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계가 중국발(發) LCD 박리다매 전술로 휘청이는 가운데 LG디스플레이가 시험대에 올랐다. 

OLED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으나 아직도 매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LCD 사업 부문이 크게 휘청이며 이렇다 할 반등 포인트가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사령탑 교체 및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을 추스리는 한편 새로운 체질개선에 나서는 카드를 뽑아들었다.

신속함과 효율성, 그리고 강력한 경영 정상화 의지를 보이는 LG디스플레이의 몽골기병 전략 향배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제부터는 LG디스플레이의 시간이다.

▲ LGD의 OLED가 보인다. 출처=LG

무너지는 LGD 신화
현재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은 중국의 박리다매 전술에 휘말렸다. 핵심인 LCD 시장에서 중국은 이미 패권을 차지한 상태다. 중국 당국의 비현실적인 지원을 받은 현지 제조사들은 무작정 공급량을 늘리는 중공군 인해전술을 통해 순식간에 시장 최강자로 거듭나고 있다.

LCD의 패권은 어떻게 흘러왔을까. 1968년 미국의 RCA의 손에서 LCD가 탄생한 후 처음에는 일본 기업들이 주인공이었다. 샤프와 도시바, 히타치와 미쓰시다를 필두로 하는 일본 기업들은 1990년대 후반까지 LCD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며 세상을 호령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LCD 장비 산업을 중장기 거점 사업으로 선정하고 각 기업의 국산화 프로젝트에 전사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제조사들은 일본 기업들이 3기 라인의 550x650mm의 사이즈 생산시설에 집중할 무렵 3.5기 라인인 600x720mm의 생산시설에 박차를 가하며 기술적으로 앞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의 반격이 시작됐다. 중국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중국 제조사들은 2010년대 들어 공격적인 외연 확장에 나서더니 2016년부터 조금씩 한국 제조사들을 앞서기 시작했다. 실제로 중국 BOE는 2016년 4분기 글로벌 LCD 출하량의 22.3%를 차지해 LG디스플레이를 잠시 압도하기도 했다. 이후 엎치락 뒤치락하던 점유율은 기어이 2017년 하반기에 완전히 뒤집혔다. 시장조사업체 IHS가 집계한 2017년 3분기 LCD 시장 점유율 결과에서 중국 BOE가 21.7%로 1위를 굳혔기 때문이다. 물론 출하면적 기준으로는 다른 해석이 가능하지만, LCD가 주류인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 제조사의 위세가 꺾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제조사들은 사실상 시장을 쓸어담고 있다. BOE는 2018년 허페이 공장 B9에서 10.5세대 LCD 패널 생산에 성공했고 2020년 양산을 목표로 B17라인도 건설하고 있다. 차이나스타도 올해부터 10.5세대 LCD 패널 생산에 들어갔고 2020년에는 9만장 규모의 라인을 더 건설한다.

LG디스플레이는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의 반격이 거센 상황에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당장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TV 판매량이 줄었고, 자연스럽게 공급 과잉이 심해지며 LCD 가격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2분기 영업손실 3687억원을 기록하며 주춤한 이유다.

▲ 중국 광저우 라인이 보인다. 출처=LG

"OLED 체질 개선 나선다"
LG디스플레이는 LCD에서 OLED로의 체질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2분기 실적발표와 동시에 3조원 규모의 OLED 투자를 발표한 이유다. 파주 P10 공장 내부의 10.5세대 OLED에 3조원을 투자해 OLED 대세화를 이끈다는 구상이며 LCD에 집중된 매출 구조를 바꾸는 한편 OLED로의 전환을 서둘러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각오다.

LG디스플레이 10.5세대 생산라인에서는 65인치 이상 초대형 OLED를 중심으로 2022년 상반기에 초기 투자한 월 3만장 규모의 양산을 시작하고, 월 1만5000장의 확장 투자분은 2023년 상반기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지난 8월에는 중국 시장 제조 거점화 전략도 시작했다.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첨단기술산업 개발구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 하이테크 차이나(LG Display High-Tech China)의 8.5세대(2,200mm x 2,500mm) OLED 패널 공장 준공식을 열었으며 LG디스플레이는 하이테크 차이나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각오다. LG디스플레이와 광저우개발구가 70:30의 비율로 투자한 합작사로 자본금은 2조6000억원이다.

