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겨진 차원, 72.7×50㎝ Mixed media on canvas, 2008

방학이 되면 화실에 나가 데생을 배우고 늘 그림과 함께 지내는 삶이 당연시 되어 버렸다. 홍대에서 주최하는 미술실기 대회에서 상도 타고 가을에 국전 전시를 보러 갈 때면 마음이 설레 가슴이 두근두근하였고 수많은 입상작과 추천 작가들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감동을 받아 마음 안에 홍분을 감출 수 없었다. 결국 나는 홍익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실기실에서 선배를 만나 결혼도 하였다.

화실에 들어갈 때면 먼저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마음을 정돈하고 기도를 드리고, 찬양을 틀어놓고 작업에 임한다. 이것은 언제나 하는 예식 같은 내 방식이다. 물감을 짜놓고 재료를 마련하고 이젤 앞에 앉는 것은 치과에서 여러 가지 도구가 정리 정돈되어야 치료를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준비 과정이다.

▲ 숨겨진 차원, 72.7×60.6㎝ Mixed media on canvas, 2008

서양화 작업은 산모가 아이를 잉태하듯 대작에서 소품에 이르기까지 저절로 순서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항상 이 그림은 ‘망쳤네!’ 할 때까지 붙들고 있다가 어떻게 해결 방법이 나와 그 그림을 완성하게 되면, 나는(CHANG CHI WON,Korean painter Chang Chi-Won,ARTIST CHANG CHI WON,CHANG JI WON,서양화가 장지원,장지원 작가,장지원 화백,張志瑗) 고통의 터널을 지나 종착역에 다다른 행복하고 만족한 표정을 짓는다.

또 어떤 작품은 포기하고 수개월 후나 아니면 1년 후에 다시 꺼내 도전해서 완성하는 일도 허다하다. 또한 어떤 작품은 액자까지 끼웠는데 결점이 보이면 빼내어 고쳐야지 마음이 편안하다. <글=화가 장지원, 계간수필, 2019 여름호 통권96호, 예술가의 수필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