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편의점이 접근성을 갖추고 고객 요구를 집약한 상품 구색으로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면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편의점 사업이 처음 본격화할 당시 미미했던 시장 규모는 편의점이 갖춘 장점들을 토대로 소매업계에서 독보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

▲ 전국 프랜차이즈 편의점 성장 추이. 출처= 한국편의점산업협회

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지난 2일 공개한 자료 ‘2018년 편의점 산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국 프랜차이즈 편의점 수는 3만8451개로 집계됐다. 편의점 시장이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확장되기 시작한 1989년 말 기준 7개에서 30년 만에 5493배나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총 매출액은 14억원에서 무려 1만7201배 증가한 24조820억원을 기록했다.

서울 88올림픽이 열린 이듬해인 지난 1989년 서울 송파구에 세븐일레븐 1호점이 생긴 이후 편의점 시장은 확장 일로를 걸었다. 편의점 시장이 확대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당시 시행된 경제 부흥 정책에 힘입어 국민소득이 증가하기 시작한 점이 꼽힌다. 매년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989년 1046만6784원으로 10년 전인 1979년 502만5412원에 비해 2배 넘게 증가했다.

경제 수준이 높아진 소비자들은 비교적 높은 상품 가격에도 불구하고 청결한 매장 환경과 다양한 상품군을 갖추고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을 활발히 이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슈퍼마켓 위주의 소매업계에 생소했던 가맹 체제가 편의점 사업에 접목된 점이 유효했다. 운영 업체들은 상품 재고 관리, 물류 시스템, 가맹 본부 운영 등 효율적인 체계를 토대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후발 주자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점주들도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후 1990년 후반 IMF 외환위기가 찾아오며 편의점 업계 30년 역사에서 처음 시장 상승세가 꺾였다. 외환위기가 터진 다음 해인 1998년 말 기준 편의점 총매출액은 1조645억원으로 전년(1조1153억원) 대비 4.6% 감소했다. 편의점 30년 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타난 하락폭이다. 같은 기간 점포 수는 2060개로 전년(2054개) 대비 0.3% 늘어나는데 그쳤다. 10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외환 위기를 극복한 뒤론 실업자들이 편의점 창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 행태가 확산되며 편의점 호황이 재개됐다. 10년 가량 지난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국내에도 미쳤을 때도 편의점 시장 규모는 성장세를 지속했다. 2008년 점포 수와 총 매출액은 1998년 실적과 비교해 7배 가량 증가한 1만4130개, 7조 3046억원을 기록했다.

▲ 우리나라 1인가구 비중. 출처= 통계청

최근 1인가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편의점 시장의 성장세를 잇는 요인으로 새롭게 떠올랐다. 1인가구의 사전적 정의는 ‘가구원이 한 명인 가구’로 세대 구성원 없이 홀로 지내는 세대주를 가리키는 말이다. 자취하는 취업준비생, 직장인을 비롯해 독거노인 등이 1인가구에 해당한다.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 수는 작년 말 기준 584만8594가구로 전체 가구 1997만9188가구의 29.3%에 달한다. ‘주민등록인구’ 기준 전체 인구 5182만6059명의 11.3%에 달한다. 수치 상 우리나라 인구 100명 가운데 11명이 홀로 사는 셈이다. 독거노인이 늘어나는 등 요인으로 1인가구가 총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통계청이 지난 18일 발표한 ‘2017~2047년 장래가구특별추계’에 따르면 1인가구는 2047년 832만가구로 전체의 37.3%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1인가구는 전체 지출 항목 가운데 ‘식·음료비’를 가장 부담스러워하며 가정간편식(HMR)이나 도시락, 빵, 샌드위치 등 신선식품(FF)을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올해 4월 수도권과 6대 광역시, 세종시 등지에 사는 25~59세 1인가구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응답자 가운데 ‘혼자 식사하는 방법’ 1~2순위로 ‘직접 밥을 함’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9.5%에 달했다. ‘HMR 이용’(27.3%), ‘도시락, 빵, 샌드위치 이용’(21.6%) 등 순으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현상 외에 예비 창업자들이 느끼는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도 편의점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업황 악화로 고용 불안정이 심화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창업을 계획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이 올해 1월과 4월에 각각 열린 창업박람회의 참관객 총 39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도·소매업 업종 창업을 희망하는 응답자 가운데 ‘편의점’을 열고 싶어하는 인원의 비중은 21.1%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편의점이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시도할 수 있어 창업 진입 장벽이 낮은 분야라는 점도 시장 외연을 확대시킨 요소로 분석되고 있다. 부동산 포털업체 부동산114에서 치킨, 카페, 분식, 편의점 등 4개 가맹 업종의 창업초기 부담금을 조사한 결과 편의점은 최저 2270만~9540만원의 범위를 보였다. 편의점 업계 대부분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3사가 동일하게 최저 수준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치킨(5600만원), 카페(1억1754만원), 분식(6800만원)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