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겨진 차원, 53.0×45.5㎝ Mixed media on canvas, 2008

한정된 소재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작가의 역량에 달린 문제이다. 작가들 가운데 폭넓은 소재편력이 있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장지원처럼 한정된 소재의 범주 안에서 다채로운 화면을 일구는 작가가 있다.

전자의 경우 소재적 다양성이라는 좋은 장점이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세상을 표피적으로만 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후자의 경우 한정된 소재는 상당히 조심스런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미적 가치는 소재의 문제가 아님이 분명하다. 한정된 소재를 통해 자유의 구가에 장애가 없다면 그것은 도전해 볼만한 일이다.

▲ 숨겨진 차원(次元), 33.4×24.2㎝, 2006

작가의 화면이 일견 부드러운 듯하지만 사실 거친 텍스츄어로 덮여 있다. 작가에게 꽃은 이제 소재의 차원도 넘어 있으며, 구상성과 추상성을 넘나드는 하나의 은유이자 상징인 것이다.

작가의 화면은 마치 우리 전통 수묵이나 화조화를 보는 것 같은 여백과 여운의 묘미가 함께 한다. 작가의 여백은 ‘여백이 아닌 여백’이다. 여백이라 하기에는 감추어진 혹은 절제된 내용들이 너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

▲ 장지원 작가. 2006년 선화랑 개인전 도록 인물 컷 스캔

따라서 작가(CHANG CHI WON,Korean painter Chang Chi-Won,ARTIST CHANG CHI WON,CHANG JI WON,서양화가 장지원,장지원 작가,장지원 화백,張志瑗)의 여백은 ‘있음’을 은밀하게 시사하면서도, 여백 고유의 심미적 동기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글=이재언(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