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겨진 차원, 90.9×72.7㎝, 2011

새, 꽃나무, 나비 등 자연 대상과 시계, 집, 교회, 새장 등 일상적 사물이 화면에 공존함으로써 독특한 심상적 풍경을 이루는 것이 장지원의 회화세계이다. 그는 이러한 작업을 오랜 세월에 걸쳐 지속해 오고 있다. 자연과 사물의 행복한 만남, 혹은 자연과 사물의 친화 관계라는 수사로 표현할 수 있는 그의 회화세계는 그래서 보는 사람을 편안한 마음의 상태로 이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프랑스의 화가 보나아르가 일상의 정경을 화면에 옮김으로써 ‘앵티미스트(친밀파)’라는 칭호를 얻었듯이, 장지원 역시 이를테면 일상적 심상주의자 라는 별칭이 보다 잘 어울릴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는 소재를 비근한 일상에서 얻고 있으며, 그러한 소재를 일련의 내면화 과정을 거쳐 독자적인 심상적 이미지로 변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심상(心象)은, 사전적인 뜻으로 풀이하자면 ‘관념으로 재생된 인상’을 일컫는다. 그렇기 때문에 관념적으로 이해된 실제 대상의 이미지는 흔히 왜곡되거나 단순해지기 마련이다.

어린이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가령 새가 외 씨 모양으로 갸름하게 표현된다든지, 집이 사각의 입방체로 나타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예들은 모두 ‘본다(seeing)’고 하는, 인간의 행위에 있어서 지각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 숨겨진 차원, 33.4×24.1㎝, 2011

금세기의 탁월한 형태 심리학자인 루돌프 아른하임(Rudolf Arnheim)에 의하면, 인간은 대상을 바라볼 때 구조적으로 파악하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데, 단순화의 원리는 외계의 복잡한 현상이나 패턴을 단순하게 도식화 하려는 행동양식이다.

장지원(CHANG CHI WON,Korean painter Chang Chi-Won,ARTIST CHANG CHI WON,서양화가 장지원,장지원 작가,장지원 화백,張志瑗)이 화면에 그려내는 이미지들은 심상적 이미지들이다. 그것들은 아른하임이 말한 것처럼 단순화의 원리를 따르고 있다. 그의 작품에 나타난 이미지를 가리켜 지적 환타지아(이일)니, ‘심흔(心痕)의 서술’(김복영)이니 하는 평자들의 해석은 그래서 타당하다.

△윤진섭/미술평론가, 호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