 많이 올라 있던 상태라 전세 가격에 대한 피로감도 있었을 것이고, 또 전체적으로 반포 주공 1단지 등의 관리처분 인가가 취소되는 등의 사건도 크게 전세가격에도 영향을 줘 상승폭이 다소 둔화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상반기에 강남지역의 전세 가격 상승폭이 올랐던 이유로는 서울 자체에 공급 물량이 많이 없었고 신축 선호 현상으로 반포와 방배동 위주로 올랐던 점, 아파트 공급물량이 준 탓에 전세도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김진광 과장은 전세가 상승에서 분양가 상한제의 영향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는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청약을 기다리는 심리 등이 수요 증가의 한 원인으로 있다고 꼽을 수는 있겠지만 확정적으로 분양가상한제 때문이라고 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