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벌레들은 대개 도덕적 의무감이 높은 경향이 있지만 그런 특성 때문에 팀으로 일하는 것을 더 어려워 할 수 있다.    출처= Jon Kraus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은, 직원들로부터 최대한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회사들에게는 인기 있는 존재다.

학술 연구에 따르면, 일에 중독된 사람은 늦게 퇴근하는 것은 물론, 더 생산적이고,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며, 심지어는 회사에 오는 것을 더 행복해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또 그런 일 벌레들은 자신의 직업을 소명으로 보고 일상의 업무에서 더 깊은 의미를 이끌어낸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지나치면 탈이 나는 법. 일 중독도 예외는 아니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일에만 빠진 직원들은 사생활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활동에 참여할 가능성도 높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회사 입장에서 관리하기가 더 어려워지며 자칫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세인트 루이스(St. Louis)의 워싱턴 대학교에서 조직 윤리 및 지배 구조를 가르치는 스튜어트 번더슨 교수는 “관리하기 어려워질 정도로 심각해진 일 중독자들은 상사에 대한 요구가 지나쳐 종종 그 의도를 의심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번더슨 교수는 처음에는 동물원 사육사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일에서 의미를 도출했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이 연구에서 많은 사육사들이 자신의 직업을 소명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그런 생각은 결국 그들을 관리하기 더 어렵게 만들었다. 그들은 그들의 상사에게 많은 것을 기대했다. 번더슨 교수는, 예를 들어 동물원 사육사들은 동물원에 회전목마를 설치하는 것이 동물원을 하찮게 보도록 하는 것이라며 끝까지 설치를 반대해 그 회전목마의 위치를 동물 우리로부터 먼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는 것을 알았다.

번더슨 교수는 일련의 관리자들을 MBA 학위를 받은 후 5년 동안 계속 관찰했는데, 일에 빠진 직원들이 동물원 사육사와 비슷한 상향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의 높은 도덕적 의무감이 마감일을 지키거나 팀으로서 일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번더슨 교수는 "도덕적인 관점에 사로 잡히면, 웬만해서는 타협점을 찾기가 어럽다.”고 지적한다.

올 초에 ‘일을 소명으로서 생각하는 것’에 대한 연구를 출판한 번더슨 교수는 "예를 들어, 내가 고객들이 자신의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을 찾는 것을 돕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정작 고객사가 내게 특정 해결책만 강조하고 있다거나 다른 사람들처럼 문제 진단에 대해 시간을 쓰는 것을 줄이라고 한다면, 나는 좌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자들도 일 중독이 개인의 업무 성과 수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일 중독에 대해 연구한 클렘슨대학교(Clemson University)의 톰 브리트 심리학과 교수는 2018년 3개월 동안 진행한 연구결과에서, 자신의 일에 감정적 유대를 느낀다고 말한 근로자들이 일에 감정적 유대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 근로자보다, 회사의 요구에 대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고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일 벌레들이 직접 상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버몬트대학교(University of Vermont)의 안트 글라바스 교수도 지나친 일 중독은 특히 고위 간부들에게 결코 이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글라바스 교수는 "이런 일 중독자들은 일반적인 규칙은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며, 고위 간부가 이런 행동을 보이면 일상적인 책임은 무시하고 대신 사회나 환경 의무에 집중하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이런 간부들은 일상적인 역할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그들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회사 내에서 더 두드러진 프로젝트를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일 중독자들은 또 결과에 급급한 나머지 원칙을 무시할 가능성이 더 높다. 홍콩 시립대 경영학과 멜로디 준 장 교수는 중국의 제약회사 영업 사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일 중독에 빠진 영업 사원들이 동료들이 업무 성과의 공을 차지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동료들을 중요한 회의에 참가시키지 않거나, 관련 정보를 팀 네 동료들과 공유하지 않는 등, 업무에서 비윤리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 교수는 "회사 일이 개인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 중독에 깊게 빠지는 핵심적 이유이며, 이는 (긍정적인 것 보다는) 부정적인 결과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이런 직원들이 과도한 수준까지 선을 넘지 않고 건강한 수준으로 업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어떤 조치를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그들을 진정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가지 제안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대개 자신의 업무와는 직접적으로 관계 없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집중하도록 강조하는 것을 자제하라는 것이다. 2016년 이 주제에 관한 검토에서, 버몬트대학의 글라바스 교수는 “자원봉사 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략을 시도하는 것이 직원들의 참여를 더 많이 이끌어내는 효과도 있지만 직원들의 분노를 키울 가능성도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뉴욕의 인력 솔루션 서비스 회사 맨파워그룹(ManpowerGroup Inc.)의 재능 과학자 토마스 캐모로는 "현장의 상사들은 단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의 수를 늘리려고 하기 보다는,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들을 열심히 하도록 참여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회사가 개인의 열성도를 측정하거나 다른 회사가 쓰는 기준으로 회사 직원들을 비교하려고 한다면, 극단적인 일 중독자를 양성할 수 있어 회사에 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회사는 여전히 일을 열심히 하는 직원들을 원하지만, 적당한 열심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직장에서 어느 정도의 불만은 매우 긍정적인 요소이지요. 좋은 것이라도 극단적으로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