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이코노믹리뷰 DB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대형 유통채널들 중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곳은 단연 대형마트다. 온라인 유통업체들과의 경쟁에 치이고, 편의점의 성장에 도전받으면서 고객들의 방문이 줄어들고 있다. 그런 대형마트들에게 통상 일 년에 딱 두 번 분위기를 바꾸는 기회가 있으니 수많은 인파들이 장을 보러 나오는 설과 추석 명절이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추석 대목으로 위로를 받으려던 마트들의 발목을 ‘날짜’가 잡았기 때문이다.   

명절 효과? 
    
‘명절 기간에 마트에는 손님들이 많다’는 이야기에 대해 특별히 의문을 갖는 이들은 드물다. 상식선의 문제이기도 하고 실제로 이 기간 마트에 가 보면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리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으니까. 그러면 마트들은 명절 시즌에 ‘진짜’ 평소보다 많은 수익을 올리는 명절 특수를 누리고 있을까. 산업통상자원부와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10년(2010년~2019년) 설과 추석 명절 연휴를 전후한 기간 국내 주요 대형마트들의 성장률을 조사했다. 

조사에 따르면 설 명절 전후 기간 주요 마트들의 전년 대비 평균 성장률은 전월은 –4.2%, 설이 있는 당월은 +8.7%, 그 다음 월은 –6.1%을 기록했다. 같은 방법으로 조사된 추석 명절 내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추석의 평균 성장률은 전월 -1.3%, 당월 +2.0%, 다음 월 –2.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이 중순 이전에 있는 경우(2011년, 2016년, 2019년)는 전월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각 월별 성장률은 전월 +13.0%, 당월 -10.5%, 다음 월 –1.1%을 기록했다. 같은 조건으로 추석(2014년, 2017년)은 각각 -1.3%, -2.9%. -2.5%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투자 박희진 연구원은 “명절 기간의 매출이 평소와 차이가 있는 것은 주요 판매 품목군 비중 때문”이라면서 “2018년 기준 국내 대형마트들의 식품 판매비중은 약 59.7%로 특히 명절 기간 수요가 집중되는 식품 혹은 식품 선물세트의 매출 증가가 명절 기간 마트 전체의 매출 증가를 이끈다”라고 말했다. 
 
날짜가 발목을 잡다 

올해 2분기 이마트는 매출 4조5810억원, 영업손실 299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대형마트(할인점) 부문에서 발생한 영업손실은 43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는 영업손실 340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영업손실 270억원을 뛰어 넘었다. 상장사가 아닌 홈플러스의 2분기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나머지 두 업체와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트들은 명절 특수를 충분히 누려서 그간의 아쉬움을 만회해야 했으나, 애석하게도 올해 9월 1일이 일요일이었던 것은 마트들에게 또 한 번의 안타까움을 선사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국내 대형마트들은 한 달에 두 번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 그래서 통상 마트들은 각 달의 둘째, 넷째 수요일 혹은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정하고 이를 지킨다. 문제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명절을 대비하는 연휴 직전 일요일(8일)과 연휴 직전 마지막 평일인 수요일(11일)이 마트들의 의무휴업일과 겹치게 된 것이다.     

물론, 연내 최고의 대목 기간임을 고려해 마트들은 지자체와 협의해 휴점일을 추석 당일인 13일 금요일로 옮기는 유연함으로 대응하기도 했으나 모두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마트는전국 159개 점포 중 총 54개 점포가 13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켜 휴점했다. 그러나 서울, 부산, 인천, 대구, 광주, 대전 등 주요 지역의 점포는 통상의 일정대로 의무휴업일을 지켰다. 롯데마트는 124개 점포 중 총 38개 점포의 휴업일을 추석 당일 13일로 지정했고 홈플러스는 140개 점포 중 30개 점포의 의무휴업일을 추석 당일인 13일로 변경했다.  

연휴 전 주말이나 평일이 의무휴업일과 겹치는 일정이 아니었다면, 모든 매장이 정상적으로 영업해 명절 기간 매출은 극대화될 수 있었기에 마트 업계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9월 1일이 일요일이 아닌 월요일로 시작했다면, 추석이 하루 밀려 연휴가 13일(금요일)에서 16일(월요일, 대체휴일)이 되면서 둘째 주 일요일은 연휴 중인 14일(토요일)이 되고 11일 수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켜도 연휴 직전 평일이 12일(목요일)이 되면서 전국 모든 매장의 온전한 명절 대비 하루 영업일이 생길 수 있었는데...”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각 마트는 명절 한 달 전 혹은 2주 전부터 추석 선물세트의 예약을 받았기 때문에 명절 특수 매출은 평년과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매장의 본 판매 매출이 최대화가 되지 않는 조건의 점포 영업은 각 마트에게 분명 플러스 요소는 아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최근 대형마트들의 사정이 좋지 않았는데, 연중 최대 대목인 명절의 날짜마저 도와주지 않는 것 같다”면서 “의무휴업일에 대한 유연성이 조금 더 확보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