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항공업계를 덮친 투기자본 논란이 사그라들고 있지 않다. 한진그룹을 뒤흔든데 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까지 나선 사모펀드(PEF) KCGI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신생 LCC(저비용항공사)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까지 투자자들과 갈등을 빚으며 비행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항공업계는 투기자본이 유입될 경우 안전문제 등 산업 전반에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 보고 결사반대에 나서고 있다. 

KCGI에 신생 LCC까지… 투기자본 논란에 ‘시끌’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성부 KCGI 대표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한진그룹 경영권 등 논란이 된 사안들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특히, 강 대표는 그간 제기돼온 단기차익만 노리는 이른바 ‘먹튀 논란’과 관련 “메인 펀드는 10년이 넘는 펀드”라며 “회사에 투자해 펀더멘털 개선 없이 어떻게 엑시트(회수) 할 수 있겠느냐”며 의혹을 일축했다.  

강 대표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 업계에선 여전히 KCGI의 항공업 관련 지배력 강화와 진출 등에 대해 끊임없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자본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사모펀드의 최대 목표라는 점에서다. 

▲ 강성부 KCGI대표. 출처=KCGI 유튜브 채널

최근 내홍이 일단락된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도 투기자본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에이프레미아의 경우 지난 3월 김종철 대표 체제에서 사업 면허를 받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항공기 도입 기종, 운용(리스) 방식 등을 놓고 투자자와 갈등을 빚으면서 지난 5월 자진 사임 했다. 이후 심주엽·김세영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 중이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기존 대표를 몰아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투자자를 대변하는 심 대표는 전 휴젤 대표이사로 병원정보시스템 업체 서울리거의 지분 13.55%를 갖고 있는 대주주다. 이 서울리거는 에어프레미아의 지분 9.3%를 보유 중인 대주주다. 심주엽 대표의 ‘사업 동반자’로 알려진 휴젤 공동창립자 홍성범 회장도 에어프레미아에 투자했다. 홍 회장이 지분 100%를 들고 있는 세심은 서울리거의 지분 10.82%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홍 회장은 2017년 휴젤 지분을 베인캐피탈에 매각하면서 약 3000억원의 차익을 거둔 바 있다. 아울러 휴젤의 경영권 분쟁 끝에 지난해 1월 2500억원의 시세 차익을 내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일각에서는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대표자를 내세워 대대적 투자를 받은 후 대표이사를 바꾸고 회사를 팔아버리는 등의 ‘먹튀’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에어로케이도 일단은 기존 대표였던 강병호 대표가 연임하면서 취항 준비에는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다만, 국토부가 에어프레미아에 변경면허 신청을 허가한 선례가 생겨난 만큼 언제든 다시 경영권 분쟁이 생겨날 여지가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에어로케이의 최대주주는 100% 지분을 보유한 에어이노베이션코리아(AIK)다. AIK의 최대주주는 38.6%의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 에이티넘파트너스다. 에이티넘파트너스가 에어로케이의 실질적 최대주주인 셈이다. 

특히, 에이티넘파트너스의 이민주 회장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딜라이브를 MBK파트너스에 매매하는 등 각종 사업에 전략적으로 투자, 1조원이 넘는 부를 거머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기에는 손색이 없지만, 투자금액 보다 많은 금액을 단기간에 회수하기 급급한 사모펀드의 특성상 투기자본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로케이의 경우 여론이 나빠지면서 갈등이 봉합됐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에어프레미아의 변경 면허가 받아들여지면서, 에어로케이의 투자자들도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볼거다. 아마 운항증명(AOC)가 끝나고 난 후부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릴 것”이라 전했다. 

항공업, 끊이지 않는 ‘러브콜’… “어려움 단기적 일 것”

일본 여행 보이콧, 사우디 석유 생산시설 피습 등 예상지 못한 악재가 터지면서 업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지만 항공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러브콜은 식지 않는 모양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렌 버핏이 항공사 지분율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실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항공사의 투자자본수익률을 7.4%로 전망했다. 지난해 7.9%와 비교할 경우 소폭 줄어든 수치지만, 평균자본비용(7.3%)보다는 여전히 높아 매력적인 투자처로 분류된다. 

