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상을 해보자. CEO인 당신은 요즘 중국시장 진출여부를 두고 한참 고민 중이다. 그런데, “14억 중국 인구 중에서 1%만 차지해도 대박입니다!”라는 낙관적 전망 보고서가 올라왔다. 아마도 당신은 반색하며 이렇게 결정할 지 모른다. “고작 1%? 그건 식은 죽 먹기로군. 당장 중국 진출에 나서야 겠어.”

하지만 그 결정은 치명적 오판이 될 것이다. 기업매출 순으로 1위부터 꼴찌까지 나열하면 종(鐘) 모양의 정규 분포가 아니라 ‘ㄴ’자 형태의 멱함수(power function) 그래프가 그려진다.

英 소프트웨어 개발자 앤디 브라이스(Andy Brice)의 연구 ‘1%의 오류’에 따르면, 시장에 1000개 기업이 경쟁하고 있을 경우 매출 순위 13위에 까지 올라서야 시장 점유율 1%를 차지할 수 있다. 100개 기업이 경쟁하는 시장이라면 19위 정도 되어야 한다. 1% 차지하기란 결코 만만한 게 아니다.

위 사례는 왜 경영자들이 과학책을 읽어야 하는 지를 잘 보여준다. 과학 지식과 그로부터 얻게 되는 통찰력은 복잡한 경영 상황에서 객관적 판단과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독서 블로그 ‘게이츠 노트(The Gates Notes)’에 과학서적들을 유난히 많이 소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빌 게이츠는 왜 과학책을 읽을까>(유정식 지음, 부키 펴냄)에는 과학책을 읽어야 할 이유들이 재미있게 소개된다.

◇야근의 생산성=야근이야 말로 성실함의 지표라고 믿는 경영자들이 있다. 그들은 직원들의 야근이 생산성을 높이고 성과도 향상시킬 것으로 여긴다. 과연 그럴까?

심리학자 데이비드 와그너(David Wagner)는 대학생 96명에게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팔찌를 채워 잠 자게 했다. 이튿날 아침, 42분짜리 강의 동영상을 보여 주고 강의를 평가하도록 했다. 평가 이후 학생들의 집중도를 분석했더니, 전날 밤에 수면이 부족했거나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학생일수록 인터넷으로 딴짓을 많이 했다.

수면 부족은 두뇌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일을 회피하게 만들고 인지적 부담이 덜 가는 방향으로 유도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정크 DNA의 역할=조직 내 우수한 소수가 평범한 다수를 책임진다는 ‘20 대 80 법칙’은 과연 타당할까? 우리 몸을 구성하는 전체 DNA 중에서 98.5%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일명 ‘정크 DNA’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정크 DNA가 실제로는 인간의 성격 발현에 영향을 미치고 손상된 DNA를 수선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발견됐다. 1.5%를 위해 98.5%가 존재하는 엄청난 비효율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인간의 사회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뇌와 침대 매트리스=뇌 과학자 마이클 콘래드(Michael Conrad)는 뇌와 침대 매트리스에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침대 매트리스에서 스프링 하나를 빼내도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뇌도 마찬가지다. 뇌에도 무엇인가가 많이 중복돼 있기 때문에 일부분이 고장이 나도 잘 작동한다.” 우리 뇌는 비효율적이기에 오히려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흔히 조직은 바둑판처럼 질서 정연해야 효율적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고 방식은 산업혁명 당시 학자들의 생각이 오랜 세월 무슨 법칙인 양 수용된 때문이다.

정치학자 척 세이블은 “수직적 조직 구조가 모든 조직에 일반화되고 일종의 신념처럼 정착된 것은 경제 원리상 조직의 보편적인 형태이기 때문이 아니라, 산업 혁명 당시 학자들에 의해 가장 합당한 형태의 조직 구조로 제안되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한다.

◇사회적 비교이론=영장류 학자 사라 브로스넌(Sarah Brosnan)은 원숭이 2마리에게 조약돌을 준 다음 오이를 보여주고, 원숭이들이 조약돌을 돌려줄 때 오이를 건네주는 실험을 했다.

그런 거래방식에 익숙해졌을 무렵 한 원숭이에게는 계속 오이를 주고, 다른 원숭이에게는 별미인 포도를 건냈다. 그 때 오이만 받던 원숭이가 불평등한 거래에 대해 화를 내면서 실험을 중단하고 평소 잘 받아먹던 오이까지 내던졌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공정한 평가와 대우를 받고 있는 지 따지는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ion)’는 특히 인간에게 본능과도 같다.

매트 리들리의 <이타적 유전자>(사이언스 북스 펴냄)에서는 “인류는 강박적이라고 할 정도로 평등주의에 사로잡혀 있으며 이런 경향은 인류가 수렵 채집 사회를 이루며 생활하던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뿌리깊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큰가시고기의 리더십=큰가시고기는 포식자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무리를 지어 다닌다. 앞에 포식자가 나타나면 무리 중 한 마리가 위험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선다.

동물행동학자 맨프레드 밀린스키(Manfred Millinski)의 실험에 의하면 큰가시고기가 앞으로 나서는 행위는 이타적이거나 희생적인 행동은 아니다. 일종의 ‘설득 행동’이다. 실험에서 가장 먼저 나선 큰가시고기는 이후 내가 먼저 나섰으니 다음에는 네가 나서라는 행동을 보였다.

시드니대학교 애슐리 워드(Ashley Ward)교수 실험에서는 무리가 클 경우 여러 마리의 큰가시고기가 앞장서야 무리가 뒤따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조직내 ‘행동 대장’들이 많아야 집단내 회피본능을 극복하고 구성원들을 목표한 방향으로 이끌고 갈 수가 있다.

◇옐로스톤 효과=1988년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산불은 3개월 동안 지속되며 150만 에이커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조사 결과 단 1건의 산불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미국 산림 보호 당국의 노력이 산불 피해를 키운 이유 중 하나였다.

조그만 산불은 밀집한 숲을 솎아 내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산불을 무조건 막다보니 숲 속에 불쏘시개가 될 만한 죽은 나무와 마른 나뭇잎이 쌓여갔고 나무들은 과밀상태가 되면서 작은 불씨에도 걷잡을 수 없는 대형 산불로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옐로스톤 효과’가 밝혀지면서 미국 산림 보호 당국은 작은 산불은 굳이 끄지 않았다. 통제할 수 있을 만큼의 작은 불을 일부러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