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권하는 사회’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1920년대의 사회를 묘사한 현진건의 단편소설 제목이다. 요즘 세태를 패러디를 해 보았다. 퇴사를 권하는 사회. “관두지 않고는 못 견디겠어!”라고 한다.

첫째는, 근래에 봇물같이 터져 나오는 청년들을 주제로 한 책들의 제목들로 이 부류에 끼이지 못하는 사람은 무능력자 같은 분위기이다.

‘90년대생이 온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종류의 책이다. 비슷한 주제로 방송들이 다루고 있다. 심지어는 최근에 대통령께서 청와대 직원들에게 구입해 주면서 청년들의 아픔에 귀기울이라고 했다고 한다.

둘째는, 대학가에서 취업대신에 창업을 권한다. 취업율이 안 나오니 창업을 권하는 꼼수를 쓴다. 정부 보조금만 받으려고 여러 기관 돌아다니며 제안서 심사를 받아 살아가는 청년들도 제법 많다고 한다.

세째는, 일 안하고 놀면 국가나 지자체가 수당을 준다.

공통점이 무엇인가? 유권자의 표가 필요하고 시청률이 필요한 곳이다.

그러나 돈을 만들고 가치를 창조하는 기업은 냉정하다. 내가 뭔가를 줘야 돈이 나온다. 내 급여가 나온다는 것이다.

나라도 요즘 같으면 회사 다니기 싫겠다. 급여만큼의 고통이 따른다는 것이 기본이치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우리의 경쟁자는 대한민국 청년이 아니다. 글로벌플레이어들이다. 그들은 지금도 공부에서, 업적에서, 비즈니스에서 세계 최고에 도전하고 준비하고 있다.

또 다르게 명심할 것은 지금의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오래 못 간다. 재정이 있어야 한다. 기업이 살아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한번 경쟁력이 무너진 사람은 어디에서도 다시 안 뽑는다. 필자가 수없이 보아 왔고 그래 왔다.

처음에 힘드는 것은 누구나 다 똑 같다. 그래서 3년은 버텨봐야 한다고 말한다.

 

친구의 급박한 전화

갑자기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들이 회사를 관두겠다고 하는 데 조언을 구한다. 지난 2월에 취업을 했으니 정확하게 7개월, 업무에 들어간지 5개월만에 청천벽력 같은 말을 한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취업헸다고 한 턱 받아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세상을 거머쥔 듯한 그 성취감은 어디로 갔을까? 왜 힘들어 할까? 제법 깔끔한 강남 소재의 지점에서 근무도 하는 데, 집도 가깝고… 의문이 꼬리를 문다.

 

왜 관두고 싶을까?

일반적인 말이지만 한 번 정리를 해 본다.

첫째가, 사회적 분위기이다. 남들은 다 하는 데 나만 안하고 있으면 괜히 바보가 된 것 같은 심리적인 압박감이다. 인간은 수렵채집시부터 군집(群集:GROUP)을 이루지 않으면 나약한 존재로 언제 죽을지 몰랐던 역사 때문이라고 한다.

둘째는, 급격하게 바뀐 생활환경이다. 남들과 대화하고 불편을 해결해 주고, 상품도 판매권유하는 일들이 익숙치가 않다. 가끔씩은 ‘진상’고객도 만나야만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영업실적(계좌,카드,보험 판매 등)이 부담이 되기도 한다. 거기다가 출근길이 멀다던가, 여성인 경우는 화장 등의 준비로 이른 아침부터 부산히 움직이는 것도 익숙치가 않다, 대학에 강의로 학교 갈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셋째는, 주변과의 관계이다. 상사나 동료와의 ‘대화’의 문(門)이다. 나름대로 크고 작은 애로가 있으면 선배나 동료들과 대화하며, 수다 떨며, 가끔씩은 상사나 고객을 안주감 삼으며 풀어 나가야한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의 70-80%는 풀리는 것이다. 그러나 친구 아들같이 은행지점의 경우는 그런 기회가 현격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배들도 바쁠 뿐만 아니라 퇴근만 하면 바로 서울의 강남이다. 골치 아프게 후배나 동료의 아픈 소리를 들을 이유가 없다.

여기에 가세를 하는 것이 입사동기들의 사직 소식들이다. 여기저기서 들려 오면 강한 압박감이 들어 온다. “그래도 네가 버텨?”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는몇 가지 아이디어들…

“무조건 참는다”라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자기 손톱 밑의 가시 하나가 세상에서 제일 아픈 법이다. 참는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1) 관두고 싶은 이유를 글로 적어 본다.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큰 것부터 작은 것 순으로 줄을 세워보자. 그래서 위에서부터 3가지만 우선 집중을 하자. 모두가 겪는 고민이라면 정면 돌파를 하자. 유난히 나만 그런 것 같으면 역발상으로 해결책을 찾아보자. 예를 들어본다.

- 아침 출근시간에 허덕인다. 30분 먼저 가는 역발상을 하자.

- 괴롭히는 상사나 선배가 있다. 그러면, 출근길에 커피를 한 잔 사서 건네자.

- 진상 고객이 있다. 말 나누기 전에 안부를 물어라. 그리고 커피 한 잔 건네자.

