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5일까지 오징어버거(왼쪽)와 함께 할인 판매되는 클래식치즈버거도 주문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롯데리아가 3년 여 전 단종시킨 뒤 창립 40주년을 맞은 올해 재출시한 ‘오징어버거’를 먹어봤다. 오징어버거의 차별화한 맛을 느껴보니 롯데리아 버거 역사에서 다시 현실로 소환된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오징어버거는 2004년 하반기 ‘불타는 오징어버거’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가 2008년 이후 오징어버거로 이름이 바뀌었고 2016년 하반기 판매 중단됐다. 이번 오징어버거 가격(3400원)은 그간 출시가의 평균치보다 약간 높은 수준을 보인다.

불타는 오징어버거 당시 4000원에 출시됐다가 2008년 2500원, 2014년 2300원까지 인하했고 2015년부터 단종될 때까지는 2000원에 판매됐다. 가격 기준 상품 포지션이 당초 중급 수준에서 저가 라인업으로 전환됐다.

이번 가격은 실속형 버거 메뉴로 꼽히는 데리버거(2500원)나 치킨버거(2700원)에 비하면 높고 불고기버거·새우버거(3800원)보다 약간 낮다. 롯데리아는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단종되기 전 제품보다 속에 들어가는 야채의 양을 늘리고 패티 크기도 확대함으로써 이번 가격을 구성했다.

단종되기 전 오징어버거를 보거나 먹어보지 않았고 이번에 증량된 오징어버거를 처음 확인했다. 높이나 지름은 클래식치즈버거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들었을 때 묵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홍색 사우전드 아일랜드 소스 묻은 양상추가 빵(번) 바깥으로 삐져나와 보일 정도로 풍부하게 첨가됐고 한 입 베어 무니 보기에도 맵싹해보이는 붉은 색의 오징어 패티가 들어있었다.

▲ 오징어버거의 단면. 패티와 양상추, 소스 등이 풍부하게 첨가됐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빵을 부드럽게 지난 뒤 양상추에서 아삭함을 느꼈고 패티에서는 적당히 익어 단단한 튀김옷이 바삭했다. 여기까지는 튀김 패티가 쓰인 다른 버거와 비슷한 식감이지만 패티 속 내용물에서 고유의 씹는 맛이 느껴졌다. 패티 속 손톱 반 만한 크기의 오징어살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쫄깃했다. 새우버거의 식감과 비교해 입안에서 더욱 오래 씹히며 기타 재료들의 맛과 함께 풍미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오징어버거 맛을 대표하는 매운 맛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강했지만 알싸한 느낌이 덜해 부담없다. 패티 튀김옷과 사우전드 소스가 곁들여짐으로써 느끼함, 맵싹함 등 두 가지 맛의 균형이 잘 이뤄졌다.

식감이나 맛의 밸런스에서 오징어 향의 비중이 적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패티만 따로 먹어보면 느껴지는 오징어 맛이 번과 야채, 소스 등 다른 구성 요소의 강렬한 풍미에 묻힌다.

200만명에 가까운 롯데리아 고객들이 투표해 당당히 1위에 오른 오징어버거는 최근 판매되고 있는 버거 제품에 뒤지지 않는 매력을 갖추고 있다. 역사에 묻히기 아쉬운 존재감을 지닌다. 롯데리아는 단종 당시 고객 선택폭을 다양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원재료를 사용한 버거 메뉴를 판매했지만 식자재 신선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불가피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안전하고 경쟁력 있는 먹거리를 제공하려는 의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지만 오징어버거의 팬덤(fandom)을 감안하면 아쉬움은 남는다. 롯데리아가 이번 한정 판매를 계기로 많은 고객들의 추억을 상기시켜 주고 더 큰 즐거움을 선사해줄 수 있는 후속 상품에 대한 영감도 얻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