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데이터 센터 설립을 위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통해 초연결 시대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처리하는 프로세스가 핵심으로 부각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 삼성SDS의 데이터센터가 보인다. 출처=전현수 기자

국내 기업 데이터 센터 건설 ‘붐’

삼성SDS는 지난 20일 춘천에 새로운 데이터 센터를 개소했다. 국내에만 5번째며 해외를 더하면 15번째다. 삼성SDS는 추후 경기도 동탄에도 데이터 센터를 설립해 막강한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각오다.

삼성SDS의 춘천 데이터 센터는 2층 규모로 설립됐으며 ‘Y’자 형태다. 1층은 각종 기반시설이 운영되고 2층엔 서버룸이 있다. 옥상에는 180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갖췄으며 SDDC 기반 데이터 센터로 가동될 전망이다.

클라우드 경쟁력 확보에 방점이 찍혔다. 삼성SDS는 현재 관계사 클라우드 전환·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클라우드 대외사업에 본격 진출해 현재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21만 여대의 가상서버를 운영 중이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플랫폼은 물론 삼성SDS PaaS (Platform as a Service), 삼성SDS SRE(Site Reliability Engineering) 등 다양한 솔루션도 가동하는 중이다.

삼성SDS 데이터 센터혁신팀장 최희주 전무는 “(자사는) 최고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해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이에 기반하는 데이터센터도 혁신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SDS 윤심 클라우드사업부장(부사장)은 “클라우드 IT인프라와 더불어 고객의 업무시스템까지 클라우드에서 최적화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하겠다” 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이미 춘천에 데이터 센터 각을 가동하고 있다. 삼성SDS와 네이버가 춘천에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는 이유에 시선이 집중된다. 지리적, 환경적 요인이 크다. 데이터 센터는 일반적으로 열을 많이 발생시키며, 춘천은 평균 온도가 타지역에 비해 낮고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최적의 데이터 센터 요충지로 꼽힌다.

제2의 데이터 센터 각을 위한 로드맵도 가동되고 있다. 경기도 용인의 약 13만㎡ 부지에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지으려고 시도했으나 주민의 반대로 무산된 상태에서, 새로운 부지를 찾아 데이터 주권 확보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이 역시 NBP를 중심으로 하는 클라우드 로드맵의 연장선이다.

호응은 뜨겁다. 136개 의향서가 쇄도했으며 그 결과 96개의 지자체 및 민간사업자가 최종 제안서를 보내며 본격적인 데이터 센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네이버는 부지 선정 막바지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정보통신도 국내 데이터 센터 확충에 나서고 있다. 4번째 국내 데이터 센터며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신세계아이앤씨도 데이터 센터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 춘천 데이터 센터 각이 보인다. 출처=네이버

글로벌 기업도 속속 참전

글로벌 기업도 국내 데이터 센터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글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내년 초 국내에 데이터 센터를 열어 다양한 로드맵을 보여준다는 각오다. 구글 서울 데이터센터는 아시아·태평양에서 8번째다.

이지영 구글 클라우드 한국 총괄은 “구글 클라우드 사업에서 한국은 중요한 파트너”라면서 “구글 클라우드는 고객과 함께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글은 10억명이 넘는 이용자를 가진 서비스가 8개 존재하며, 많은 인프라를 통해 운용한 노하우가 있다”면서 “인공지능 시대의 가장 적합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지영 구글 클라우드 한국 총괄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구글

구글은 지난해만 해도 국내에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서울 삼성동에서 구글 클라우드 서밋 2018이 열렸을 당시 구글은 국내 데이터 센터 설립을 공언하지 않았다. 대신 스마트 타운 전략이 나왔다. 미래형 도시를 위해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일종의 도시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스마트 빌딩 솔루션으로 에너지 모니터링과 온도 조절장치 등 사물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고 네트워크, 프로토콜, 하드웨어 기술을 바탕으로 주거 환경 솔루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상윤 LG전자 B2B사업그룹 부사장은 “정보의 공유와 기기의 연결을 통해 미래형 스마트 타운을 건설할 예정이며 국제업무단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올해 4월이다. 2020년 초 서울에 신규 GCP(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리전(region)을 개설하는 방안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구글은 4월 1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19에서 서울 리전 개소를 선언했으며, 이를 통한 클라우드 인프라 강화를 천명했다.

