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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보다 무서운 치매, 진정한 '극복의 날' 언제쯤?치료제 개발·뇌은행·치매국가책임 등 치매 극복 한마음
   
▲치매 극복을 위해 국가와 사회의 전폭적인 지원과 도움이 필요하다. 출처=정책공감

[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명이 늘어나면서 고령화라는 또 다른 문제와 맞서게 됐다. 특히 노년의 삶을 죽음보다 끔찍하게 만드는 치매의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치매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세계적으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우리나라에서 그 양상이 두드러진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인구 중 치매환자 수는 74만 8945명이다. 치매 유병률은 10.2%로 고령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환자에 해당한다. 치매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약 2095만 원이다. 총 치매 관리비용은 약 15조 6천억 원으로 GDP의 약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치매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부담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더는 개인과 가정의 문제로만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치매 극복을 위해 국가와 사회의 전폭적인 지원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50년까지 치매환자 1억5200만 명

치매는 인지능력 장애로 올 수 있는 질병을 통칭하는 용어다. 정상적으로 생활하던 사람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뇌 기능에 손상을 입으면 여러 인지능력에 장애가 생겨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과거에는 치매를 망령, 노망이라고 부르면서 노인이면 당연히 겪게 되는 노화 현상 정도로 치부했다. 하지만 최근 많은 연구를 통해 분명한 뇌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환자는 약 5000만 명에 달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데, 60세 이상 인구에서 약 8%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인해 2050년까지 치매환자가 1억 5200만 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치매환자 수(2015-2050년). 출처=국제알츠하이머협회

치매의 심각성이 커지면서 WHO는 지난 5월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을 줄이기 위한 예방 지침을 발표했다. 주요 예방 지침은 ▲신체활동(규칙적인 운동) ▲금연 ▲영양 관리 ▲알코올 남용금지 ▲인지기능 훈련 ▲적극적인 사회활동 ▲체중 조절 ▲고혈압 관리 ▲당뇨병 혈당 조절 ▲이상지질혈증 관리 ▲우울증 관리 ▲청력손실 관리 등이다.

현재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그동안 화이자, 머크, 로슈, 존슨앤드존슨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무기로 치매 신약 개발에 나섰지만 임상 시험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치매 치료제는 다른 치료제에 비해 실패 확률이 높고 개발이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알츠하이머 완화제 '나멘다'(성분명 메만틴)가 미국 FDA로부터 승인받은 후 지금까지 새로 허가된 사례가 없을 정도다. 나멘다도 치매 증상을 완화할 뿐 진행을 멈추거나 완치시키는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치매에 대한 명확한 원인규명이 어렵고 여러 기술적 한계 등으로 치료제 성공 확률이 매우 저조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치매 극복을 위한 제약사들의 도전은 멈추지 않고 있다.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의 경우 점차 병태생리가 밝혀지면서 치료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도 치매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치매치료제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동아에스티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치매치료제 후보물질 `DA-5207`의 임상 1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일동제약은 천연물 기반 치매치료제 후보물질 'ID1201'의 임상 3상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포기한 치매치료제 개발을 국내 제약사가 성공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돈보다 '뇌'

치매 연구가 어려운 이유는 사람의 뇌를 활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뇌 연구는 쥐와 원숭이 등 포유류의 뇌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인간의 뇌까지 연구 · 분석하지만 한계가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나 자폐증, 뇌전증 등 뇌질환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인간의 뇌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DNA를 분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간의 뇌를 보존·분양하는 '뇌은행'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뇌연구원과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에서 각각 뇌은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2014년 한국뇌연구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뇌은행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아산병원, 강원대학교병원 등 권역별 뇌은행 5개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5개 뇌은행을 하나로 연결하는 ' 한국뇌은행 네트워크'를 구축해 다양한 뇌 자원 정보를 통합 관리 중이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소아뇌를 포함한 사후 뇌자원 100례를 수집했으며, 각 협력병원 뇌은행에 보존하고 있다. 또 총 795명이 사후 뇌기증희망에 동의했다.

