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이웃들과 대화가 단절된 채 홀로 생활하는 노인들은 우울감이 발생하거나 장애의 위험이 높아져 노년기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인공지능(AI)를 통해 손쉽게 진단하는 알고리즘이 개발됐다.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이 다수인 염증성 장질환 치료의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된다.

15일 의료업계에 따르면 이은주‧장일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와 박형철 소화기내과 전임의는 평창군 보건의료원과 함께 평창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408명의 건강상태를 관찰한 결과 사회생활이 단절되고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줄어든 ‘사회적 노쇠’ 노인은 사회생활을 잘 유지하는 노인에 비해 우울감 발생 위험이 4배 높았다고 밝혔다.

옷 갈아입기, 세수나 양치질하기, 식사 챙겨먹기 등의 일상생활도 혼자하기 어려운 장애 발생 위험도 2.5배 높아지는 등 사회적 노쇠가 전반적인 노인증후군 발생 위험을 높여 노년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쇠란 일반적인 노화 과정보다 급격히 신체기능이 허약해져 장애나 입원의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를 말한다. 노화는 피할 수 없어도 노쇠는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노쇠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노쇠는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인 요인으로 문제가 복합돼 있지만 신체적인 노쇠에 대한 연구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사회적 노쇠 또한 향후 신체장애의 발생, 근력저하, 인지기능 저하와 사망에도 영향을 준다고 알려지면서 최근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노인들이 사회적 노쇠를 예방하기 위해 서울아산병원이 준비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출처=서울아산병원

평창군의 65세 이상 노인들은 우리나라 노인들의 건강 상태를 대표할 수 있는 표본집단으로 이은주 교수팀은 2018년 한 해 동안 408명(남자 172명, 여자 236명, 평균나이 74.9세)을 대상으로 사회적 노쇠의 유병률과 신체적 노쇠, 노인증후군 및 장애와의 연관성을 연구했다.

사회적 노쇠 진단 방법을 통해 408명 중 노쇠는 84명(20.5%), 노쇠 전 단계는 121명(29.7%), 정상은 203명(49.8%)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노쇠로 나타난 84명의 노인 중에는 여성이 59명(70.2%), 남성이 25명(29.8%)으로 여성이 2배 이상 많았다. 남성보다 바깥활동이 적고 혼자 사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여성에서 사회적 노쇠가 더 많은 주요한 원인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노쇠인 노인들의 우울감 발생 위험이 4배로 나타났고 장애 발생은 2.5배로 나타났다. 인지기능장애와 근감소증, 영양부족, 낙상 위험도도 의미있게 높아져 사회적 노쇠가 노인증후군과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 평창군 노인 408명 중 신체적 노쇠 유병률은 67명(16.4%)으로 사회적 노쇠(20.5%)보다 적게 나타났다. 신체적 노쇠와 사회적 노쇠가 동시에 있는 사람은 37명(9.1%) 이었지만, 신체적 노쇠 없이 사회적 노쇠만 있는 사람도 47명(11.5%)이나 차지했다.

연구책임자인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에서 신체적 노쇠보다 사회적 노쇠를 가진 노인이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면서 “사회적 노쇠와 노인증후군과의 밀접한 연관성이 확인됐으므로 이들은 모두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건강악화 고위험군’이다”고 밝혔다. 

장일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신체적으로 노쇠하지 않더라도 사회적 노쇠가 있다면 노인증후군의 발생 위험이 높다는 것을 인지해 신체적인 건강관리뿐만 아니라 이웃들과 자주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 구결과는 공중보건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국제 환경연구·공중보건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최신호에 게재됐다.

■ 서울대병원, AI로 ADHD 단번에 진단

김붕년 서울대병원 교수와 정범석 카이스트 교수, 유재현 가톨릭대 교수는 기계학습 방법을 이용해 뇌 영상만으로 ADHD와 정상발달 아동을 구분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집중력 저하, 산만함, 충동성이 특징인 ADHD는 진단이 까다로웠다. ADHD는 발병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명확한 생물학적 근거가 없으며 객관적인 측정방법도 확립되지 않았었다.

의료진은 주로 관찰과 부모 보고에 의존해 ADHD를 진단했다. 문제는 부모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가령 자녀가 ADHD인지 유달리 걱정하는 부모의 진술은 과장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치료가 필요한 아이가 부모의 잘못된 믿음, 진료거부로 방치되기도 한다.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가려내기 위해서는 검사자의 높은 숙련도도 요구됐다. 의료진은 비교적 편파적일 수 있는 부모의 진술과 개인의 다채로운 행동 속에서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야했다.

