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기업은행이 올해 초 방카슈랑스를 핵심영업지표(KPI)에서 삭제하면서 해당 실적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에 향후 폐지되는 항목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상반기 방카슈랑스(보험판매수수료수익)실적은 23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31억원 대비 28% 급감했다. 기업은행의 방카슈랑스 감소폭은 올 상반기 수수료수익 항목 중에서 가장 컸다. 상반기 기업은행은 방카슈랑스 항목에 이어 신용카드수수료와 펀드판매수수료도 각각 23%, 4.4% 줄어들면서 전체 수수료수익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 상반기 기업은행의 수수료수익은 3466억원으로 지난해 3829억원 대비 10% 축소됐다.

기업은행의 ‘보험판매수수료’ 실적이 감소한 원인은 올해 초 노사합의안에 따라 방카슈랑스 항목을 제외시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은행은 최근 직원들의 성과평가 항목인 KPI에서 과당경쟁을 부추기는 항목들을 폐지하고 있다. 올 초 방카슈랑스에 이어 내년에는 급여이체와 스마트뱅킹도 각각 영업지표에서 삭제된다. 스마트뱅킹과 급여이체의 경우 올 하반기에 각각 50%, 30.5% 우선 감축한 뒤 2020년에 본격적으로 폐지해 직원들의 영업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같은 항목 삭제를 다른 시중은행은 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영업부문이 약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올 상반기 은행권 가운데 방카슈랑스 실적 하락은 기업은행이 유일했다.

최근 시중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은 최근 본격적인 금리하락기에 접어든 것을 우려해 수수료이익 등 비이자이익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기업은행은 은행권과 상반된 행보를 걷고 있다.

올 상반기 시중은행의 평균 방카슈랑스 수수료수익 증감률은 16.4% 수준이다. 방카실적은 수수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판매계약을 체결한 보험사의 상품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 경우 또는 경기흐름에 따라 판매가 증가할 수 있어 대부분의 은행은 성과지표에 포함한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 직원은 세액공제해택 등을 이유로 창구에서 방카저축상품을 고객들에게 흔하게 권한다.

기업은행은 영업을 숫자로 실적을 평가하기보다 장기적으로 불완전판매를 줄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방카슈랑스 실적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기업영업에 해당하는 급여이체 항목과 스마트뱅킹 실적까지 제외해 영업환경을 장기적으로 유연하게 가져가겠다는 방침이다.

◇ 은행권 하반기 KPI항목 변화는?

기업은행은 해외금리연계 파생상품펀드(DLF)도 금리 변동성이 심해 올 초부터 판매를 중지하는 등 펀드 판매에 대한 영업지표도 시중은행과 달리 상대적으로 완화된 방침을 이어가고 있다.

은행권 대부분은 영업을 연간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평가기간 중에는 KPI항목을 변동하지 않지만 최근 해외금리연계 DLF손실 파장으로 고객들이 은행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은행권은 고수익을 가져다주는 비이자이익에 대한 성과지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변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올 하반기부터 프라이빗 월스 매니지먼트(PW)센터와 PWM프리빌리지에 KPI에 비이자수익 비중을 영업지표에 반영하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고객 수익률을 반영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투자 구조는 맞지만 고객 퍼스트를 강조하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원칙에 따라 올 하반기 PW센터와 PWM프리빌리지에 우선 파일럿(시범기간)기간을 거치고 내년 1월부터 PW전체 지점에 고객 수익률에 대한 영업지표 항목이 추가 된다”고 밝혔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에 연계된 DLF상품 판 우리은행도 내년부터 평가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전국 영업본부장을 소집한 자리에서 고객 자산관리를 체계적으로 개편하기 위해 먼저 핵심영업지표(KPI)부터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KPI는 고객서비스 만족도, 고객 수익률 개선도 등 고객 중심의 평가지표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고객 위험관리를 위한 2~3중 방어 체계도 준비중이다. 여신에서 부실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다중의 관리체계를 가지는 것처럼 자산운용(WM)분야에서도 고객의 투자 위험관리 체계를 도입한다.

이처럼 기업은행을 비롯해 은행권은 고객 신뢰회복을 위해 영업지표 항목을 고객중심으로 개편하는 추세다. 기업은행 측은 “방카실적이 KPI는 장기적으로 불완전 판매를 낮추기 위해서 진행된 결과”라며 “급여이체, 스마트뱅킹, 해외금리연계 파생상품 판매 중지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