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최근 몇 달 사이에 저희 회사와 관련된 이슈들이 외부에서 계속 불거지고 있습니다. 대내외 상황이 상당히 안 좋습니다. 저희가 처음에는 상황을 일단 모니터링해 보자는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제대로 대응을 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미 늦었다는 말씀은 어떤 의미인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대부분의 이슈나 위기 대응은 늦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실제 상황보다 앞서가는 이슈관리나 위기관리는 있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사전적으로 대비해서 해당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경우는 예외입니다.

실제 그 외 케이스들을 보면 문제가 불거지고 그 문제가 심각하게 성장되는 시점에 대부분 대응을 ‘시작’합니다. 사실 그 시점에는 대응이 ‘완료’되었어야 했던 것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문제 발생과 동시에 대응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개념은 그냥 매뉴얼 속에 써있는 문서적 개념일 뿐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그렇게 물리적으로만 대응 시점이 늦는다는 것뿐이 아닙니다. 대응 방식과 시점에 대한 논의를 하는 의사결정 도중에도 실제 대응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대응 준비를 제대로 꼼꼼하게 진행해가면서 대응시점을 동시에 논하는 게 맞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의사결정과 준비완료가 투 트랙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희박합니다.

상황을 초기 몇 달간 두고 보자 하셨다고 하는데, 바로 그 바라보고 있는 기간 동안 대응 준비를 완료하셨어야 합니다. 그 후 실제 대응을 하고 안하고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최대한 대응준비를 하면서 대응 시점을 가늠했어야 합니다. 이미 상황이 악화되어 버린 단계에서 대응을 결정한다고 해도 즉시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대응 의사결정을 빨리 해야 한다고 막연하게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왜 그렇게 많은 기업들이 위기가 발생했을 때 느린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의사결정을 단순한 제비 뽑기나 다트 던지기 같이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이미 준비된 많은 분석 채널과 경험치들을 보유하고 있는 의사결정 주체와 체계가 존재해야 합니다. 내부적으로 올라오는 신속 정확한 보고 체계도 필요합니다. 평소 관계를 맺고 있던 전문가들의 객관적 조언도 필수적입니다. 이런 위기관리 자산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기업들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대응에 대한 의사결정이 계속 지지부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대응의사 결정이 지연되기 때문에 실행을 위한 대응준비는 더욱 더 지연됩니다. 실무자들은 어떤 대응 지시가 내려올지 모른다는 것을 대응 준비 지연의 이유로 꼽습니다. 결국 그 기간 동안 한마디로 대응 준비에 손을 놓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대응에 대한 준비는 상당부분 평시에 되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대응에 대한 지시가 내려왔을 때 대응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는 것도 어찌 보면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친구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에 친구를 사귀기 시작한다면, 이미 때는 늦은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필요한 상황을 예견했다면 미리 중요한 역할을 해줄 친구를 사귀어 놓았어야 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채 어렵게 위기를 관리하려 시도하는 것을 두고 ‘전속력으로 달리는 말 위에 올라 타려 부단히 애쓰는 카우보이’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제대로 말을 타려 했었다면 이미 말이 달려 나가기 전에 카우보이는 말 위에 올라 있었어야 합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시작하는 회사의 대응은 항상 늦는다고 생각하시고, 그 대응 시점을 최대한 앞당길 수 있는 체계에 대한 고민을 빨리 하셔야 할 것입니다.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어떻게 투 트랙으로 의사결정과 대응 준비완료를 함께 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 고민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