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겨진 차원, 162.0×130.3㎝ Mixed media on canvas, 2013

여백이나 주대종소법과 같은 동양의 전통적 화법에 기대고 있는 그의 화풍은 비록 의식적인 행위의 결과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의 회화세계가 가지는 정체성의 문제를 보여주는 단면들이다. 이미 진부해진 명제이긴 하나 전통을 오늘의 상황에서 재해석하는 일이 이 시대 작가들에게 맡겨진 소임이라고 한다면, 장지원은 이러한 문제를 조용히 실천해 가고 있는 것이다.

장지원의 그림에서 확연히 눈에 띄는 것은 화면의 마티에르이다. 아크릴릭 칼라를 중첩해서 바르는 그의 기법은 물감의 두터운 물질감을 느끼게 한다. 마치 판지로 콜라쥬한 것 같은 두터운 마티에르는 새, 나무, 꽃 등 주된 소재에 집중돼 있는데, 이러한 돌출감은 보는자의 시선을 끄는 요소가 된다. 그의 그림 일부에서 보이는 오브제적 요소는 이러한 특성을 더욱 진전시킨 것이다.

▲ 숨겨진 차원, 27.3×22.0㎝ Mixed media on canvas, 2013

우드락을 캔버스의 표면에 부착한 뒤 그 위에 거대한 꽃을 그린 근작은 최근에 나타난 새로운 시도이다. 그는(CHANG CHI WON,Korean painter Chang Chi-Won,ARTIST CHANG CHI WON,서양화가 장지원,장지원 작가,장지원 화백,張志瑗) 이러한 시도를 통하여 화면을 더욱 단순하게 만드는 동시에 상징성을 배가하며 여백의 의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회화에 대한 그의 실험정신은 다수의 소재를 사상(捨象)시키고 꽃과 새라는 단순한 소재에 집중하는 근작에 잘 드러나 있다. 장지원의 예술적 재능이 잘 나타나 있는 이 몇몇 근작이야말로 그의 회화세계가 지는 지향성을 예측케 하는 바로미터가 아닌가 한다.

△윤진섭/미술평론가, 호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