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겨진 차원, 48.8×43㎝ Mixed media on canvas, 2016

나는 30년 넘게 ‘숨겨진 차원’이란 주제로 작업을 해오고 있다. 내 작업은 보이는 실체 즉 인물이나 정물, 풍경을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 깊숙이 담아온 추억, 회상, 상상의 날개를 달고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어느 심상의 풍경을 그린다.

나의(CHANG CHI WON,Korean painter Chang Chi-Won,ARTIST CHANG CHI WON,CHANG JI WON,서양화가 장지원,장지원 작가,장지원 화백,張志瑗) 추억 속에 보았던 어린 날 화단에 피어오르던 보라색, 핑크색 꽃들, 햇살을 마주한 꽃들의 찬란한 아름다움이 내 가슴에 각인되었고 어린 날 살았던 그 안방에 걸렸던 괘종시계의 모습, 뎅 뎅 뎅 시간을 알리던 그 소리, 그 기억들의 잔재가 내 그림의 모티브가 된다.

지금도 생각나는 지난날의 이런 저런 이미지들은 언제나 나를 감동시킨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 속에서 나는 그것들과 조용한 속삭임으로 대화하며 조곤조곤 마음을 교감한다.

▲ 숨겨진 차원, 90.9×72.7㎝ Mixed media on canvas, 2012

벌써 인생의 날이 많이 갔다. 초저녁이 되어 노을 속의 긴 그림자가 드리우면 내 인생의 때가 이쯤일까 하는 상념에 젖곤 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모습 본연의 실체의 모습을 예술에 담길 원한다. 아니 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토매틱으로 그렇게 되어가서 그 작가의 모습과 그 그림의 모습이 닮았다고 한다.

늘 자기가 찾아 헤매는 탐구의 시간들이 하나의 결정체로 나오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스승들의 사셨던 모습도 많이 보아왔다. 그 분들은 현실과 타협할 줄 모르는 성격의 소유자로 철저한 고독과 빈곤 속에서도 예술의 정신적 고고함을 잃지 않고 버티셨다.

그런 모습을 엿보며 험난한 예술과의 투쟁을 조용히 견딜 줄 아는 인내심도 배웠다. ‘그렇게 예술을 위해 일생을 바치셨는데 그렇게 귀한 작품을 남기셨는데…. 그 시간까지였구나.’하는 회한이 있다. 

<글=화가 장지원, 계간수필, 2019 여름호 통권96호, 예술가의 수필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