여기까지 오는 길은 쉽지 않았다. 중국 공장을 준비하며 한국 정부를 설득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 7월 광저우 OLED 공장 설립을 전격 발표했으나 한국 정부는 기술 유출 등의 이유로 승인을 미뤘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제조 기술은 정부 연구개발(R&D) 비가 투입된 국가 핵심기술이며 기술유출의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국 정부가 2017년 12월 전격 승인 결정을 내렸고 이어 중국 정부도 지난해 7월 동일한 결정을 내리며 큰 고비는 넘길 수 있었다.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계의 뜨거운 시장인 중국에서 OLED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광저우 8.5세대 OLED 패널 공장에서는 고해상도의 55, 65, 77인치 등 대형 OLED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월 6만장(유리원판 투입 기준) 생산을 시작으로, 2021년에는 최대 생산량인 월 9만장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파주 OLED 물량과 더하면 연간 1000만대 이상 제품을 생산도 꿈이 아니다.

▲ 정호영 사장이 LGD의 콘트롤 타워가 된다. 출처=LGD

"몽골기병 전략"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LG디스플레이의 입지가 좁아지는 가운데, LCD에서 OLED로의 전환을 추구하며 기회를 엿보던 것이 최근의 상황이다. 여기서 LG디스플레이는 추가적인 극약처방을 내놨다. LG디스플레이의 새로운 수장으로 정호영 LG화학 사장이 선임됐기 때문이다.

정호영 사장은 LG전자 영국 법인장을 거쳐 주요 계열사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 및 COO(최고운영책임자)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2008년부터 6년 동안 LG디스플레이 CFO로 재직한 경험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실적 악화로 용퇴를 결심한 한상범 부회장을 대신해 경영 정상화 및 강도높은 체질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희망퇴직 및 조직개편에도 집중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17일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경영환경 설명회를 열고, 희망퇴직에 대해서도 안내하고 있다. 희망퇴직 대상은 근속 5년 차 이상의 기능직(생산직)이며, 희망퇴직자에게는 전년과 동일하게 고정급여의 36회치가 퇴직위로금으로 지급된다는 설명이다. 23일부터 약 3주간 희망자에 한해 접수를 받고, 10월 말까지 희망퇴직을 완료할 예정이다.

경영의 속도를 올리고 사업별 책임경영 체제 강화를 위해 임원∙담당조직의 축소 등 조직 슬림화를 골자로 하는 조기 조직개편도 진행해 몽골기병 전략을 완성한다는 각오다. LCD에서 OLED로의 변화에 승부를 걸고 빠른 기동력으로 위기를 넘겠다는 전략이 눈길을 끈다.

통할 수 있을까?
LG디스플레이의 몽골기병 전략이 전개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우선 LG디스플레이의 문제가 자체적인 경쟁력 차원이 아닌, 중국의 공습 등 외부의 환경 변화에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런 상황에서 콘트롤 타워를 변경해도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 사장이 등판해 조직 슬림화와 경량화를 끌어내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이상의 해법은 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OLED로의 체질 전환 자체도 어려운 일이다. 아직은 LCD 매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빠르게 OLED로 체질을 개선해도 당장의 타격을 막을 수 없다. 그 간극에서 LG디스플레이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보여주는지가 관건이다. 나아가 삼성과의 TV 전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디스플레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TV시장 자체에서 OLED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여전히 OLED는 고가라는 지적도 많다.

원 포인트 인사...LG그룹 연말은?
LG디스플레이가 시련의 무대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할, 'LG디스플레이의 시간'이 온 가운데 재계에서는 이번 원 포인트 인사가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연말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실제로 구 회장은 지난해 7월 권영수 부회장을 LG유플러스에서 LG COO로 불러들였고 지난해 11월에는 LG화학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3M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영입했다.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필요하다면 원 포인트 인사를 단행하는 상황에서, LG그룹의 연말 인사도 '실력우선주의'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권영수, 한상범, 차석용, 조성진, 하현회 부회장 모두 유임된 상태에서 한상범 후회장이 용퇴를 결정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지주사 강화 명분을 살리면서 일정정도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