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와 관련된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미국에서 발생해 인보사 미국 임상이 재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보사 제품 모습. 출처=코오롱생명과학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글로벌 최고가 의약품인 척추 근육 위축증(SMA) 치료용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가 데이터 조작 파문에도 시판이 지속되는 가운데 품목허가 당시 서류에 기재된 세포와 다른 세포가 활용된 것으로 밝혀져 품목허가가 취소된 골관절염 치료용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가 주목된다.

안전성‧효능 입증된 약은 무죄?

1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품청(FDA)는 노바티스의 자회사인 아벡시스가 졸겐스마의 신약승인 과정에서 조작된 데이터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면밀한 조사를 지속하면서도 민사 혹은 형사처벌 등 기업에 대해 조치를 내린다고 밝혔다. FDA는 다만 졸겐스마가 계속 시판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FDA에 따르면 노바티스는 당국이 졸겐스마에 품목허가를 결정하기 2달 전인 올해 3월 14일께 데이터 조작 문제를 알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FDA가 데이터 조작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신약승인 절차를 멈췄을 것으로 풀이된다.

▲ 척수성 근육위축증(SMA) 치료용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 제품 모습. 출처=노바티스

FDA는 졸겐스마 데이터 조작은 인간 데이터가 아닌 동물 데이터에 문제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피터 마크 FDA 감독관은 “FDA의 관심사는 임상 시험 절차 중 제품 테스트 데이터의 일부인 마우스 대상 효능 데이터로 제한돼 있다”면서 “해당 데이터는 인간 대상 임상에서 얻은 졸겐스마의 긍정적인 평가를 변경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한다. FDA는 졸겐스마의 안전성, 품질 및 효능을 여전히 확신한다”고 말했다.

기업에 대해서는 각종 민‧형사 처벌 등에 대해 조치가 내려지지만 졸겐스마가 지속해서 환자들에게 처방될 수 있는 이유로는 이전에 치료할 수 없었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잠재력과 혁신성, 안전성, 효능이 꼽힌다.

졸겐스마는 판매가가 212만 500달러(25억 3800만원)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의약품이지만 단 1회 투약을 통해 SMA을 치료할 수 있다. 개발사인 노바티스에 따르면 졸겐스마는 미국에서 해마다 450~500명 태어나는 SMA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보사, 한국서 품목허가 취소 왜?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이 한국 등 아시아권에 유통 중인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는 앞서 허가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한 주성분 데이터가 실제와 다른 것으로 확인돼 한국에서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인보사의 주성분은 1액(동종유래 연골세포)과 2액(TGF-β1 유전자삽입 동종유래 연골세포)으로 구성된다. 문제가 된 성분은 2액으로 앞서 허가를 받을 때 제출한 자료에서는 인간유래 연골세포라고 보고됐다. 식약처가 최초세포(Master Cell Bank)와 제조용 세포(Working Cell Bank) 등에 대해 유전학적 계통검사(STR)을 실시한 결과 태아신장유래 세포주(293유래세포)로 확인됐다.

▲ 2004년 당시 TC 분석 방법과 2019년 STR 활용 TC 분석 방법. 출처=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생명과학은 앞서 인보사의 주성분 중 하나가 허가 당시 보고된 물질인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293세포로 확인된 이유로 2004년과 현재의 과학 기술 수준 차이라고 해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인보사 초기 개발부터 전임상과 임상 1‧2‧3상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동일한 성분을 사용했는데 당시 기술로는 문제가 된 성분이 연골유래세포로 판단됐다가 최신 기술로 분석한 결과 293유래세포로 확인된 것이다.

유수현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사업담당 상무는 “처음 단계부터 형질전환세포(TC) 구성 성분이 바뀐 점은 하나도 없다”면서 “동일한 세포로 전임상부터 임상을 통과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 받았다”고 설명했다.

인보사, 미국서 살아날 수 있을까

미국에서 인보사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5월 FDA로부터 미국에서 진행 중인 인보사 임상 3상 중단 통보를 받았다. 코오롱티슈진은 이후 임상 중단 해제를 위한 FDA 요구사항에 응답하는 세포 특성에 대한 확인시험 결과와 최종제품에 대한 시험 및 품질 관리 시스템 향상 등 시정조치 계획, 제품의 안전성을 평가한 자료를 제출하는 등 임상 진행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졸겐스마 사례의 데이터 조작과 인보사 사례의 주성분 유래 세포 인지 미흡은 FDA와 식약처 등 감독 당국에 제출한 서류에 오류가 있다는 부문에서 유사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다른 사안으로 평가된다. 업계 전문가는 “두 사례에서 가장 큰 차이는 졸겐스마는 의약품 품질과 관련되지 않은 이슈지만 인보사는 제조생산 과정에서의 문제로 볼 수 있다”면서 “품질 관련 문제냐 아니냐가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의약품은 제조생산 시 품질이 일정하게 만들어지지 않으면 환자들에게 위험할 수 있으므로 FDA를 비롯한 유럽의약품청(EMA), 식약처 등은 품질의 일관성을 엄격하게 검토한다. CMC의 일관성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풀이된다. CMC는 의약품 개발과정에서 임상용 샘플과 시판용 의약품의 품질을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업계 전문가는 “의약품 제조생산 시 순도가 50%라던가 99%라는 것보다 주목할 점은 일관되게 주요 성분이 50% 나오고 불순물이 50%인지 혹은 각각 99%, 1%인지다”라면서 “순도 50% 의약품도 제조생산 시 나머지 구성 물질이 지속해서 똑같이 만들어지고, 효능이 있으면서 독성이 없다면 개발이 가능하지만 성분이 들쑥날쑥하게 나타난다면 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개발 초기 활용한 세포와 완제 의약품 생산 시 활용한 세포가 동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코오롱 사례는 제출 서류에 기재된 세포명이 바뀐 건 이미 어쩔 수 없는 것. 임상 초기부터 시판 의약품까지 일관되게 같은 유래세포를 썼다는데, 이는 임상부터 시판까지 똑같은 품질을 나타내는 제품을 생산했다는 말이다”면서 “FDA가 얼마나 인정을 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코오롱생명과학과 식약처는 인보사의 안전성과 관련해 우려할 점은 없다고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식약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인보사는 최초 임상시험 이후 현재까지 11년 동안 안전성이 우려되는 부작용 보고사례가 없었다”면서 “품목허가 시 제출된 독성시험 결과에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재까지 안전성 측면에서 큰 우려는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