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SK텔레콤과 지상파의 합작 OTT 웨이브가 18일 서비스 개시를 앞 둔 가운데 지난 16일 서울에서 출범식을 열어 다양한 전략을 공개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 및 글로벌 전략의 청사진이 나왔으며 5G 시대를 맞아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각오도 눈길을 끈다. 2023년 가입자 500만명을 목표로 삼는다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시선을 모으고 있다.

웨이브의 등장은 지상파와 통신사의 첫 합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런 이유로 웨이브 출범을 기점으로 이에 참여한 다양한 이들의 노림수도 눈길을 끈다.

▲ 웨이브가 출범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지상파의 시대여 다시 오라"
대한민국의 방송 역사는 지상파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지만, 지금은 유료방송의 등장으로 그 지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IPTV와 케이블의 공습, 나아가 N-스크린을 중심으로 하는 모바일 미디어 플랫폼의 등장으로 지상파의 영향력은 크게 반감되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수신율은 한 자리수로 떨어져 플랫폼 경쟁력을 거의 상실했으며, 남아있는 콘텐츠 경쟁력도 큰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지상파가 SK텔레콤과 협력해 웨이브를 출범시키며 "지상파의 시대여 다시오라"고 외치는 이유다.

양승동 KBS 사장은 “지난 1월 지상파 방송사와 SK텔레콤이 업무협약을 맺었고 8개월만에 웨이브 출범에 나서게 됐다”면서 “지상파가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웨이브의 출범으로 지상파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승호 MBC 사장은 “지상파와 SK텔레콤이 OTT를 위해 손을 잡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다”면서 “해외 OTT 업체들이 들어오는 한편 시장의 개방이 시작된 상황에서, 지상파 홀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이에 자본력과 마케팅 능력을 가진 SK텔레콤과 협력해 미래를 향한 모험을 해보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이어 "미디어 빅뱅이라는 물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많이 도와달라"고 부연했다. 특히 지상파 규제를 논하며 다양한 가능성이 타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훈 SBS 사장은 "웨이브는 남이 만든 파도에 타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한류를 다시 만드는 파도 제조기라고 생각한다"면서 "웨이브를 통해 새로운 지상파 시대를 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함께 현장에 참석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두고 "지난 청문회 당시 국회방송을 통해 한 위원장의 발언을 모두 들었다"면서 "저 분이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이효성 전 위원장은 나약하지 않았나"라며 정부 부처가 지상파의 새로운 도전은 물론 규제 완화 등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반 정도 농담을 섞은 멘트지만 이면에는 지상파의 위기를 직면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웨이브와 협력했음을 강조하는 한편, 지상파 자체가 직면한 규제 등의 이슈를 풀어달라는 당부다.

결론적으로 지상파 방송사들은 경쟁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웨이브의 출범에 큰 기대를 걸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지상파의 시대를 끌어낼 수 있는 마중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웨이브 자체가 아직은 강력한 지상파 콘텐츠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지상파에 대한 과도한 규제, 즉 중간광고 등을 풀어주어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는 당부도 함께 나왔다. 지상파는 지금까지 통신사가 운영하는 IPTV와 달리 자사가 많은 규제를 받고 있다고 불평이 많았는데, 현재 IPTV를 운영하는 통신사와 협력하며 지상파의 규제도 풀어야 한다는 말을 하는 셈이다.

▲ 이태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방통융합"
현장에 참석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웨이브 출범에 '방통융합'이라는 의미부여를 했다.

최 장관은 "글로벌 방송 미디어 환경은 빠르고 커다란 변화의 물결에 직면했다”면서 “인터넷 및 모바일 시대를 맞아 미디어 빅뱅이 복합적으로 진행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 위원장은 “5G 시대를 맞아 자본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키워 OTT 시대의 한류 도약에 나서야 한다”면서 “웨이브는 첫 방통융합의 성과"라고 추켜세웠다.

현재 국내 미디어 업계는 소위 '시어머니가 두 명'인 상황이다. 과기부와 방통위가 모두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초 방송위원회 시절에는 '한 명의 시어머니'만 존재했으나 박근혜 정부 당시 과기부의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가 등장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미래부-과기부는 미디어 산업의 진흥에 집중하고 방통위는 미디어 공공성 및 규제에 집중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방통융합 기조가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미디어가 통신과 결합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상황에서 부처 일원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와 통신사인 SK텔레콤이 연합하는 장면은 두 부처 입장에서 요원해 보이던 방통융합의 첫 성과라는 상징성이 있다. 당연히 두 부처의 치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 웨이브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OTT 과도한 규제 조정해야"
웨이브를 출범시키는 콘텐츠웨이브도 노림수가 있다. 바로 과도한 규제 해결이다. 다만 규제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의 형평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희주 콘텐츠웨이브 플랫폼사업본부장은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전부개정법률안의 OTT 규제에 주목했다. OTT를 방송법에 포함시키는 통합 방송법의 일환이며 그 자체에 대한 규제는 차치해도, 규제의 형평성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본부장은 "유튜브, 넷플리스도 포함된다고 하는데 중요한 것은 규제의 실효성"이라면서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대한 규제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국내 토종 OTT가 고스란히 규제 무게를 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광고는 유튜브에, 월정액은 넷플릭스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전체 미디어에 대한 규제 수준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이 걱정하는 것은 OTT가 방송법에 포함되어 강력한 규제를 받는 것은 물론, 과연 글로벌 OTT에 규제가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다. 지금까지 글로벌 ICT 기업들은 국내법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으나 국내 사업자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목에서 웨이브는 묘한 입장을 보였다. 웨이브가 토종 OTT기 때문에 국수주의의 관점에서 "웨이브가 이겨야 한다"를 내세우는 것에는 부담스러운 반응을 보였으나, 규제에 있어서는 "그래도 다홍치마"(이태현 대표)라는 표현도 나왔기 때문이다. 웨이브의 경쟁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글로벌 사업자와 떳떳하게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국수주의 감성에는 스스로 선을 그었으나, 규제 문제를 논하며 자사가 글로벌 사업자와 달리 과도한 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는 "미디어는 산업이기 전 문화"(이희주 본부장)라고 말하는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끈다. 이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대한민국 데이터 주권과 동일한 연장선에 있다.

망 이용료는?
웨이브 출범과 함께 각 이해 당사자들의 노림수가 공개된 가운데, 망 이용료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네이버 등 국내 CP들은 페이스북 등 글로벌 CP와 협력해 통신사의 망 이용료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 우회접속 논란 후 이 문제는 더욱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는 중이다.

이는 통신사들의 자체 CP 운용에만 탄력을 받고, 그 외 CP는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망 중립성이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 판판히 깨지는 가운데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고 이런 상황에서 통신사들은 제로레이팅 및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해 자사의 CP에 망을 몰아줄 수 있는 로드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웨이브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SK텔레콤 프로모션에는 웨이브 가입자를 대상으로 제로레이팅을 단행하는 중이다. 만약 웨이브가 SK텔레콤이라는 막강한 후원자를 바탕으로 제로레이팅을 감행하며 공격적인 로드맵을 펼칠 경우 경쟁자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울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벌어지는 망 이용료 논란의 핵심이다.

다만 웨이브는 이 문제에서 경쟁사의 지적에 자유롭다는 입장이다. 조휘열 콘텐츠웨이브 기술총괄 본부장은 "초기 LG CDN을 썼으나 지금은 아마존과 동시에 계약을 맺었다"면서 "SK텔레콤 지분이 들어와서 SK텔레콤 망을 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