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임관호 기자] # 장면 1. 요즈음 아파트 입주에 앞서 집단대출을 받으러가면 벌어지는 은행창구에서의 진풍경. 나이드신 고객은 고성을 지르고 계시고 젊은 창구직원은 난감한 표정으로 그 고성을 받아넘기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은행 측은 대출을 받으려면 세대에 포함된 연로하신 부모님과 유학 중인 자식들이 내방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고객은 "내가 내 집으로 대출을 받는데 왜 우리 부모님과 자식들이 내방을 해야 하느냐"라고 언성을 높이는 상황이다. 누가 들어도 이상한 내용을 갖고 상관없는 두 분이 진땀을 빼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집단대출을 받으려면 전 가족이 은행으로 출동을 해야 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이 부분이 확인되지 않으면 대출이 어렵다는 논리는 참 이상하다. 대출자의 가족이 연대보증을 서야 하는 걸까.

‘등본상 직계존비속, 성인은 신분증 지참 내방하셔야 합니다’. 집단대출 대출차주(신청자) 안내서류 하단에 이 한 줄이 쓰여있다. 가장 밑에 있어도 위력은 상당하다. 이 점이 해소가 안되면 대출심사가 어려운 모양이다. 부동산 대출 규제와 이 규정은 무슨 관계가 있길래 그러는 것일까. 1가구 2주택은 전산망에서 확인이 가능할 텐데 왜 굳이 내방하라고 하는 걸까. 요양원에 계신 아버님과 병원에 계신 어머님은 집단대출 받을 때 반드시 집에 계셔야 하고 공부하는 딸내미는 이를 위해 유럽에서 입국해야 한다. 출입국 신고는 왜 띠어 오라고 하는 건지. 도저히 이해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자식이 하나 더 있으면 불편은 배가된다. 군대 간 아들도 휴가를 내고 은행에 방문해야 한다. 대출 신청 서류뭉치에 한참을 사인해야 마무리된다. 그 많은 서류를 다 읽어보려면 하루 전에 서류를 가져가서 읽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규제혁파 라기보다 규제 만들기의 달인들이 기가 막히게 규제를 만들어놓은 모양새다. 그런데 그저 만들기만 했을 뿐 멋있는 규제는 안 보인다. 건수로는 기네스북에라도 등재를 하면 어떨까.

#장면 2. 한 세무사가 양도세 신고 업무를 기피하는 세무사들이 늘고 있다고 토로한다. 1가구 2주택에 대한 부분이 하도 많이 바뀌어 양도세 신고 시 실수라도 하면 개인 배상 소송이 들어오는 등 복잡해지기 때문에 되도록 맡지 않으려 한단다. 자주 바뀌는 부동산 대책으로 세법도 수시로 바뀌면서 세무사들도 공부하지 않으면 큰 경을 친다는 이야기다. 그는 요즈음 세무서는 양도세 신고를 하면 모두 1가구 2주택이라고 전제를 하고 부정적으로 뜯어보기 때문에 실수를 한 가지만 해도 그대로 중과세가 된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9억원짜리 양도세를 3천만원에 신고했다가 그대로 9억원의 양도세를 때려맞은 사례까지 벌어져 세무사 업계에서는 주택 양도세 업무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단다. 다소 과장된 부분도 있겠지만 최근의 부동산 대책 변동 횟수로만 보면 일리가 있다. 그래서 겁이 나 집을 팔지 않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도 한다. 이렇게 되면 주택 공급을 더 늘려야 하지 않을까. 집을 몇 채씩 갖고 계신 분들이 팔아야 공급 물량 숨통이 트이는데…. 최근 주택 증여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부동산 대책의 또다른 부작용인 건 틀림없는 것 같다. 공급을 확대한다며 기존 공급물량을 가둬두는 쪽으로 대책이 나오는 것은 뭘 노리는 걸까.

정부는 15번째 대책을 마치고, 16번째와 17번째 대책도 예고했다. 시장을 단단히 협박하고 싶은 모양이다. 15번째 대책까지는 사실상 전패했다. 15전 15패, 국토교통부 아니 대한민국 경제팀의 부동산 대책의 전적이다. 이쯤 되면 경제팀의 수장은 당연히 내려와야 하지 않을까. 초등학교 반장도 어떻게 책임지는지는 안다. 15번이 문제가 아니라 이미 이 정도의 숫자가 거론되면 그 피해 규모는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숱한 대책에도 시장은 기대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으니, 대책이 통하지 않는 원인이 무엇인지 헤아리지 않아도 된다는 싸인으로 오해한다.  

‘다음 반기에는 효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때문일까. 또 기다려달라고 읍소하지말고 제대로 준비하고, 제대로 시장분석하고, 제대로 기획하고, 제대로 대책을 만들어서 딱 한번이라도 제대로 해볼 의사는 없는지 되묻고 싶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에 사는지 모르겠지만, 관련규제와 법을 통과시켜주는 여의도 분들의 집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수많은 대책에도 꿈쩍도 안하는 시장에 오히려 윽박지르기만 하고있다. 도대체 어느나라에서 수입한 대책을 마구 사용하는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다. 이런 까닭때문에 부동산시장이 더 왜곡되고 꼬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금 15억을 들고 있어야 아파트 한채를 분양 받을수 있는 현실을 만들어놓고 서민을 위한 대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 

집없는 서민들은 이런 현실에서 무슨 꿈을 꾸고 살아갈수 있는건지, 임대아파트만 만들어서 임대에 살게 해주면 모든것이 해결되는 것인지, 서민들은 임대아파트에만 살라는 의미인 건지, 유주택자들에게는 고정금리로 싼 대출로 갈아타라는 정부의 현 모습이 국민들에게 모럴해저드를 하라고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장면 3. 비싼 집을 사면 그만큼 세금을 많이 메기고 싼 집을 사면 세금을 적게 내게 하는 게 어떨까. 왜 비싼 집은 시가와 공시가의 갭을 싼 집보다 더 크게 만들어 놓은 것일까.  한집에서 오래 살았으면 그만큼 세제혜택을 줘서 실거주자의 부가가치를 키워주면 되고, 투기용이나 투자용으로 구입했다면 그만큼 세금을 더 메겨서 투자이익 일부를 무주택자 지원을 위해 사용하면 된다. 이 심플한 법칙이 왜 이행하기 힘든가. 도대체 누가 무서워서 이 간단한 과세의 기본 원칙을 계속 미루고 있는 건가. 부동산 대책,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이제라도 기본으로 돌아가는 건 어떨까. 꼬이고 꼬인 부동산 대책부터 원점에서 다시 풀어야한다. 그리고 정비해야 한다. 시장을 제대로 정상화할수 있는 기본에만 충실한 대책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