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장기채 금리가 하락한 틈을 타 대규모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한동안 주춤했던 사모 채권시장도 다시 활기를 띄는 모습이다.

이번주(9월3주) 국내 사모채 시장에서 자금조달한 기업은 아시아나항공, 삼성중공업, 하림, 한신공영까지 총 4곳의 기업이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공모채, 사모채 시장에 등장한 기업 대부분 전년 대비 회사채 발행 규모를 확대해 장기적으로 활용할 기업운용자금을 미리 확보하는 모습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달 한화(주)와 SK(주)가 각각 1500억원, 3200억원의 자금조달을 마쳤고, 두산(주)와 풀무원도 각각 550억원, 7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완료했다.

이번주 SK(주)는 3년만기(1300억원), 5년만기(1200억원) 회사채를 각각 1.622%, 1.755%의 금리로 발행했고, 10년물인 장기 회사채(700억원)도 1.844%의 금리로 모두 1%대 금리로 발행을 확정해 조달비용을 크게 절감시켰다. 투자(IB)은행 업계 관계자들은 “우량 등급 기업들이 회사채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측해 차환계획 이외에 장래 자금운용할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주)는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1500억원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차환하고 나머지 1700억원은 단기차입금을 상환한다. 특히 이달 차환하는 회사채의 금리가 각각 3.35%(1000억원), 3.39%(1000억원)으로 3% 대금리를 1%대 금리로 대환하는 만큼 조달비용을 대폭 절감했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번주는 A등급의 기업들로 분류되는 국도화학, SK가스, 한화홀딩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롯데칠성음료 등이 수요예측을 진행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에만 두차례 공모채 시장에 등장해 눈길을 끈다. 항공기 엔진 제작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1500억원까지 증액 발행 가능성을 열어 두고 차환대금(1000억원) 이외에 시설자금 대출상환을 계획하고 있다. 해당 기업은 지난 2016년 산업은행으로부터 500억원의 시설자금 대출을 받았다. 

한화에에로스페이스는 올해 4월 공모채 시장에서 2%대로 자금조달하고 증액 발행되면서 차환대금 외 KUH(Korean Utility Helicopter)의 3차 양산 자재구매 대금(412억원)을 GE에 지급했다.

이번 주 사모채 시장도 활기를 띄고 있다. 아시아나항공과 삼성중공업은 이달 각각 90억원, 500억원의 자금조달을 마쳤고, 하림과 한신공영은 각각 600억원, 24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완료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공모채 시장보다 사모채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로 방향을 틀었다. 삼성중공업이 가장 최근 공모채 발행을 진행한 시기는 2015년 2월이다. 사모채 시장의 경우 복잡한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고 비교적 단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기업들은 자주 활용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업 불황이 닥친 2016년 상반기에 신용등급이 1Notch씩 하향 조정된 BBB+(부정적) 등급을 부여받았고, 현재까지 해당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이달 자금조달 한 이유는 지난해 사모채 시장에서 발행한 750억원의 회사채를 차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은 이달 500억원의 자금조달으로 2020년 상반기까지 차환해야 할 회사채 300억원을 우선 상환하고 나머지는 운용자금에 사용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