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2022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대비에 보험업계가 분주하다. IFRS17 도입 시 보험사 부채 평가방식이 변경되고 리스크관리 부담과 요구자본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여러 보험사들이 관련 회계결산시스템 구축 작업을 마무리 짓고 있으며, 보험계리사 영입 경쟁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향후 증가할 자본 부담에 채권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 릴레이도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한생명이 지난해 5월부터 진행한 ‘IFRS17 구축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기존의 산출방식과 IFRS17에 적용되는 산출방식을 병행한 결산시스템을 오픈했다.

신한생명은 구축 프로젝트에 150여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결산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이고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수의 IFRS17 관련 전문 파트너를 프로젝트에 참여시켰다.

신한생명은 계리·회계·경영·리스크관리 등 각 부문별 전문회계법인이 참여한 가운데 사전 컨설팅을 진행하고 마스터 플랜을 수립했다. 이를 바탕으로 업무 전반을 포괄하기 위해 계리모델·가정관리·계리결산·리스크관리·회계정책·재무결산·인프라/DW·관리회계 등 총 8개의 프로젝트로 진행해, 정확도를 높인 결산시스템을 구축했다.

여타 보험사들도 IFRS17 결산시스템 구축 준비에 한창이다.

더케이손해보험은 최근 IFRS17 회계결산시스템 구축을 위한 통합 정보계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노후 장비를 교체해 운영 안정성을 강화하고, 핵심 업무시스템을 고도화 하겠다는 방침이다.

KDB생명은 지난 6월 IFRS17 시스템 구축 사업자로 아시아나IDT를 선정했다. 안정적인 시스템 도입의 초석으로 IFRS17 현금흐름산출시스템 및 기초데이터산출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

현대해상은 IFRS17 통합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 한영회계법인과 IFRS17 통합시스템을 구축했다.

KB손해보험은 올해 안에 경영·회계부문에 대한 시스템구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계리부문 시스템 구축 작업은 지난해 마무리 지었다.

NH농협생명은 지난해 LG CNS와 손잡고 IFRS17 시스템 구축에 돌입했다. 구축 기간은 2020년 7월까지로 계획 됐으며, 사업 규모는 약 150억원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도 지난해 10월 SIG파트너스와 회계정책 수립 및 회계 결산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올해 말까지 통합 테스트·검증, 안정화 과정을 거쳐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 이학상 교보라이프플래닛 대표이사(왼쪽 네 번째)가 'IFRS17 결산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킥오프(Kick-off)'를 진행한 후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보험계리사 영입 경쟁도 치열하다. IFRS17 도입에 따라 보험료·보험금·책임준비금 등을 새롭게 산출해야하기 때문이다.

보험계리사는 보험사의 전반적인 위험을 분석·평가하며 보험상품 개발에 대한 인·허가 업무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등을 산출한다. 수취한 보험료를 보험사의 부채기간에 적합하게 운용하며,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해 보험계약자에게 합당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업무를 수행한다.

금융감독원 보험회사종합공시에 따르면 국내 전체 생명·손해보험사에 소속된 보험계리사는 지난해 말 976명으로 지난 2008년 9월말(468명) 대비 508명 늘었다. 2017년 말에는 920명, 지난해 6월엔 949명 등 보험계리사 숫자는 지속 증가 추세다.

자본확충 릴레이도 이어지고 있다. IFRS17 도입에 따른 요구자본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인 지급여력(RBC)비율 관리가 필요해서다.

보험업계 자본확충 규모는 지난 2016년 이후 현재까지 11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올해만 1조원이 넘는 자본확충이 진행됐으며, 지난해엔 4조원의 자본확충이 이뤄졌다.

올 상반기 메리츠화재, 동양생명, KDB생명, DB생명, 한화생명이 각각 2500억원, 2000억원, 1000억원, 990억원, 300억원, 5000억원 수준의 후순위채 및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최근엔 푸본현대생명이 5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으며, 재무건전성 관리를 위한 추가 자본확충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새 회계제도 대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IFRS17 도입으로 재무건전성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IFRS17 도입 시 보험 부채는 원가 평가에서 시가 평가로 변경된다. 보험사들은 과거 고금리 확정이자로 판매된 저축성 보험 상품이 많을수록 부채 부담이 크게 증가해 그에 따른 요구자본도 늘어난다. NICE신용평가는 2017년 12월말 시장금리 수준에서 IFRS17 도입 시 생명보험사들이 추가 적립해야 하는 부채규모는 약 74조원이라는 분석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전문 인력 확충 및 회계시스템 구축 작업도 필요하다. 이에 지난해 11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2021년 도입 예정이었던 IFRS17 시행 시기를 2022년으로 연기하기로 확정했다. IFRS17 시행 준비 시간이 촉박하다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시장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IFRS17 도입으로 인한 자본확충 부담이 우려된다”며 “보험사는 IFRS17 개정 상황을 주시하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고, 정책당국은 IFRS17 도입으로 인한 재무적 영향 완화 방안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