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9에서 삼성전자 QLED 8K TV. 출처=삼성전자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부상하고 있는 8K 시장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가 화질을 놓고 정면충돌한 데 이어, LG디스플레이까지 가세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9일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사실상 LG측의 입장에 손을 들어준 상태에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에서도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LG전자는 내년 1월에 열릴 CES에서 CTA의 ‘CM값 50% 이상이어야 8K TV’라는 입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QLED 8K TV에 대한 비판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마케팅으로 OLED 대세화에 집중할 전망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TV시장인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TV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LG전자 대응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현재 LG그룹 계열사인 LG전자는 OLED TV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교적 고가인 OLED TV는 프리미엄 TV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LG전자의 핵심 사업 부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은 삼성전자가 QLED 8K TV를 앞세워 과반 이상을 선점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QLED의 정식 명칭인 ‘양자점발광다이오드’가 아닌 LCD 패널에 QD 시트를 붙인 제품에 불과하고, 화질 역시 8K에 못 미친다고 발표하며 각을 세웠다.

LG전자는 이달 초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 대(對)삼성전자 첫 포문을 열었다. LG전자는 삼성전자 8K QLED TV가 화질선명도(CM) 부분에서 8K에 미달해 진정한 8K TV가 아니라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여러 차례 지적했다. 또 LG전자는 국내 TV광고를 통해 OLED를 부각하면서 삼성전자QLED 8K TV로 추정되는 제품에 대한 네거티브 마케팅을 펼침과 동시에, 8K 기술 설명회를 통해 직접적인 삼성전자 QLED 8K TV를 겨냥했다.

앞선 삼성전자 QLED 8K TV를 겨냥한 네거티브 마케팅은 모두 LG전자가 주축이 돼 왔다. 하지만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OLED 빅뱅 미디어데이’는 LG디스플레이까지 가세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LG그룹 차원에서 밀고 있는 OLED 대세화를 위해 관련 계열사가 모두 대(對)삼성전자 QLED 8K TV 비판에 합심했다. 또 빅 마켓인 유럽 TV시장부터 성장 잠재력을 가진 중국 TV시장까지 해외에서도 네거티브 마케팅이 점점 확장되고 있다.

▲ 17일 LG전자 직원이 OLED-8K 기술설명회에서 8K QLED TV와 4K OLED TV 화질을 비교하고 있다. 출처=LG전자

LG디스플레이는 행사 현장에서 4K 해상도의 OLED TV와 타사의 퀀텀닷(QD) 백라이트 8K LCD(액정표시장치) TV를 나란히 비교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는 LG전자가 지난 17일 국내에서 진행한 8K 기술 설명회에서도 등장한 동일한 포맷이다. OLED 빅뱅 미디어데이에서 LG디스플레이는 타사 제품명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삼성전자를 겨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장 TV 제조사뿐만 아니라 소비자, 유통, 미디어 등에 이르기까지 OLED 마케팅이 과열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빅뱅 미디어데이 초점은 표면적으로 OLED 시장 저변 확대에 두고 있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의 최근 경영 실적을 대입하면 절박함이 내포돼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연속 ‘적자의 늪’에 빠져있다. 여기에 사령탑인 한상범 부회장까지 사임하고, LCD 분야에서 5000명에 달하는 고강도 인력조정이 예정돼 있다. 이 같은 실적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TV 시장을 반드시 OLED로 재편해야 하는 상황이다.

LG그룹 차원에서는 중국 광저우에 준공한 8.5세대 OLED 패널 공장과 국내 파주에 확장 예정인 10.5세대 OLED 공장까지 감안하면 15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으로 그에 걸맞은 성과가 바로 OLED 시장 독점적 지위 확보다. 이 과정에서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최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QLED 8K TV는 대표적인 표적이 됐다. TV시장 최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네거티브 마케팅은 글로벌 소비자들의 시선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LG의 행보는 유럽(IFA 2019), 국내(TV광고 및 8K 기술설명회), 중국(OLED 빅뱅 미디어데이)을 거쳐 북미(CES)를 가리키고 있다. 주요 거점 중 유일하게 남은 곳이 북미다. 국내에서는 OLED 8K 기술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는 한편, 중국에서는 OLED 패널 고객사인 TV 제조사, 북미와 유럽에서는 소비자를 겨냥한 네거티브 마케팅 흐름이 읽혀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LG의 네거티브 마케팅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지난 IFA 2019에서는 무대응을 예고했지만, 그 수위가 높아지자 지난 17일 8K 기술설명회를 열고 QLED TV와 OLED TV를 비교, 시연하는 자리를 한 번 마련했을 뿐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빅 마켓인 북미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CES에서까지 LG의 네거티브 마케팅을 그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