   
▲ 치매 뇌조직은행 운영체계 및 흐름도. 출처=질병관리본부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은 치매 연구 활성에 초점을 맞춘 '치매 뇌조직은행' 사업을 2016년 8월 착수했다. 현재까지 3개의 뇌조직은행을 운영해 전뇌조직 81례, 뇌기증희망자 671명을 확보했다. 치매 뇌조직은행 3개소는 공통적으로 뇌기증희망자를 대상으로 뇌연구자원을 수집하고, 사망 시 뇌부검을 통한 뇌구득을 수행한다. 뇌연구자원은 신경심리검사, 혈액검사, 자기공명영상법(MRI) 등 뇌영상을 활용한 임상 연구자료와 혈액, DNA, 뇌척수액 등 인체자원을 일컫는다. 수집된 뇌연구자원은 질병관리본부 웹기반 임상연구 관리시스템을 통해 관리되며, 향후 국립인체자원은행에 기탁해 치매 연구자들에게 분양된다.

전문가들은 뇌은행 사업을 통해 뇌연구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확보하고, 국내 치매 연구 활성화를 위한 국가 치매 관리정책 수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법률 개정 미비로 뇌 활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뇌은행의 주된 역할인 뇌조직 분양과 관련해 법률적 근거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뇌은행 및 소속 병원 외에 뇌조직의 양도가 금지돼 있다. 따라서 뇌 연구 활용에 제약을 주는 '시체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시체해부법)' 개정이 요구되고 있다. 시체해부법은 지난 1월 개정안이 발의된 후 7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다. 뇌은행을 통한 치매 연구는 시체해부법에 ‘생명의과학 연구’ 목적의 연구자에게 뇌 분양이 가능하다는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마련된 뒤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치매 고통 대신 떠안는다

치매가 사회적·경제적 문제로 확대됨에 따라 정부가 직접 치매 극복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 9월 18일 치매환자와 가족이 떠안는 고통과 부담을 대신 책임지겠다는 의미에서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했다. 올해 시행 2년째를 맞은 치매국가책임제는 고령사회에 대비하고 건강하고 품위 있는 노후 생활을 보장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치매에 대한 맞춤형 사례관리, 의료지원, 장기요양서비스 확대 등 치매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들이 추진됐다.

   
▲치매국가책임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복지정책 중 하나다. 출처=청와대

2017년 이후 전국 256개 보건소에 치매안심센터와 치매안심병원이 생겼다. 치매 여부를 검진·상담하고, 치매예방 및 치매쉼터 프로그램, 사례관리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 치매가 확인되면 전문기관에 치료를 연계한다.

지금까지 262만 명이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했다. 이중 치매환자는 43만 명이다. 환자가족들도 센터 내 설치된 가족카페에서 치매 정보를 나누고 치매환자를 돌보는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가족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의료비 부담도 크게 줄었다. 건강보험 제도를 개선해 중증치매환자의 의료비 부담 비율이 최대 60%에서 10%까지 낮아졌다. 신경인지검사나 자기공명영상법(MRI) 등 고가의 치매 검사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신체적으로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을 위한 장기요양서비스도 확대됐다. 지난해 1월 ‘인지지원등급’을 신설해 그동안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지 못하던 경증치매환자도 장기요양 등급을 받아 주야간보호시설에서 인지기능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약 1만 3천명이 인지지원등급 판정을 받았다.

   
▲18일 서울 코엑스 열린 제10회 치매극복의 날 기념식에서 참가자들이 치매국가책임제를 선포하고 있다. 출처=보건복지부

치매환자에 특화된 치매전담형 시설을 확충한다. 최근 5년간 공립요양시설이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치매전담실이 있는 공립시설 총 130개소를 단계적으로 신축할 계획이다. 현재 39개소에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앞으로 치매 극복을 위해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2028년까지 치매의 원인과 진단, 예방, 치료기술 개발에 2천억 원을 더 투입하기로 했다. 또 전국 공립요양병원 55곳에 치매전문병동을 설치하고 치매 환자를 돌보는 돌봄 인력의 처우 개선에도 힘쓸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지난 2년간 국가적인 치매대책과 성과에 대해 현장방문 등을 통해 치매환자와 가족들로부터 격려와 조언을 들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치매국가책임제가 보다 내실 있게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  jway0910@econovill.com  |  승인 2019.09.22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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