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포 시장의 스트레스는 지난 10년 동안 지속되어 온 미국 금융 시스템의 근본적인 약점들을 노출시켜 왔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출처= Finance Buddha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환매조건부(레포, Repo) 채권 거래를 통한 단기 자금시장 유동성 공급을 10월 10일까지 3주간 지속하기로 했다.

연준의 유동성 긴급지원은 대차대조표 축소와 은행권 지급준비금 축소 등 구조적 요인과 분기말 기업 세금 납부가 집중되는 계절적 요인이 맞물려 초단기 자금시장 리스크가 커지는 것을 진화하기 위한 대책이다.

최근의 레포금리(하루짜리 초단기 금리)를 두고 언론들은 ‘정상이 아니다’(crazy)라고 말한다. 그러나 보통 때는 월가도 단기 자금 시장의 불가사의를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뉴욕 연은은 지난 20일 750억달러의 자금을 방출, 4일 연속 단기 자금시장 개입에 나섰다. 뉴욕연은은 레포 거래와 별도로 오는 24일과 26일, 27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최소 300억달러 규모로 14일짜리 대출 프로그램을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17일 은행간 하루짜리 초단기 대출 금리가 10%까지 치솟으며 소위 ‘퍼펙트 스톰’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대답은 냉담하다. 연준은 그렇지 않다고 확신했지만, 환매조건부 채권, 즉 레포 시장의 스트레스는 지난 10년 동안 지속되어 온 미국 금융 시스템의 근본적인 약점들을 노출시켜 왔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3일 지적했다.

시장이 좋은 시기에는 큰 문제가 노출되지 않았지만, 위험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영구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갑작스러운 현금 부족은 경기 침체 시기에는 금융 시장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 연준 보유 준비금: 총 유동성. 미 연준은 2017년 10월부터 1년 6개월 동안 보유자산을 줄이기 시작하다 잠정적으로 다시 대차대조표를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   출처=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그래프= Bloomberg

레포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며 40년 동안의 자금 조달 시장 경험을 가지고 있고 GLMX의 글렌 하블리섹 대표는 "유동성 관리라는 메커니즘은 더 이상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레포 시장은 세계 자본시장을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기름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레포 시장에서 기업들은 정부 채권 등을 담보로 서로 현금을 빌린다. 약정이 만료되면 차입자는 담보물을 ‘재구매’해 현금을 되돌려주지만, 실제로 레포는 대개 날마다 연장된다.

헤지펀드는 수익성이 높은 자산의 매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레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미국 채권 경매에서 채권을 경매해야 하는 딜러들은 자기 자본을 투입하지 않기 위한 방편으로 레포를 사용한다.

이들 참가자들은, 시스템에서 너무 많은 현금이 사라지고 걸핏하면 레포 시장을 멈추게 만든 원인으로 두 가지 구조적인 변화를 지적한다. 금융 위기 시대의 통화 정책과 그런 금융 위기를 억제하기 위해 고안된 금융 규제가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이 두 가지가 단순히 기술적 요인의 결합이라는 차원을 넘어 지난 주 발생한 혼란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우선, 연준의 양적완화 프로그램(QE)의 해제와 관련이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연준은 수조 달러의 채권을 사들이며 은행 시스템에 싼 돈을 쏟아 부은 후, 경기가 강해지자 2017년 10월부터 보유자산을 줄이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현금이 고갈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연준의 긴축은 지난달 완전히 중단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연준이 대차대조표의 자산 측면을 줄이면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부채도 축소해야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채는 경기 호황과 함께 자연스럽게 늘어난 시중 유통 통화와 그 동안 현저히 줄어든 은행 준비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이 자체만으로는 은행 시스템에 현금 부족을 야기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시장의 기업들은 여전히 1조 달러가 넘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드-프랭크 법안(Dodd-Frank Act. 2010년 7월 21일 발효. 시스템리스크 예방대책 마련, 파생금융상품 규제 강화, 금융소비자 보호장치 신설, 대형 금융회사들에 대한 각종 감독⋅규제 등을 담은 법안)과 바젤 III 법안(Basel III,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에서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내놓은 은행자본 건전화방안의 개혁안. 기존의 BI 기준 자본 규제를 세분화하고 항목별 기준치를 상향 조정하는 한편 완충자본과 레버리지 규제를 신설) 같은 금융위기 이후의 규칙 때문에 은행들은 보다 엄격한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준비금의 상당 부분을 따로 적립해야만 했으며, 이로 인해 가용 현금에 압박을 받았다. 게다가, 자본의 제약은 은행들이 단기 자금 시장에 큰 비중을 두는 것을 수익성이 없는 사업으로 만들어 버렸다.

▲ 투자자들의 미 채권 매입액. 정부의 재정 적자 증가로 정부의 채권 발행액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출처= 뉴욕 연준    그래프= Bloomberg

금융컨설팅 회사 매크로폴리스 퍼스펙티브(Macropolicy Perspectives)의 줄리아 코로나도 대표는 "연준은 시장이 새로운 균형으로 재편되기를 원했고, 기관들이 (새 채제 하에서)어떻게 자금을 조달할지를 알아내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준비금 제도가 지나친 것이었다면, 확실히 연준이 이번 유동성 사태의 주 원인임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연준이 자본 시장을 압박하면 대개 헤지펀드와 다른 투자자들도 큰 변동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포지션을 취할 수밖에 없는 연쇄 압박을 받게 되지요.”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주 이 문제에 대해 "은행들은 엄청난 양의 유동성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어떻게 그 유동성을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도 커다란 제약을 받고 있다"고 요약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에 따른 재정 적자 확대도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우선, 투자자와 딜러들이 채권 매입의 형태로 정부에 빌려주는 돈이 은행 시스템에서 돈을 빠지게 한다. 또 다른 이유는 정부 채권 경매에 참여한 딜러들이 레포 시장에서 대출자에서 차입자로 대거 전환해 추가 공급을 흡수했다. JP모건에 따르면 정부의 순 채권 발행액은 지난해에 1조 3천억 달러에 이어 올해에도 약 1조 2천억 달러에 달했다. 2017년에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