▲ 구글의 데이터 센터 확장전략이 보인다. 출처=갈무리

서울 GCP 리전은 처음부터 리전 내 3개의 영역을 가동하여 애플리케이션의 고가용성을 지원할 예정이다. 컴퓨트 엔진, 쿠버네티스 엔진(Kubernetes Engine), 클라우드 스토리지, 클라우드 빅테이블(Cloud Bigtable), 클라우드 스패너(Cloud Spanner), 빅쿼리(BigQuery) 등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의 모든 핵심 제품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한국에는 삼성, 넷마블, 티몬 및 LG CNS와 같은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을 사용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의 리전은 2017년 열렸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테크놀로지 센터 서울(Microsoft Technology Center Seoul)도 등장한 가운데,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통의 강자인 AWS는 현재 국내에 복수리전을 운영하는 중이다.

데이터베이스의 강자 오라클도 나섰다. 오라클은 2세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인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서울 리전의 개소를 발표하며 차세대 데이터 센터 설립을 약속했다. 5월 서울에서 데이터 센터 가동에 들어가는 한편 추후 춘천에 새로운 데이터 센터를 연다.

탐 송(Tom Song) 한국오라클 사장은 “최근 오라클 자율운영 데이터베이스와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라며 “앞으로 기업고객들에게 일관된 높은 성능과 서비스 수준, 비용 효율성을 제공할 것이다. 오라클은 국내 기업들이 데이터 중심의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환경으로 나아가는 여정에 필요한 수요를 충족하고, 이를 통해 진정한 혁신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 클라우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출처=갈무리

데이터 센터 붐..왜?

기업들이 속속 데이터 센터 건설에 뛰어드는 이유는,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5G 최초 상용화를 통해 데이터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점도 눈길을 끈다. 다양한 클라우드 솔루션들이 속속 베일을 벗는 이유다.

결국 클라우드가 핵심이다. 5G 시대가 오며 데이터 확보 및 운영, 나아가 기업 전반의 가동 로드맵 모두 클라우드에서 작동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데이터 센터 설립 ‘붐’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 지점에서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AWS는 약 30% 수준의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가 13%를 유지하고 있다. 구글은 8%의 점유율로 맹추격하고 있다. AWS가 여전히 질주하는 가운데 클라우드 기반의 스태디아 게임 플랫폼으로 업계를 놀라게 한 구글은 최근 빅데이터 솔루션 기업 루커를 26억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했으며 일래스티파일도 쓸어 담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 로드맵으로 클라우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라클과 손을 잡아 눈길을 끈다. 두 회사는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 제휴를 맺었으며 애저와 오라클 클라우드에서 동시에 워크로드가 가동되는 것이 골자다. 데이터베이스 시장이 클라우드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오라클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새로운 동력을 창출할 수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생태계 외연 확장에 시동을 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 클라우드 존재감을 키우는 상황에서, 5G 허브인 국내에서 데이터 센터 확충을 위한 행보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클라우드 시장의 팽창 및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데이터 센터 확장 전략을 꾀하고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 네이버 행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클라우드 전략을 내세우는 한편, 데이터 주권의 개념까지 덧대고 있다. 타사의 경우 글로벌 사업자와의 협력이나 클라우드 서비스 자체에 집중하는 성격이 강하지만 네이버는 자사 중심의 데이터 센터 설립과 확충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네이버라는 거대한 ICT 플랫폼을 통해 창출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적절히 활용하는 한편 그 경쟁력을 NBP에 몰아주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국내 대표 ICT 플랫폼인 네이버의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지킨다’는 프레임을 내세우고 있다.

한편 국내에 데이터 센터 설립을 위한 각 플레이어들의 행보가 빨라지는 가운데, 그 후속효과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어 눈길을 끈다. 현재 국내는 물론 국외에도 데이터 센터 설립을 위한 전략적 행보가 많아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수요 증가도 기대된다. 나아가 국내의 경우 데이터 센터 유치를 통한 지자체의 경제적 이윤창출에도 관심이 높아지는 중이다. ‘구름 위 거위’인 데이터 센터의 확장일로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