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유통업계에 때 아닌 ‘생수 전쟁’이 시작됐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가 자사의 PB(자체브랜드) 생수를 내세워 초저가 경쟁을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경쟁은 생수가 생필품 중 가장 기본적인 상품으로 꾸준히 소비가 이뤄지는 제품에서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각사는 자존심을 걸고 소비자 선점에 돌입하면서 본래 생수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식음료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한 소비자가 이마트의 국민가격생수 구매하고 있다. 출처=이마트

생수 전쟁은 이마트가 가장 먼저 그 포문을 열었다. 이마트는 지난 19일 2L짜리 6병 묶음 ‘이마트 국민워터’를 1880원에 내놓았다. 이는 병당 314원 꼴로 유명 브랜드 생수 대비 최대 68%, 기존 PB상품 대비 30% 저렴한 가격이다. 이마트는 생수 생산지를 이원화해 이마트 물류센터와 가까운 생산지에서 상품을 받는 방식으로 물류비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경기도에 위치한 이마트 여주·시화 센터에는 경기도 연천에서 생산한 상품을 대구에 위치한 이마트 대구센터에는 경남 산청군에서 생산하는 상품을 받아 이동 동선을 최소화하는 식이다. 실제로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A생수와 이마트 국민워터의 생산지와 센터간 거리를 비교해 보면 강원도에서 경기도와 대구에 모두 보내야 하는 A생수보다 이마트 국민워터 생수 이동 거리가 186km 더 짧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 이마트 국민가격생수 제품. 출처=이마트

물류비용 절감과 함께 생수공장의 가동률을 높인 것도 가격 인하에 한몫했다. 이마트 국민워터 생산공장은 국내 3위의 취수량을 자랑하는 규모지만 공장 가동률은 70% 수준이다. 그러나 이마트 국민워터 생산을 통해 가동률을 85%까지 높아질 예정으로 공장 가동률을 크게 높여 한번 더 가격을 낮추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이마트가 ‘이마트 국민워터’를 출시하자 롯데마트도 바로 뒤이어 ‘온리프라이스 미네랄 워터’ 생수 제품을 출시했다. 롯데마트는 ‘이마트 국민워터’와 같은 용량인 2L짜리 6개 묶음 상품을 230원 더 싼 1650원에 내놓았다. 리터당 가격으로 환산해보면 275원인 셈이다. 롯데마트는 자사의 온리프라이스 상품 누적 판매량 1억개 돌파를 기념하며 출시했다고 밝혔지만 사실 이마트를 겨냥한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이다.

▲ 롯데마트의 ‘온리프라이스 생수’ 제품. 출처=롯데쇼핑

롯데마트의 ‘온리프라이스 생수’는 2017년 3월 출시 이후 누적 4600만개 판매를 기록하고 있는 가성비 높은 생수로, 온리프라이스 상품 중 판매량 Top10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천연 미네랄이 함유된 생수로 세종대왕이 즐겨마시던 수원지인 충남 천안에서 취수한 100% 천연 암반수라는 회사 측의 설명이다.

롯데마트 강태성 음료MD는 “온리프라이스 생수 출시 이후 처음으로 진행 하는 할인 행사”라면서 “지속되는 경기 불황에 소비자 가계 물가안정을 위해 고품질의 생수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객에게 제공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롯데마트 생수 카테고리 연도별 신장율. 출처=롯데쇼핑

홈플러스도 생수전쟁에 뛰어 들었다. 1주일 동안의 짧은 기간이지 하지만 자사의 PB생수 ‘바른샘물’을 롯데마트보다도 60원 더 저렴한 1590원에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1인당 2묶음으로 한정이긴 하지만 1병당 265원꼴로 현재 상황에선 홈플러스의 생수 제품이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가장 싼 생수의 가격이다.

홈플러스 측은 고객들이 대형마트를 방문할 때마다 대부분 반복 구매하는 대표적인 상품인 생수를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들의 지갑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의 바른샘물은 특정 신용카드 할인 등의 결제수단 제약 없이 모든 고객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하다.

▲ 홈플러스의 PB생수 바른샘물 제품. 출처=홈플러스

이처럼 대형마트들이 생수 초저가 경쟁에 들어간 것은 생수가 가장 기본적인 생필품이기 때문이다. 집안에 정수기를 구매해 물을 마시는 집안도 있지만 계속해서 1인 가구는 증가하고 있고, 정수기 렌탈이 부담스러운 가구의 증가로 인해 생수의 판매량은 꾸준히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생수는 가성비가 가장 높은 상품으로 소비자들이 마트에 오면 항상 구매하는 상품이다. 그러나 생수의 단가는 저렴하지만 중량이 무겁고 부피가 커 상품 가격에서 물류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았다. 때문에 물류비를 대폭 줄인 저렴한 가격의 온라인 주문으로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넘어가자 대형 마트가 가격에 초점을 두고 생수 경쟁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 대형마트 3사 생수가격비교. 출처=각사

이러한 유통 대형마트 3사의 생수전쟁은 본래 생수시장을 이끌던 식음료업계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계속해서 증가하는 생수 시장은 향후 성장 가능성도 높아 시장의 주도권을 한번 빼앗기면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생수 시장의 규모는 2000년 1500억원에서 2017년 7810억원, 지난해에는 8315억원으로 초반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2020년엔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생수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의 저렴한 생수 묶음 판매는 일정한 기간 내에 이뤄지는 제품이라 그 기간이 끝나면 다시 온라인 시장으로 소비자들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생수에도 브랜드마다 민감한 미묘한 맛의 차이가 있어 까다로운 소비자들은 결국 본인이 마시던 생수 브랜드를 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