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생산시설 피폭으로 원유 공급 우려가 커지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항공주와 단기 수혜가 예상되는 정유·조선주의 주가가 엇갈리고 있다. 관련 업계는 장기 악재는 아니라고 분석하는 한편 단기적인 주가 상승 효과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모양새다. 

14일(현지시간) 사우디의 원유 생산시설 두 곳이 예멘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을 받은 사실이 로이터 통신을 통해 보도됐다. 공격을 받은 곳은 하루 700만 배럴을 생산하는 아브카이크와 하루 150만 배럴을 생산하는 쿠라이스다.

업계는 글로벌 원유 생산량의 약 5% 수준인 500만 배럴의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사우디의 하루 원유 생산량 절반 규모에 달한다. 이번 생산중단의 상당 부분이 직접적 공격 때문이 아닌, 예방차원의 중단이라고 알려졌으나 사우디측이 자세한 피해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어 공급 우려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 피격당한 사우디 원유 시설의 위치. 출처=BBC, KB증권

KB증권은 16일 "단기 유가 급등으로 정유주의 단기 재고평가이익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국제 유가 향방에 대해서 이은택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이 주 초 사우디 당국이 원유시설 가동 재개시점을 발표하면 유가방향은 명확해 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생산 차질의 장기화 여부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 상승이 장기화되면 물가압력을 높일 수 있어 글로벌 경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유가 변동에 민감한 구조임을 감안하면 사우디아라비아발 리스크 추이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태의 배후로 이란이 지목되면서 중동 지역을 둘러싼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공개적으로 이란을 비난하고 나섰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15일(현지시간) "이란 정권은 세계 에너지 공급에 필수적인 민간 지역과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에 책임이 있다"며 "우리는 그것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번 사태가 사우디와 이란, 미국의 분쟁으로 격화된다면 글로벌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국제 유가 급등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항공업계의 주가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16일 오후 3시 기준 대한항공은 장초반 급락한 후 조금씩 올라오는 모습을 보이며 주가는 전일 대비 1.26% 오른 2만 4200원을 기록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전일대비 1.09% 하락한 547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제주항공은 전일대비 0.61% 빠진 2만 4450원에, 진에어는 전일대비 1.33% 내린 1만 4800원을 기록중이다. 티웨이항공은 전일과 비슷한 수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현재는 502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에어부산은 장초반 급락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현재 주가는 6330원이다.

반면 조선주와 정유주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조선주의 경우 국제 유가 상승으로 글로벌 석유사들의 해양플랜트 발주가 늘면 조선사들의 수주도 함께 증가해 실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어 주가가 뛴다. 오후 3시 현재 조선한국조선해양의 경우 전일 대비 2.05% 오른 12만 4500원을 기록중이며 삼성중공업은 전일대비 3.44% 오른 8420원에 대우조선해양은 전일대비 1.16%오른 3만 650원을 기록하며 모두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정유주도 강세다. 대표적인 정유주인 S-Oil, GS, SK이노베이션은 일제히 상승선을 그리고 있다. S-Oil의 경우 전일대비 1.81% 오른 10만 150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GS도 전일대비 2.54% 오른 5만 400원을 기록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전일대비 3.26% 상승한 17만 4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건설주도 향후 해외 플랜트 건설 등이 예상되며 오후 3시 현재 전일 대비 4.54% 상승했다. 종목별로는 남광토건이 전일대비 14.63% 오른 1만 4100원을 기록 중인 가운데 대우건설이 전일대비 11.76% 상승한 4895원에, 두산건설은 전일대비 2.70% 오른 1330원에, 현대건설은 전일대비 7.20% 오른 4만 7950원에 거래되고 있다. GS건설은 전일대비 3.55% 오른 3만 5000원을 기록 중이다.

▲ 원유재고 추이. 출처=REFINITIV, KB증권

5년 평균과 비교했을때 원유재고가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는 것도 관련주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KB증권은 9월 비중확대 업종으로 ‘정유’, 하반기 중장기 전략업종으로 ‘기계조선’을 추천한 바 있다. 이은택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유가 상승을 통해 해당 종목에 단기 모멘텀을 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번 주 FOMC까지 생각했을 때, 급등 이후 조정이 어떤 형태가 될지, 지지는 어느 선에서 받게 될지 살펴보는 것이 다음 반등 강도 측정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