- 동료나 선배 중에 비슷한 고민이 있을 만한 분을 관찰하자. 그리고 질문해 보자.

- 업무시간 중에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쌓이는가? 3개월간 정도만 집중해 보자. 누구나 다 그런 힘든 시간을 지낸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 외에도 숱한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혹시 괜찮으면 필자에게 메일이라도 한 번 보내 보라. 방법을 찾아보자. bridge4k@hanmail.net 이다

(2) 주변과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사직서내고 회사를 떠나는 결정적인 한 마디는 친구들의 말이다. 같은 또래의 말에 귀기울이지 말자. 좋아 보이는 것, 잘 나가 보이는 것, 급여 많이 보이는 것, 나가서 집안의 도움으로 창업 혹은 다른 길로 가는 것들에 눈 감아야 한다. 단언컨데 일정 기간만 넘어가면 본인이 더 강해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냥 푸념하는 정도의 교제 수준이면 충분하다. 크고 작은 SNS도 자제하면 좋겠다. 초기 2-3년에는 절대 하지 말라. SNS활동이 많은 친구들일수록 외로움이나 적응이 힘들어 갈등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일에 집중하게 되면 이런 것을 할 시간이 없는 것이 정상이다.

(3) 누군가 주기적으로 만나 말을 나눌 멘토가 한 명 있으면 좋다.

집안의 삼촌뻘 되시는 분을 찾으면 좋다. 혹은 자주 가는 가게(커피숍)의 직장인 출신의 창업자도 좋다. 종교활동을 하는 곳의 40대 선배 정도면 좋다. 취미활동을 하는 조직에서 구해도 좋다. 친구를 통해서 소개를 받아도 좋다.

단, 약속을 해서 주기적으로 만나는 것이 좋다. 누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더 큰 꿈과 적극성으로 즐거움의 세로토닌을…

(1) 업무 외에 잠시라도 몰입할 거리를 만들자.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좋다. 일종의 취미생활을 말하는 것이다. 매일 혹은 주간단위로 즐길 수 있으면 좋다. 머리 쓰는 것도 좋겠지만 활동성이 있으면 더 좋겠다. 영화, 음악, 공연, 전시회, 트래킹, 필라테스, 수영, 등산, 자전거 하이킹, 요리, 용품수집 등이 되겠다. 길게 보며 해외여행 계획도 세우며 경비를 모으는 것도 좋다. 틈나는 대로 여행지에 대한 공부 등도 좋을 것이다.

몇몇이 어울리는 운동이 되어 경쟁을 하고 승부를 거는 활동도 좋다. 팀웍도 다져지며 인간관계를 잘 하는 효과가 있다. 종교활동이나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좋다.

그러면서 가급적 내용이나 방법,결과,소감 등을 블로그나 별도의 미니 홈페이지 등을 만들어 구성해 보는 것도 좋다. 발전된 앱(예,브런치) 등을 찾아 올려보는 것도 좋다. 최근에 들어 이런 개인 활동이 시간이 지나면서 전문가로 인정받고 주변에서 알아주기만 하면 새로운 돈벌이가 되기도 한다. 남들이 잘 안하며 구체적이고 디테일할수록 좋다

(2) 본인 업무분야 또는 연관부분을 찾아 깊은 연구를 하여 본다. 취업준비 할 때 장기비전 등도 정했겠지만 구체적이질 못했을 것이다. 직장을 경험하면서 제대로 만드는 것이 좋다. 친구 아들 같은 경우는 금융에 대한 역사, 미래 발전 방향, 블록체인 등도 공부를 해 보라고 권했다. 책을 구입하든가 관련 다큐나 잡지 등을 보는 것도 좋다. 약간 소프트한 소설이나 영화,드라마 등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필자의 자녀들이 걸어 온 길

딸 둘이 직장생활을 걸어 온 길이 새삼스럽다.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했다. 큰 애는 중소기업에서 크고 작은 사건으로 힘들어 했었다. “3년은 지내보자. 그래야 이겨낸 자부심으로 다음 직장에서 자부심을 갖는다. 참는 것은 잘 나고 못 나고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성장통으로 생각하자”고 달래며 대화상대도 되어 주었다. 무난히 마치고 대기업으로 이직을 했다. 입사 후 3년 직장생활 중에 결혼도 했다. 지금은 퇴직하고 가사에 전념하고 있다. 참고 지냈던 자부심이 삶에 큰 밑천이 되어 보인다.

작은 딸도 4년간의 직장생활에 많은 고비가 있었다, 힘들어 할 때 내가 친구가 되려고 노력해 보았다. 퇴근 시간이 늦는 일이 잦다. 그럴수록 응원한다. 대화 상대가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는 한 마디 “아빠도 2-3년주기로 관두고 싶은 강한 유혹을 느꼈다. 그 때마다 다짐했던 나만의 각오, 관두더라도 최고 몸값 나갈 때 사표낸다. 그 자부심으로 살아 가련다.”

 

마지막으로 남은 두려움…

요즘 은행들이 난리다. 파생상품 잘 못 팔아서…

선배들의 탐욕 결과를 지금 창구의 신입 직원들이 몸으로 막아내는 형국이다. 기막힌 일이다.

참고 버텨보라고만 하기는 너무 염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