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송환법(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가 100일을 넘어선 홍콩에 대해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일 피치가 홍콩에 대한 신용등급을 한계단 강등한데 이어 16일 무디스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만간 강등할 것을 예고했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보도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홍콩의 신용등급 전망의견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며 조만간 강등을 예고했다. 신용등급은 기존 ‘Aa2’를 그대로 유지했다.

무디스는 신용등급 전망의견 하향 배경에 대해 대치 사태 장기화로 경제운영이 무너질 위험이 확대되고 있고, 글로벌 경제·금융 중심지로서의 홍콩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시위사태로 홍콩과 중국 간 경제적·법제적 균형이 깨져 향후 불안감을 증폭시킬 요인으로 지적했다.

이에 앞서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도 지난 6일 홍콩의 장기신용등급(IDR)을 ‘AA+’에서 ‘AA’로 한 계단 내리고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떨어뜨렸다.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은 무디스의 이번 결정을 두고 근거 없는 강등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홍콩은 사회 불안에도 불구하고 자본 자유 흐름, 재화, 정보, 인재, 세제, 법치 등을 유지해왔다고 강조하면서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이 1997년 영국의 홍콩 반환 후부터 홍콩 번영과 안정을 지켜줬다고 말했다.

OCBC 윙항은행(Wing Hang Bank)의 캐리 리 이코노미스트는 "홍콩 신용등급 전망 하향은 정부나 기관의 채권 발행에 뚜렷한 악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홍콩 경제는 소매, 관광, 항공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경제 침체 조짐이 뚜렷한 실정이다.

지난 8월 홍콩 방문 관광객 수는 작년 동기대비 40% 급감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후 최악을 기록했으며 홍콩의 소매 매출도 작년 동기 대비 13% 급감했다.

특히 송환법 반대 시위가 자주 벌어지는 코즈웨이베이, 침사추이, 몽콕 등의 소매 매출 급감이 심각한 상황이다. 시위대가 홍콩 정부에 타격을 주기 위해 소비를 자제하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홍콩H지수는 1.48%, 항셍지수는 1.53%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