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미·중 무역전쟁, 중국 성장률 하락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증시도 전반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보통 경기변동에 민감한(Cyclical) 에너지 주들은 경기 상승기에 추천되지만 IMO 규제, 유럽 전기차 트렌드, 사우디 사태 등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들이 눈에 띄고 있다.

국내 정유사의 펀더멘털을 가늠하는 지표인 내부정제마진의 3분기 평균이 상반기 대비 50%이상 개선되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IMO규제 영향과 미국 원유수출파이프라인 가동을 앞두고 본격적인 정유주 반등과 관련 업계의 수혜가 점쳐지고 있다.

이도연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IMO로 인해 수요가 감소할 벙커씨유 비중은 없거나 제한적인 반면 비중이 50% 이상인 등경유는 타이트한 수급으로 상반기 대비 20% 이상 마진이 개선됐다”고 면서 “휘발유 또한 두바이와 WTI 간극이 줄어들면서 아시아 정유사의 원가경쟁력이 회복돼 상반기 대비 마진이 90%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 비수기 경유 마진 추이. 출처=페트로넷,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정유주, IMO ‘반등’은 이제 시작

최근 정유업체들의 주가는 IMO 효과가 일부 가시화되는 가운데 다소 상승했다. 19일 미래에셋대우는 “주가 반등은 이제 시작 단계로 4분기 접어들면서 IMO의 영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아직 대부분의 선사들은 필요한 저유황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인 만큼 10월부터 재고 축적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규제 시행을 3개월 정도 앞둔 현 시점에서 갑자기 저유황유 공급을 늘리기는 어려워 향후 경유 공급이 타이트해지면서 마진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근 HSFO(고유황연료유) 마진이 다시 반등했으나 이는 일시적일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박 애널리스트는 “HSFO의 반등은 IMO 규제에 앞서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베네주엘라 사태 등으로 중유(heavy oil) 공급이 줄면서 고도화 설비에 HSFO를 투입하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규제가 시행되고 해상용 수요가 감소하면 마진은 재차 둔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박 애널리스트는 "이 과정에서 HSFO 생산 비중이 높은 단순 정제 설비들의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휘발유, 경유 등의 마진이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경유 마진은 경기 상황이나 계절성에 비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IMO 규제 시행을 앞두고 일부에서 재고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업계는 4분기로 갈수록 HSFO 마진이 둔화될 전망인 가운데 이미 고도화 설비가 완공된 만큼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순수 정유 업체의 경유 마진 개선의 수혜 폭이 가장 클 것이라고 예상하고 S-Oil, SK-이노베이션을 수혜주로 추천했다.

▲ 중국 폴리실리콘 가격 추이, 중국 태양광 모듈 수출 추이. 출처=PV Info Link, 윈드,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볕 드는 태양광

중국 폴리실리콘 가격이 반등을 시작하면서 태양광주도 반등이 예상되고 있다. 폴리실리콘은 태양전지에서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PV Info Link에 따르면, 18일 멀티급 폴리실리콘 가격이 전주대비 1.5% 상승해 3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근 공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크게 하락했던 태양광 셀도 하락세가 진정되는 추세라는 분석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 멀티급을 생산하는 고(高)원가 업체들이 가동률을 낮추는 가운데 글로벌 수요는 성수기에 진입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중국에서 보조금을 받은 태양광 프로젝트들이 일부 모듈을 사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는 4분기로 갈수록 태양광 공급 체인 가격이 폴리실리콘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늦기는 했으나, 적어도 10월에는 모듈을 구매해야 연내 설치가 가능하고 예정된 보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4분기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수혜주로는 OCI를 제안했다.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가 지난 분기 폴리실리콘 가격 급락으로 실적이 악화됐지만, 폴리실리콘의 현재 가격이 균형보다 낮아(언더슈팅) 향후 수급 개선을 통해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 MEG 가격 및 스프레드 추이. 출처=Platts,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갈 데까지 간 ‘화학’, MEG 사우디 덕 좀 볼까?

화학 관련 주들은 더 나빠지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미 제품 스프레드가 밴드권 하단에 도달해 추가적으로 나빠지기 어려운 수준까지 둔화됐다”면서 “재고 부담도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화학시황은 지속적으로 둔화됐지만 최근 MEG(모노에틸렌글리콜) 등 일부 제품은 재고가 감소한 가운데 스프레드 다소 반등했다.

최근 발생한 사우디 사태로 인한 피해가 원유보단 MEG 공급에 더 큰 영향을 줄 거란 예상이 나오면서 MEG을 생산하는 국내 일부 기업이 수혜를 입을 거란 분석도 나왔다. NH투자증권은 "석유화학 제품의 경우 사우디 설비의 글로벌 비중은 에틸렌이 약 9.6%, HDPE 9.5%지만, MEG의 경우 650만톤으로 글로벌 설비 3660만톤의 17.7%로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우디 주요 MEG 생산기업인 Petro Rabigh와 Kayan, Yansab등의 감산소식으로 MEG 글로벌 톤당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롯데케미칼, 대한유화 등 국내 MEG 생산 기업은 가격 스프레드 확대에 따른 수혜 가능성이 보인다"고 판단했다. 

중국 경기 부양 기대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연초 이후 중국 경기는 지속적으로 둔화되었으나 최근 중국 정부가 지준율을 인하 하는 등 부양 움직임도 강해지고 있어 회복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설명이다. 다만, 박 애널리스트는 “중국 경기 부양 기대감으로 최근 순수 화학 업체들의 주가도 다소 반등한 가운데 향후 의미 있는 시황 개선이 나타날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LG화학의 분기별 전기차 배터리 매출 추정치, 유럽 연구기관 P3에서 예측한 2025년 유럽 배터리 공급업체. 출처=P3,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배터리 기대감은↑

한화투자증권은 “다만, LG화학의 배터리 부문이 실적 반등을 앞두고 있다”면서 LG화학의 선제적 매수를 제안했다. 최근 LG화학의 주가는 3분기 실적 부진 우려와 ESS 화재에 따른 불확실성,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자체 배터리 생산 계획이나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 등으로 다소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은 3분기 실적 또한 최근 낮아진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애널리스트는 "화학 시황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ESS 화재 영향으로 배터리 부문에서도 충당금 설정 가능성이 있다"면서 "9월 중 실적 프리뷰가 나오는 과정에서 실적 기대치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LG화학의 기업 가치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전기차 배터리 부문의 사업 가치는 변화가 없고 특히 4분기에는 동 부문 실적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LG화학의 3세대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매출은 크게 증가하고 유럽 배터리 공장의 수율도 개선되고 있어 적어도 향후 5년간 배터리 업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LG화학은 높은 수준의 마진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송이나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자체 배터리 생산 등도 실질적 영향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