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으로 직격타를 맞은 두산중공업이 신사업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 가스터빈과 풍력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로 돌파구를 찾는다는 설명이다.

▲ 두산중공업 직원들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최종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은 1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국책과제로 개발 중인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초도품의 최종조립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 공개된 가스터빈(DGT6-300H S1)은 지난 2013년 정부가 추진한 한국형 표준 가스터빈 모델 개발 국책과제의 결과물이다. 정부가 약 600억원을 투자했고, 두산중공업도 1조원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했다. 

해당 모델은 출력 270메가와트(MW), 복합발전효율 60% 이상의 대용량·고효율 가스터빈이다. 부품수만 4만여개에 이르며, 가로 길이 12미터, 최종 조립 후 무게는 320톤에 달한다. 가스터빈 내부에 450개가 넘는 블레이드(날개)가 있으며, 블레이드 1개의 가격은 중형차 1대 가격에 달한다. 1기만 있어도 25만에서 30만 가구의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가스발전(LNG)의 초미세먼지(PM2.5) 배출은 석탄발전의 8분의 1이며, 직접 배출되는 황산화물 및 질소산화물 등의 대기오염물질은 석탄발전의 3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친환경 운전이 가능하다. 

해당 모델은 현재 제조 공정율 약 95% 수준으로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사내 성능시험을 치룬다. 이후 약 1년반에서 2년 간 테스트를 진행한 뒤 서부발전의 김포 열병합발전소에 실증을 수행할 예정이다. 

시험에 성공하는 경우 한국은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와 함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기술을 보유한 5개 국가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두산중공업은 시장 변화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최신 사양의 후속 가스터빈 모델(380MW), 신재생 발전의 단점으로 꼽히는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100MW급 중형 모델 개발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두산중공업, 30년간 가스터빈 노하우 쌓아

가스터빈은 압축된 공기와 연료를 혼합·연소시켜 발생하는 고온·고압의 연소가스로 터빈을 가동, 전기에너지를 생성하는 장치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과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며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IHS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 2018에 따르면 전세계 가스발전 시장은 지난해 1757기가와트(GW)에서 2023년 1976GW, 2028년 2189GW로 매년 40GW 이상 추가 설치될 전망이다.

그러나 발전설비 가운데서도 가장 어려운 기술로 꼽혀 전 세계에서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정도만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이 어려운 데는 이유가 있다. 터빈 구동 시 온도가 1600도에 달하게 되는데 웬만한 금속은 이를 버틸 수 없다. 통상 철강이 300도, 스테인리스가 400~500에서 녹는 것과 비교해보면 약 5배의 온도다. 이에 니켈 베이스 슈퍼 알로이 같은 특수한 금속으로 제작해야 하며, 코팅 작업 등을 통해 20년 이상 구동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을 회사의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자 그간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햇수로 치면 대략 30년이다. 1990년대 초 GE, 미쯔비시 등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면허를 받아 가스터빈 부품 제작과 공급에 뛰어 든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기술제휴, 해외 기업 인수·합병 등을 통해 가스터빈 사업의 토대를 닦아왔다. 

▲ 지난 5월 체결된 두산중공업과 MCV와의 가스터빈 사업협력 MOU. 사진은 이희직 두산중공업 GT·서비스BU장(오른쪽)과 도일 베네지 MCV CEO(왼쪽). 출처=두산중공업

창원 본사는 물론이고 미국 플로리다, 스위스 바덴에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을 위한 별도의 R&D 센터도 설립했다. 미국은 연소기와 압축기가, 유럽은 터빈이 유명하다. 두산중공업에 따르면 현재 가스터빈 개발 전문 인력 육성은 260여명에 달한다. 

그 결과 일부 전기제어센서를 제외하면 모두 국산화를 달성했다. 설계자립화 100%, 국산화율 90% 이상이다. 이렇다보니 당연히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인한 피해도 미미하다. 일부 고온부품을 일본에서 공급받고 있으나 발전 분야는 핵심 전략물자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별다른 영향은 없다는 게 두산중공업의 설명이다. 

