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편의점(便宜店, convenience store)의 정의는 바야흐로 변화하고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기재된 ‘고객 편의를 위해 24시간 문을 열어 주로 일용 잡화, 식료품 따위를 취급하는’ 것 이상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서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편의점의 본질적인 기능을 ‘취약시간 대응’, ‘구매의 불편 해소’, ‘생활거점’ 등 역할로 설명한다. 국내 창업 시장이나 해외 유통업계에서 전통적으로 편의점을 소매업(retailer)의 하나로 분류하지만 하나의 ‘플랫폼(platform)’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플랫폼의 본래 의미는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이지만 정보기술(IT)이 발달한 이후 ‘누구나 정보 시스템 환경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축된 기반 서비스’라는 뜻이 보태졌다. IT업계에서는 네이버 같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플랫폼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플랫폼 업체들은 본업 외 분야의 용역이나 재화를 자체 역량으로 개발할 뿐 아니라 타 기업 또는 기관과 협력해 제공하는 일종의 ‘판’ 역할을 수행한다.

편의점은 상품 구성 측면에서는 태생적으로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매장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상품군의 경쟁력 있는 제품만 취사선택해 진열함으로써 높은 ‘매대 생산성’을 구현한다. 마케팅 용어인 매대 생산성은 점포 내 진열대에서 수익을 얼마나 창출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지표다. 편의점은 베이커리, 커피전문점 등 한정된 메뉴에 특화한 점포보다 상품 범주별 경쟁력은 낮지만 고객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며 인기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편의점은 고도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토대로 상품 판매 외 다양한 기능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최근 이동수단(모빌리티) 대여·연료충전, 배달 서비스 등 기존 편의점에서 찾아볼 수 없던 부가 서비스들이 추가로 도입되고 있다.

해당 서비스들은 편의점 플랫폼화의 근간이지만 수익 창출력은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 업체는 부대 서비스 자체로 더 많은 수익을 내기보다 진열 상품을 구매하거나 기타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미끼’로 활용한다. 고객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매출액과 재방문율을 모두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북카페, 안마기 등 각종 부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븐일레븐 ‘카페형 편의점’은 일반 점포 대비 일 평균 방문객 수가 40.7% 많고 고객 1명 당 객단가도 50.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인프라를 활용한 귀가길 안전 지원, 미아 찾기 등 공공 기능에도 금전적 이익에 대한 업체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편의점 업체들은 고객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긍정적으로 각인시켜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매장 방문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사회공헌 성격의 활동을 이어가며 비영리 목적을 앞세우지만 소위 돈 안 되는 데 투자하는 기업이 어딨겠느냐”며 “편의점 업체들도 공공 사업이 매출 증대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적극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점포 플랫폼화는 고객 경험 수준을 높이고 이용 만족도를 향상시켜 궁극적으로 매출 증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편의점 고유 전략인 셈이다.

편의점 관련 저서를 낸 김진태 브레인LEO 대표는 “편의점은 타 업종 고객을 흡수할 정도로 진화해왔지만 이제 생존을 위해 고객 오감을 만족시켜줘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업황에 대응해 플랫폼화를 추구하는 행보는 소매업 이상의 기능을 원하는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고 업체 실적 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편의점이 플랫폼화함에 따라 비용 상승이나 규제 등 성장 과정 상 불확실성에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향상된 편의점 인프라를 지역 발전 계획 등 시장 너머 영역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해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성장성을 보유한 편의점은 대도시 상권이나 재개발 구역 등지에 새롭게 입점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고 있다”며 “업체들이 인건비 등 대외 변수에 맞닥뜨린 상황에서도 매장을 발달시키고 이용 수요를 이끌어 낸다면 편의점 시장 성장세는 꾸준히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도시 성장 전략의 관점에서 유통산업에 접근해 관련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며 “정부 역할이 전제돼야 할 부분이지만, 편의점 같은 유통업태를 사회간접자본(SOC)으로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