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금융감독원 산하의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이 증권가 수사에 돌입했다. 자본시장특사경은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수사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지난 7월 출범한 특사경은 지난 18일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검찰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소속의 애널리스트는 특정 종목 보고서가 외부에 발표되기 전 해당 주식을 미리 사놓는 방식으로 차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인 수사내용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증권사의 내부통제 제도로 실명 거래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미리 개설해둔 차명 계좌 등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건 '선행매매'다. 선행매매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통해 미리 주식을 사거나 팔아 차익을 취하는 행위다. 기업 임원이 자사의 호재나 악재를 미리 알고 자사 주식을 매입·매각하거나, 애널리스트가 미리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수, 매도하는 경우가 그 예다. 대표적인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다.

증권가의 도덕적 해이는 한두 해 지적되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4년 벌어진 ‘CJ E&M 주가조작’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CJ E&M은 2013년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할 것이라는 미공개 정보를 애널리스트 등 기관 투자자들에게만 미리 공개했다. 애널리스트들이 이 정보를 측근에 공개하면서 평소 친분이 있던 주변인들과 기관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대량 매도해 주가가 급락했다.

비슷한 사례로 2013년 대박파트너스 사건이 있다. 증권전문방송가 전모씨가 방송에서 추천할 종목을 저가에 미리 매수한 후 주식 매수 사실을 숨기고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되파는 수법으로 이익을 봤다. 다만, 증권방송전문가는 유사투자자문업자로 분류돼 관련 규정이 없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CJ E&M 주가는 10% 가까이 폭락했고 이 사실을 몰랐던 개인투자자들만이 피해를 봤다. 증권방송전문가 전모씨는 36억원 이상의 이득을 취했다. 한 줄짜리 정보로도 주가가 오르내리는 것이다. 최신 정보에 맞닿은 곳은 그야말로 '돈맥'이 보이는 곳이지만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투자자들에겐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정보를 가진 사람에 의해 시장이 좌지우지 된다면 우리 시장은 일명 ‘정보’에 의해 단기 수익률에만 목메는 분위기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법적인 규제망을 촘촘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자를 돕는다는 미명하에 괴물이 되지 않도록 증권가 스스로 더욱 경계하는 것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