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마스 쿡의 신용부도스왑(CDS)에 투자한 헤지펀드들이 이 회사의 파산으로 2억 파운드(3000억원)의 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출처= 123rf.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빅토리아 여왕 시절부터 운영된, 178년의 역사를 가진 영국 여행사 토머스 쿡(Thomas Cook)이 22일(현지시간) 결국 파산했다. 회사의 파산으로 2만 2000명의 직원들은 해고가 거의 확실해졌고 정부는 해외에 체류해 있는 이 회사의 영국 고객들을 안전하게 본국으로 데려와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러나 일부 금융 투기세력에게 이 회사의 파산은 좋은 소식이다. 소나자산운용(Sona Asset Management), XAIA 인베스트먼트(XAIA Investment) 같은 헤지펀드들은 이 회사의 파산으로 2억 파운드(3000억원)의 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고블룸버그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헤지펀드들은 토마스 쿡이 부채를 상환하지 않을 때 지불받는 금융 상품, 신용부도스왑(CDS)에 투자했다. CDS가 수익을 낼 것인지 아닐지는 토마스 쿡의 생존 여부에 달려 있었다.

토마스 쿡 CDS 운명은, 거래자들로 구성된 이른 바 판정 위원회(Determinations Committee)에 의해 결정된다. 판정 위원회는 토마스 쿡이 지난 주 신청한 파산 신고가 CDS를 지불하기에 충분한 조건인지를 토론하기 위해 회의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이제 토마스 쿡의 청산까지 평가해야 한다.

CDS는 채권이나 대출의 지급불능 리스크에 대한 일종의 보험 같은 것으로, 헤지펀드가 자금난에 처한 기업에 베팅하는 인기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채무불이행이 발생했다고 해서 항상 돈이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 토마스 쿡이 파산 결정되지 않고 구제되었다면, 향후 오랜 회생 기간 동안, 이 회사 부채에 대한 CDS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기 때문에 소나 같은 투자자들은 구제 계획에 결사 반대했을 것이다. CDS 보유자들은 당연히, 토마스 쿡의 채무를 주식으로 전환하려는 당국의 계획에 대해 우려했다. 그렇게 되면 CDSs은 전혀 보장할 가치가 없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신용평가기관인 스프레드 리서치(Spread Research)의 마크 피어런 애널리스트는 "토머스 쿡이 파산 신청을 하고 법정 관리로 가지 않은 것이 이들 헤지펀드들에게는 확실한 안도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올해 CDS를 매입한 헤지펀드나 트레이더들에게 횡재를 가져다준 것은 토머스 쿡 만이아니다. 영국 패션 유통 업체인 뉴 룩(New Look)과 프랑스 슈퍼체인 카지노(Casino Guichard-Perrachon)의 모회사 랠리(Rallye)도 그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 유럽의 경제가 침체되고 많은 회사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회사가 이 뒤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전날 BBC는 토머스 쿡이 영국정부에 2억 파운드(3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요청했지만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한 정부가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토머스 쿡은 22일 성명에서 "상당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존 주주와 새로운 신용 공여 예정자 사이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오늘 업무가 시작되기 전 고등법원에 강제청산이 신청됐으며, 파산관재인을 회사의 청산인으로 임명하라는 명령이 부과됐다"고 해명했다.

피터 팽크하우저 토머스 쿡 최고경영자(CEO)는 "패키지 여행을 개척하고, 전 세계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여행을 제공해 온 이 회사에 매우 슬픈 날"이라면서 고객과 직원, 파트너사들에게 사과했다.

1841년 설립된 토머스 쿡은 2만 2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16개 국가에서 1900만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31대의 비행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콘도 및 호텔도 200여개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