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현대기아차가 내수시장 점유율 80%를 달성,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는 사이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3~5위권 완성차 업체들이 흔들리고 있다. 내수와 수출 부진, 노사갈등, 구조조정이 겹치며 비상 경영에 들어갔고, 인력 과잉, 사업 철수 논란이 다시 시작됐다.  

노사 임단협 진행 상황 또한 녹록치 않다. 쌍용차를 제외한 2사는 노사간 대화에서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여타 중후장대 산업과 달리 신사업에 대한 투자가 적고, 실적 개선을 이끌어줄 신차도 없어 고민이 깊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DB

◆ 한국GM, 노조 파업 돌입…부천공장 생존이 이슈

한국GM 노사는 지난 5월을 시작으로 9차례 단체협상을 벌였지만 서로의 입장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노조측은 지난 20일부터 하루 4시간의 공장 부분 파업을 시작했고, 오는 24일부터는 하루 6시간으로 파업 시간을 늘릴 계획이다.

파업에 대한 한국GM노조의 주장은 GM 본사의 글로벌 구조조정과 맞닿아 있다. 스파크, 말리부, 트랙스 등 주요 생산차량의 판매량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GM측이 한국에 경쟁력 있는 신차를 배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한국GM에서 판매하고 있는 차량 11종 중 국내에서 생산되는 차량은 스파크, 말리부, 트랙스, 다마스, 라보 등 5종에 불과하다. 임팔라, 볼트EV, 카마로, 이쿼녹스, 콜로라드, 트래버스 등 6종의 차량은 미국에서 수입되고 있으며 부가가치도 이들 차량이 더 크다.

이에 내수 시장 비중을 축소와 수입 라인업 확대가 이뤄진 후 시장에서 철수했던 호주와 인도 케이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노조의 우려다.

다만 수년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급 5.65% 인상(12만3526원) ▲통상임금(409만원)의 250% 성과급 지급 ▲격려금 650만원 지급 ▲정년 연장(만 65세) ▲유류비 지원(월 50리터) ▲차량 구입 할인율 인상 등의 단체협약안을 제시해 여론은 등을 돌렸다.

이를 대하는 한국GM의 입장은 분명하다. 내수와 수출 실적이 급감하고 있고, 지난 5년간 기록한 누적 적자도 4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또 트레일블레이저(부평 1공장)와 신형 CUV(창원공장)의 생산이 결정됐고, 향후 5년동안 15개 차종의 신차 및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이행하고 있는 만큼 더 이상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르노삼성자동차

◆ 르노삼성 노사, 입장차 분명…근거 들고 강대강 대치

르노삼성자동차 노사는 아직 본격적인 대화에는 나서지 않은 상태다. 지난 19일 부산공장에서 첫 노사 임단협 실무교섭을 갖은 바 있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노조측은 사측에 ▲기본급 15만3335원(8%) 인상 ▲노조원만 통상임금 2% 수당 지급 ▲임금피크제 폐지 ▲기본급 300%+100만 원 격려금 등을 요구했고, 사측은 생산물량 감소를 이유로 약 400여명의 인원 감축을 통보한 상태다.

문제는 양측이 주장하는 각각의 주장이 근거가 분명하고, 명분도 있다는 점이다. 이에 양측의 대립이 이어질 경우 지난해와 같은 장기간 불협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회사측에 따르면 올해 16만대 수준인 창원공장의 자동차 생산량은 내년 12만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닛산 '로그'의 위탁물량 6만대 생산이 연말에 종료됨에 따라 공장의 유휴 가동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문제다. 이에 생산량도 1시간당 60대에서 45대로 낮출 계획이다.

반면 노조는 회사는 흑자를 유지하고 있고, 본사에 배당하는 배당금이 지나치게 큰 것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근로자에 대한 처우가 악화되는 기간 회사가 큰 이득을 봤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이 배당을 시작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져간 금액은 2018년까지 7732억원에 달한다. 지난 4년(2015년 1119억원, 2016년 2481억원, 2017년 1706억원, 2018년 1248억원)간 배당받은 금액만 6554억원이다. 2000년 삼성차 인수 당시 인수금액(6150억원)보다 많다.

또 지난 20년간 르노 본사에 차량 부품 매입비,연구비, 기술 사용료, 판촉비 등으로 지급한 금액만 12조 2453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노조는 2회의 임금동결과 1600여명이 퇴직하는 구조조정을 받아들였고, 업무 강도도 4배 수준으로 강해졌다.

문제는 현 분위기를 타파할 신차가 없다는 점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사장이 부임한 이후 배당과 수익에 중점을 둔 경영이 이어지는 것이 문제”라며 “SM6, QM6와 같은 경쟁력 있는 차량이 시장에 출시되지 않고 있어 판매 부진은 장기화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사진=쌍용자동차

◆ 쌍용차 노사, 위기타파 위해 맞손…내수 회복이 관건

쌍용차는 노사는 한국GM, 르노삼성과 달리 노사가 비상경영체제에 합의하며 위기 극복에 나섰다. 지난 2009년 벌어진 대대적 실업사태 이후 노조와 회사 모두 고용안정과 회사의 생존에 대해 같은 공감대를 갖은 것이 도움이 됐다.

사측은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산업은행에 긴급자금을 요청하는 등 자발적인 고강도 자구안을 꺼내 들었고, 노조 역시 대대적인 복지 축소에 동의했다.

지난 20일 결정된 복지 축소안에는 ▲안식년제 시행(근속 25년 이상 사무직 대상) ▲장기근속자 포상 중단 ▲의료비 및 학자금 지원 축소 등 22개 항목의 중단 또는 축소안이 담겼다.

또 지난 8월에는 노사가 10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뤄내기도 했다. 임원 20% 축소 및 임원 급여 10% 삭감 조치도 최종 승인됐다.

다만 쌍용차의 현황은 녹록치만은 않다. 지난 6월 기준 쌍용차의 재고자산은 166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연말 재고자산(838억원)과 비교하면 2배나 많은 양이다. 이에 지난 7월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또한 경쟁업체들 특히 현대기아차의 신차 러시를 막아낼 신차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장기간 이어진 판매부진에 따라 자동차 업체들이 경쟁적인 프로모션과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고 있고, 이를 따르는 것 역시 적지 않은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