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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정의선, 최태원, 구광모의 시대각자의 색 강해진다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무역전쟁, 한일 경제전쟁의 파도가 여전한 상황에서 국내 재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들은 서로 싸우거나 협력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한편 그 이상의 로드맵을 그리며 조직의 미래를 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내외부의 시련이 이어지고 있으나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종료된 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크게 하락한 상태지만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며 현장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 이재용 부회장의 현장경영이 이어지고 있다. 출처=삼성

추석 연휴인 15일 삼성물산이 건설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러운 와병 후 경영 전면에 나서며 글로벌 경영 의지를 여러차례 피력한 바 있고, 그 연장선에서 그의 명절 행보가 주는 대내외적 메시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아닌 삼성물산의 현장을 찾은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 부회장이 명실상부 삼성 전체를 이끄는 콘트롤 타워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한편, 경영 승계 과정을 둘러싼 수사 당국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말도 나온다. 최근 대법원 판결로 이 부회장의 입지가 다소 불안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흔들림없이 인공지능 등 소프트웨어 파워를 흡수하는 한편 삼성 본연의 행보를 힘있게 끌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 14일 현대차 담당 부회장에서 전격 승진한 후 탄탄대로다. 다소 보수적이던 현대차 그룹의 내부 혁신을 끌어내는 한편 직원 호칭까지 변경하는 초강수로 눈길을 끈다. 대졸 신입 공개채용도 상시 공채로 바꾸고 직원 평가도 다면적으로 변경했다. 4대 그룹 중 가장 혁신적이고 신선한 변화를 단 1년 만에 이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현대자동차

단순 자동차 제조가 아닌 모빌리티 전반의 전략적 변화도 눈길을 끈다. 네이버 CTO를 맡았던 송창현 코드42 대표와의 협력, 나아가 최근 모빌리티 전반의 투자가 이를 잘 보여준다. 한전부지를 10조원에 사들이며 일각의 비판을 받던 방식이 아닌, 말 그대로 미래까지 정조준한 새로운 가능성 타진이 정 수석부회장의 손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그 연장선에서 실적도 살아나고 있으며 많은 인재도 현대차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2006년 영입한 세계적 디자이너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지난해 인사로 신임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하는 등 파격의 연속도 이어지고 있다.

재계 맏형 최태원 SK회장은 SK의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한편 말 그대로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도시바 인수전을 직접 지휘한 후 최근 SK실트론과 듀폰의 빅딜에도 최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이 작동했다는 말이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중심이 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순항하는 것도 최 회장이 아니면 어려웠다는 평가다.

   
▲ 최태원 회장이 배터리 시설을 돌아보고 있다. 출처=SK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전면에 걸고 새로운 동력도 창출하고 있다. 단순한 사회공헌이 아닌 기업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가치를 고민하고 있으며, 나아가 직원의 행복이 조직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장면도 연출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취임 초기 정중동의 행보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현장경영을 통해 경영 드라이브를 걸고있다는 분석이다.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을 방문해 제조와 생산 역량을 높이기 위한 장비 기술 개발과 전략 등을 논의한 데 이어 지난달 29일 LG의 대표 소재·부품 R&D(연구개발) 현장인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을 방문해 신기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 구광모 회장이 현장경영에 나서고 있다. 출처=LG

4대 그룹 총수들이 각자의 시대를 맞아 다양한 경영본능을 보여주고 있으나, 그 과정에서 치열한 내부전투도 벌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전쟁을 치르며 서로를 향한 '디스전'에 매몰되어 있으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분쟁은 국제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LG의 경우 삼성전자와의 TV전쟁,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전쟁 모두 관여되며 콘트롤 타워인 구광모 회장의 공격적인 경영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인화'의 LG가 '전투'의 LG가 되고있다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전쟁의 시발점인 LG화학의 직원 퇴사가 동종업계 대비 낮은 임금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구 회장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물론 이번 배터리 전쟁의 책임을 큰 그림을 그리는 구 회장에게 모두 물을 수 없지만, 사태가 너무 커진 상황에서 직원 처우에 대한 전사적인 고민은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태원 회장의 SK도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분쟁을 거듭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처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두 회사가 자사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내세우는 사회적 가치가 불분명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LG화학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조직적으로 LG화학의 직원들을 데려갔다는 주장도 나오기 때문이다. 최 회장의 사회적 가치가 더 의미있는 광의의 개념이 되려면 특유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K는 가습기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논의도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현대자동차를 제외하면 4대그룹은 현재 서로가 서로를 향해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날리는 형국이다. 이재용, 정의선, 최태원, 구광모의 시대가 훗날 의미있는 재계의 진화로 역사에 기록되려면 각자의 승부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9.09.17  10: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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