국내 신규 LCC들이 설립 과정에서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탈(VC) 등의 자본을 끌어들인 게 대표적이다. 특히, 에어프레미아의 경우 지난해 말 받았던 1650억원의 투자의향서(LOI)보다 더 많은 2000억원 규모의 투자의향서를 접수했다고 최근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실사를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 매각에만 3곳의 사모펀드가 참여했다. KCGI와 뱅커스트릿, 스톤브릿지캐피탈 등이다. 

그렇다면 투자업계가 상황이 나쁜 가운데서도 항공업에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수익에 대한 확신이다. 지난 수십 년간 항공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자리매김했다. 유가하락이 지속되면서 고정비용 지출에 대한 부담이 줄었고, 자유무역주의의 확산으로 글로벌 물동량도 꾸준히 늘었다. 세계 GDP 성장이 가파르게 이어지면서 해외 여행객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 글로벌 22개 항공사 영업이익률 추이. 출처=무디스

실제 올초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019년과 2022년 22개 항공사 영업이익률은 평균 8%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디스는 글로벌 승객 수 증가, 저렴한 항공권 가격유지, 브렌트유 하락 추이에 따른 연료비 절감이 안정적인 영업이익률을 창출할 수 있는 기대 요소라고 판단했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돌발 변수가 생기기전인 지난해 말 한국수출입은행이 내놓은 ‘항공운송산업 동향 및 2019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선 여객 운송 9.3% 증가, 국제선 화물 운송 전년대비 4.9% 증가 등 장밋빛 전망이 주를 이뤘다. 

즉, 신규 시장에 진입하려는 투자자들 상당수가 상황이 단기적으로 어려운 것이지 항공업이 구조적으로 꺾였다고 생각하지 않는 다는 것. 

아울러 신규 진입이 어려운 인허가 사업이라는 점도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긴다. 보수적인 항공업의 특성상 신규 진입이 어렵지만, 진입만 한다면 수익을 배로 뻥튀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시각이다. 오너 리스크 등 부정적 요소까지 제거하면 더 큰 이익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경영진과는 다른 목소리로 내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모펀드 등이 앞으로 진행될 국내 산업 재편과 부실기업 구조조정 등에서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아울러 재무 및 산업 전문가가 모인 사모펀드가 경영효율성 제고에 최적화된 전략을 구사하는 만큼 기업 인수 뒤 비용절감이나 사업구조 재편 등을 통한 회생을 일반 기업보다 빠르게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항공업계 “전문성·안전성 떨어져… 수익 최우선 돼선 안 돼”  

실제 강성부 KCGI 대표도 항공업에 뛰어든 이유를 체질개선이라 꼽은 바 있다. 그는 “국내 항공사는 오너들의 잘못된 경영 판단에 따른 높은 부채비율과 과열 경쟁 여건을 만든 정책이 맞물려 사상 초유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기존 업체 간 경쟁을 지양하고, 항공업 위기를 해소하는 연결고리가 되려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투기자본 논란을 바라보는 항공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수익 극대화가 최우선 목적인 사모펀드 등 투기자본이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업에 뛰어들면 안전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골자다. 

대주주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해 정상적 경영이 어렵고 결국 항공 안전과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 경영진 교체 후 기존 사업계획을 이행하지 않거나 지분을 매각하는 ‘먹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항공산업을 사모펀드가 인수해서 좋은 성과를 낸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줘야 하다보니 안전에 투자한다던지, 중고 비행기 팔고 신규 비행기 사고 이런 활동들을 안 하게 될 수 밖에 없다. 부작용이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또한 “항공운송업 외형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최근 몇 년간 흑자를 기록해왔다. 그것만 보면 투자자들이 욕심을 낼만한데, 이는 장밋빛 환상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모펀드 등은 단기적 이윤을 내는 집단이지만, 항공업은 장기적으로 봐야 성공할 수 있는 분야다. 투자자들은 항공산업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단순히 재무재표가 개선될지는 모르지만 비수익자산을 다 정리하는 경우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전했다.

마지막으로 허 교수는 “항공업은 외생 변수가 커서 이에 맞는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하다. 투자자들은 이런 부분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