또한,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창원 본사에 정격부하 시험장도 준공했다. 이 곳에서는 3000개 이상의 센서를 통해 가스터빈의 진동, 응력, 압력, 유체와 금속의 온도를 모니터링 하는 등 종합적인 성능시험을 진행한다.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이지만 두산중공업은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가스터빈 시장은 GE, SIEMEN, MHP 등 소수 가스터빈 OEM사들의 과점 상태다. 이에 발전사들은 가격, 제품 경쟁력 등 측면에서 후발주자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두산중공업은 현재 발전플랜트 전반에 걸쳐 기술과 실적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외 주요 발주처들과 네트워크가 잘 구성돼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다른 모델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기술로 차별화도 뒀다. AI(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연소기 오토튜닝 시스템을 탑재했다. 이에 구동하면 할수록 기기가 스스로 학습, 자동으로 연소기기를 튜닝할 수 있다. 현재 대다수 가스터빈은 외부 변수가 생길때마다 전문가가 와서 수동으로 튜닝하고 있다. 이에 고객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수익성 제고·시너지 효과 기대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으로 회사의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017년 이후 두산중공업은 수익성 부진을 겪고 있다. 기존 수주한 대형프로젝트의 착수 지연 등으로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고리 5·6 호기 일시 중단 기간 중 추가원가 발생, 주요 사업자회사의 실적 부진 등 악재가 겹쳐서다. 그 결과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내는 뼈아픈 일까지 겪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에너지정책 변경에 따른 부정적 사업환경으로 향후에도 수익구조 약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두산중공업은 친환경 미래에너지 사업으로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발전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가스터빈은 총 149기로 모두 해외기업 제품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가스터빈 구매비 약 8조1000억원과 함께 유지보수·부대 및 기타비용 약 4조2000억원을 더한 12조3000억원 수준이다.  

아울러 2017년말 발표된 8차전력수급기본계획과 노후 복합발전소, 석탄발전소 리파워링을 고려하면 가스터빈이 필요한 신규 복합발전소는 2030년까지 약 18기가와트(GW)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18GW 복합발전소 증설에 국내산 가스터빈을 사용할 경우 약 10조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계산된다. 

▲ 가스터빈의 핵심 구성품인 로터 조립체. 출처=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뿐 아니라 관련 서비스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통상 가스터빈 제조사들은 기기 공급뿐만 아니라 공급 후 유지보수, 부품교체 등의 서비스 사업을 통해서 지속적인 수익을 낸다. 가스터빈은 적게는 4년, 길게는 5~6년 구동하면 반드시 수리가 필요하다. 1000도가 넘는 고온가스로 운전됨에 따라 정비가 잦고, 비용도 만만찮다. 

이를 위해 두산중공업은 2017년 미국에서 가스터빈 핵심부품에 대한 정비, 부품교체, 성능개선 등 서비스 사업을 운영하는 DTS를 인수하기도 했다. DTS는 현재 국내 상업운전중인 대부분 가스터빈 모델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올해 5월에는 미국 민간발전사인 MCV와 가스터빈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외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통해 2026년까지 가스터빈 사업을 연 매출 3조원, 연 3만명 이상의 고용유발효과를 창출하는 주요사업으로 육성해나간다는 구상이다.  

두산그룹이 미래먹거리로 점찍고 적극 육성 중인 연료전지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두산은 최근 임시주주총회에서 연료전지사업과 소재사업을 인적분할해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를 설립하기로 최종 승인했다. 성장이 기대되는 사업들을 별도 법인으로 독립 시켜 사업 성장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두산퓨얼셀은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을, 두산솔루스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부품 중 하나인 전지박과 OLED 등에 사용되는 전자소재를 주력으로 맡는다. 

가스터빈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열을 보일러에 통과시켜 증기를 생산, 2차로 증기터빈을 돌려 발전시키는 복합화력의 경우, 현재는 운전 후 발생하는 고온의 배기가스를 모두 버리고 있다. 하지만 이를 버리는 연료전지에 가할 경우 활용이 가능해진다. 에너지를 발생시킴과 동시에 버리는 배기가스를 재활용하고, 이로 인해 새로운 에너지를 다시 얻을 수 있는 ‘트리플사이클’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 경우 전체 플랜트 효율이 67% 까지 오르는 신 발전 사이클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두산그룹도 활용방안과 관련 관심을 갖고 타당성 조사 등을 시행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격변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다각화하는 노력을 펼쳐왔는데, 오랜 노력 끝에 발전용 가스터빈을 개발하게 됨으로써 매우 중대한 하나의 결실을 맺었다”면서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다른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놓을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