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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여담] 우리가 원했던 것이, 좋은 택시를 타는 것이었나다양성과 확장성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공유경제가 아닌, 불황속에서 탄생한 온디맨드 플랫폼 우버는 트래비스 칼라닉 시절 택시업계와 잔뜩 날을 세웠습니다. 실제로 당시 우버 사정을 잘 아는 이에 따르면 트래비스 칼라닉에게 '택시는 무찔러야 하는 적이었고, 넘어야 할 산'이었다고 합니다. 트래비스 칼라닉이 우버 창업에 나선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로스엔젤레스의 지옥같은 교통체증에 갇혀 택시를 잡지 못한 분노였으니, 어찌 보면 그 심정이 이해는 됩니다. "아오, 이 교통체증..택시는 왜 이렇게 안 잡혀. 도대체 뭐하는 도시야?"

   
 

분위기는 트래비스 칼라닉이 물러나고 소프트뱅크가 우버의 운전대를 잡는 한편 다라 코스로우사히가 CEO로 부임하며 달라졌습니다. 큰 틀에서 택시와의 협업과 시너지를 강조하며 ICT 기술 플랫폼의 확장성을 꾀했기 때문입니다. 그 중요한 테스트 베드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이라는 설명도 우버 코리아 관계자로부터 들은 적 있습니다. 그럴 만 합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택시를 통하지 않으면 모빌리티 이야기를 꺼내기도 어려운 나라가 됐기 때문입니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질주
그 연장선에서 카카오 모빌리티가 영악하게 질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카풀 논쟁의 중심에서 택시업계와 날을 세우며 신경전을 벌였으나, 국토교통부가 "택시업계를 모빌리티 기업들이 돕는 쪽으로 고민해봐"라는 판을 깔아주자 냉큼 택시업계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냥 손을 잡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일심동체가 되려는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법인택시 회사들을 인수하더니 100여개가 넘는 회사들과 연합해 라이언 택시 가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타고 솔루션즈를 인수해 KM솔루션즈로 사명을 변경하기까지 했습니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우디르급 태세 전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혹자는 택시업계와 냉큼 손을 잡은 카카오 모빌리티를 두고 '배신자 프레임'을 들이대지만, 사실 카카오 모빌리티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입니다. 비판받을 만한 일이 아닙니다. 불법을 저지르지 않은 상태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의 시나리오를 택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카카오 모빌리티의 시각으로 최근 국내 모빌리티 판도를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최초 카풀을 내세우며 택시 중심의 카카오T 플랫폼을 보강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한편, 카풀은 택시의 보완재라는 주장을 했으나 택시업계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스마트 호출을 통해 최소한의 수익을 올리려는 시도도 무위로 돌아갔고, 불법 프레임만 강해집니다. 이 지점에서 쏘카 VCNC의 타다는 비록 택시업계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으나 서비스를 확장하며 기세를 올리니 마음은 다급해집니다. 심지어 소중한 생명이 비록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카카오 때문에' 사그라들고, 정부는 '표'생각만 하며 눈치만 봤습니다. 

혁신. 그것도 상생의 혁신을 내세웠으나 전혀 설득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무엇일까요. 설상가상으로 투자한 주주들의 수익화 압박도 거세지는 상황에서 내외부의 압박의 강도만 높아지고 모두가 그 비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당신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글로벌 사업자도 언제 들어올 지 모르는 상황. 카카오 모빌리티는 현실을 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카카오 모빌리티는 현실을 택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더 강하게 드라이브를 겁니다. 택시에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 아예 끌어안기로 작정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카카오 모빌리티는 택시를 기반으로 중형, 대형, 고급 택시를 모두 운용하는 한편 카카오T를 중심으로 카카오T 바이크, 카카오 드라이버, 카카오내비로 이어지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압니다. 이러한 카카오 모빌리티의 행동이 모든 이의 박수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특히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업계와 만나 협상하며 최소한의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했던 풀러스 등 카풀 업체와 쏘카 VCNC 입장에서 카카오 모빌리티의 행동은 쉽게 납득되지 않을 겁니다. 실제로 그렇고요. 그러나 이 문제를 논하려면 사회적 기구 구성 자체에 대한 지점부터 다시 말해야 합니다. 매우 아쉬운 대목이 많지만, 지금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요.

   
▲ 카카오 모빌리티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모빌리티의 정체성을 생각하라
카카오 모빌리티의 전략, 그리고 고민과 변화는 생존을 위한 로드맵이고 당연한 사업적 선택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택시를 통해서만 모빌리티 혁명이 가능한 나라가 됐고, 그것이 현실입니다. 플랫폼 택시 운송에 해당되는 쏘카 VCNC가 허덕이는 사이, 향후 큰 변곡점이 없다면 틀림없이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이렇게 정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합법이고, 절대다수가 웃을 수 있는 길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매우 중요한 화두를 하나 꺼내야 합니다. 바로 '택시 중심의 모빌리티 혁명이 옳은가'에 대한 논의입니다.

