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대내외 경기 둔화에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보험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리하락은 보험사들의 자산운용이익률을 떨어뜨리고 역마진 리스크를 확대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적립해야 할 변액보험 보증준비금 규모도 늘어나며, 공시·예정이율 하락에 따른 보험 판매 유인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지난 7월에 이어 이번 추가 금리인하까지 단행될 시 업황 부진 속 보험사들의 자본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돌입하면서 한국은행의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주요국(16개국)의 중앙은행은 올 3분기에만 24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기존 2.00~2.25%에서 0.25p 인하한 1.75~2.00% 수준으로 결정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중국 인민은행 등도 이달 금리 인하를 실시했다.

금리인하 기조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영향이 크다. 이에 둔화된 대내외 경제 여건을 고려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기존 1.75%였던 기준 금리를 지난 7월 1.5%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선 이르면 내달 16일 또는 11월 29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한 차례 더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추가 금리인하 전망에 보험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금리는 보험사들의 수익성과 자본건전성에 크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우선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보험사들의 대출채권 및 이자수취채권 등에서 자산운용이익률이 저하된다. 통상 보험사는 보험료를 받아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수익률을 높인다. 2000년대 초 6%대까지 올라갔던 생명·손해보험사의 자산운용이익률은 저금리 기조에 지난 6월 기준 3%대에 불과했다. 국고채 금리 역시 기준금리보다 낮은 상태다. 지난달 22일 기준 국고채 1년10년·30년· 금리는 각각 1.108%·1.229%·1.242%에 불과하다.

▲ 출처=한국은행·보험연구원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 상품비중이 크거나 높은 최저보증 이율을 제공하는 보험사들의 경우 금리역마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진다. 시장금리가 고금리에서 저금리로 변동하면 보험사의 자산운용수익률 등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게 되나 과거에 약속한 예정이율은 고금리이므로 이차역마진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금리인하에 적립해야 할 변액보험 보증준비금 규모도 늘어난다. 보증준비금이란 변액보험 가입자에게 사망보험금과 연금을 지급하기 위한 재원을 의미한다. 변액보험 보증준비금은 시중금리에 따라 적립 규모가 변동되는데, 금리가 하락하면 적립 규모가 늘어나고 금리가 상승하면 적립규모가 줄어든다. 실제로 금리 하락폭이 컸던 2015년과 2016년 삼성생명이 부담했던 추가 변액 보증준비금 규모는 4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는 변액보험 판매 시점의 예정이율이 투자수익률보다 높으면 그 차이만큼의 추가 준비금이 필요하다.

공시·예정이율 하락에 따라 보험 판매유인도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성보험은 환급금이 줄고 보장성보험은 보험료가 올라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공시이율은 저축성보험의 기준금리로 보험사의 운용자산이익률, 국고채 금리 등이 반영된다. 은행의 예금 금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공시이율 변동에 따라 고객에게 돌아가는 환급금도 변하게 된다. 가령 공시이율이 내려가면 환급금이 줄고 공시이율이 올라가면 환급금도 늘어난다.

예정이율이란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에서 거둬들인 보험료를 운용한 예상수익률을 말한다. 금리가 내려가면 기대수익률도 하락해 이에 따른 예정이율 인하 시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산업은 예상을 뛰어넘는 시장금리 하락 속도로 인해 재무건전성, 성장성, 수익성 악화 부담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대외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인구고령화에 의한 잠재성장률 저하와 맞물려 장기 금리 1%대 이하의 초저금리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보험산업에 더 큰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보험사는 초저금리 환경에 대비한 리스크관리 및 사업모형 전환을 추진하고,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자구적 리스크관리를 유인하는 제도 및 산업 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