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0년 넘게 ‘숨겨진 차원’이란 주제로 작업을 해오고 있다. 내 작업은 보이는 실체 즉 인물이나 정물, 풍경을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 깊숙이 담아온 추억, 회상, 상상의 날개를 달고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어느 심상의 풍경을 그린다.
나의(CHANG CHI WON,Korean painter Chang Chi-Won,ARTIST CHANG CHI WON,CHANG JI WON,서양화가 장지원,장지원 작가,장지원 화백,張志瑗) 추억 속에 보았던 어린 날 화단에 피어오르던 보라색, 핑크색 꽃들, 햇살을 마주한 꽃들의 찬란한 아름다움이 내 가슴에 각인되었고 어린 날 살았던 그 안방에 걸렸던 괘종시계의 모습, 뎅 뎅 뎅 시간을 알리던 그 소리, 그 기억들의 잔재가 내 그림의 모티브가 된다.
지금도 생각나는 지난날의 이런 저런 이미지들은 언제나 나를 감동시킨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 속에서 나는 그것들과 조용한 속삭임으로 대화하며 조곤조곤 마음을 교감한다.
벌써 인생의 날이 많이 갔다. 초저녁이 되어 노을 속의 긴 그림자가 드리우면 내 인생의 때가 이쯤일까 하는 상념에 젖곤 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모습 본연의 실체의 모습을 예술에 담길 원한다. 아니 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토매틱으로 그렇게 되어가서 그 작가의 모습과 그 그림의 모습이 닮았다고 한다.
늘 자기가 찾아 헤매는 탐구의 시간들이 하나의 결정체로 나오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스승들의 사셨던 모습도 많이 보아왔다. 그 분들은 현실과 타협할 줄 모르는 성격의 소유자로 철저한 고독과 빈곤 속에서도 예술의 정신적 고고함을 잃지 않고 버티셨다.
그런 모습을 엿보며 험난한 예술과의 투쟁을 조용히 견딜 줄 아는 인내심도 배웠다. ‘그렇게 예술을 위해 일생을 바치셨는데 그렇게 귀한 작품을 남기셨는데…. 그 시간까지였구나.’하는 회한이 있다.
<글=화가 장지원, 계간수필, 2019 여름호 통권96호, 예술가의 수필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