택시 중심의 모빌리티 혁명이 진행되며 승객 입장에서는 '요금만 비싸진다'는 지적과, '질 낮은 서비스로 일관하던 택시업계로 무슨 모빌리티 혁명이야'라는 비야냥이 나올 수 있지만 일단 차치하겠습니다. 바로 핵심으로 들어가 이런 질문을 해봅시다. 그래서, 택시를 완전히 품은 모빌리티 혁명이 진짜 혁신을 불러올 수 있을까?

모빌리티의 진짜 혁신에 대한 정의가 먼저 나와야 하는데,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체적으로 이런 정의를 할 수 있습니다. '이동하는 모든 것을 두고 승객 입장에서 최선의 사용자 경험을 창출하는 것' 모빌리티 혁명은 콜택시에 있지 않으며, 앱으로 콜택시를 부를 수 있다는 것도 아닙니다. 앱으로 대리운전기사를 부르고 라이언택시를 호출하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물론 그것 자체도 충분한 의미가 있고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핵심은 승객에게 이동하는 모든 것을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편안하게 제공하는 것에 있습니다.

다소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3D 맵핑으로 구현된 실시간 도로 데이터가 구동되는 상황에서 이동수단을 소유하지 않은 고객이 특정 지역으로 향할 때 플랫폼 하나로 자동차와 자전거, 킥보드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최적의 경로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다양한 플랫폼이 부드럽게 연동되며 이동하는 경험을 최적의 조건으로 찾아내 제공하는 것. 자율주행차도 모빌리티 혁명에 있어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이유입니다. 구글 웨이모가 우버와 결별하고 자체적으로 콜택시 서비스를 타진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카카오 모빌리티는 이 진짜 혁명을 이뤄낼 수 있을까? 네. 의외로, 당연하지만 가능해 보입니다. 카카오 모빌리티만 봐도 택시와 함께 모빌리티 혁명을 추진하면서도 카카오T의 4가지 중개 플랫폼을 함께 가동할 수 있습니다. 택시가 핵심에 있고 그 주변에 마이크로 모빌리티인 전기 자전거, 기반 인프라인 내비게이션이 작동하는 한편 대리운전과 주차까지 활동하기 때문입니다. 현 상황에서는 최적의 라인업이고 가장 강력한 볼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약점이 있습니다. 그것도 가장 취약한 약점이. 바로 카카오 모빌리티의 모든 플랫폼 경쟁력이 일단 택시를 중심으로 '설정'된 대목입니다. 이건 매우 위험합니다. 다양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힘의 쏠림이 택시에 있고, 자동차에 있다는 것. 이는 카카오 모빌리티가 향후 '이동하는 모든 것'을 장악하려할 때 커다란 장애가 될 겁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모빌리티 혁명을 준비하며 상당부분 그 주도권을 택시업계에 넘기고 있습니다. 플랫폼 택시 가맹을 키우면서 택시운행에 대한 전권을 택시회사에 부여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왜 이렇게 까지 하는지는 지금까지의 고난사를 돌아볼 때 충분히 이해되지만, 핵심 플랫폼 경쟁력이 택시에 집중되고 권력의 핵심에도 택시가 있다는 것은, 장차 모빌리티의 진짜 혁명을 시도할 때 필연적으로 수반되어야 하는 플랫폼 권력 분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카풀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아니. 택시업계가 반대할겁니다. 택시업계는 택시시장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고, 밥그릇을 빼앗지 말라고 주장했으며, 오로지 생존을 위해 카카오 모빌리티와 손을 잡았습니다. 그런 이들이, 추후 이동하는 모든 것을 노리는 플랫폼 권력 분산의 단계에서 과연 순순히 이를 인정할까요? 너무 나간 가정이지만, 킥보드 운영에 있어 2인용 킥보드 제작을 법제화하라고 주장하는 한편 택시기사 면허를 가진 기사가 승객을 실어날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플랜B가 필요합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이미 택시업계와 한 몸으로 움직이고 있으니, 이런 방식의 모빌리티 전략은 그대로 구동되게 만들며 그 결과도 카카오 모빌리티가 책임지면 그만입니다. 다만 다른 방식의 모빌리티 플랫폼도 존재해야 합니다. 긱 이코노미의 허구가 드러나고 있다지만 몇 가지 소소한 옵션 중 하나로 전제한 상황에서, 모빌리티 플랫폼 자체가 시작부터 주도권을 쥐고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도 있어야 합니다. 결국 다양성.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략이 필요한 것은 상식입니다. 그 플랜B의 주인공이 굳이 쏘카 VCNC일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이러한 접근을 보여주는 사업자도 기회는 있어야 합니다.

*IT여담은 취재 도중 알게되는 소소한 내용을 편안하게 공유하는 곳입니다. 당장의 기사성보다 주변부, 나름의 의미가 있는 지점에서 독자와 함께 고민합니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9.09.19  08: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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