▲ ADHD를 진단하기 위해 검사하는 뇌 영역. 출처=서울대병원

연구팀이 개발한 프로그램은 47명의 ADHD, 47명의 정상군의 fMRI, DTI 등 다양한 뇌 영상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개발된 모델은 축적된 데이터와 기계학습을 통해 해당 뇌가 ADHD 환자의 뇌인지 정상인의 뇌인지 가려낸다. 이 모델은 85% 이상의 진단을 알맞게 분류할 정도로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새로운 환자군 데이터에서도 유사한 수행 능력을 보였다.

프로그램이 주목한 것은 뇌의 몇몇 중요 부위에 발생한 손상이었다. ADHD 환자의 뇌는 중요 자극을 선별하는 네트워크과 반응 억제를 담당하는 전전두엽에 구조적인 결함이 뚜렷이 존재했다. ADHD에서 흔히 관찰되는 부주의, 과잉행동‧충동성 증상 또한 위의 구조적 뇌 네트워크 결함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뇌영상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아이와 ADHD 환아를 구별할 수 있게 됐다”면서 “다양한 뇌 구조 및 기능영상은 AI 기반 플랫폼을 통해 향후 ADHD행동의 원인을 완벽히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기에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뇌 영상과 행동(Brain Imaging & Behavior)’ 최근호에 게재됐다.

■ 세브란스병원,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부작용 감소 방안 발표

천재희‧김원호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염증성 장질환 증상으로 퓨린계 면역조절제를 투여받는 환자들의 불편함과 불안감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는 연구방안을 발표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면역조절제 사용 여부와 용량을 결정해 치료하는 방법이 부작용을 줄인다는 내용이다.

증상이 발현됐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하는 염증성 장질환은 꾸준한 면역조절제 투여가 핵심 치료법이다. 면역조절제는 골수 억제로 백혈구와 중성구 등 혈액 내 세포 감소라는 부작용을 간혹 가져올 수 있다. 환자는 잦은 혈액검사 시행에 따른 불편함과 불안감을 나타낼 수 있다.

연구팀은 2016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염증성 장질환으로 서울 시내 5개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을 유전자 변이 측정군(72명)과 비측정군(92명)으로 분류하고 면역조절제 사용 이후 골수억제 등 부작용 발생 빈도를 추적 관찰했다.

연구결과 면역조절제 투여 이전에 환자의 유전자형을 분석해 치료계획을 세웠던 그룹에선 12명(16.7%)의 환자만 골수 억제 부작용을 보였다. 유전자형 분석 작업이 없었던 그룹에서는 33명(35.9%)의 환자에게 골수 억제 부작용 증세가 나타났다. 두 비교 그룹은 유의미한 수치 차이(P=0,005)를 보여 유전자형 분석을 통한 면역조절제 투여가 골수 억제 부작용을 예방함에 효과적임을 나타냈다.

유전자형 분석을 통한 면역조절제 투여는 외래를 방문하는 횟수와 부작용 때문에 약물을 중단하거나 투여 용량을 감소시키는 비율을 낮추는 효과도 있음이 밝혀졌다.

연구관찰 기간 사이에 유전자형 분석그룹은 7.8±3.2회, 유전자형 분석이 없는 그룹은 9.0±3.9회 외래를 방문했다.(p= 0.052) 유전자형 분석그룹이 자주 병원 외래를 찾아와야 하는 불편함을 덜 겪었음을 알 수 있다.

연구관찰 기간 사이에 유전자형 분석그룹은 72명 중 11명(15.3%)이 골수 억제 등 부작용에 따라 약물투여가 중단되거나 투여 약물 용량이 감소됐다. 유전자형 분석이 없는 그룹은 92명 중 31명(33.7%)을 나타냄으로써 유전자형 분석그룹에서의 약물치료 성적이 상대적으로 양호함을 나타냈다.

연구를 주도한 천재희 교수는 “퓨린계 면역조절제는 염증성 장질환 치료에 효과가 탁월하고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제이지만 골수 억제 같은 부작용에 따라 환자들이 겪는 심리적 불안감이 높고 병원을 자주 찾는 불편함도 발생했다”면서 “면역조절제를 사용하기 전에 개별 환자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용 여부와 용량을 계획해 적용하는 것이 백혈구 감소 등 골수 억제 증상을 줄여 치료 효과를 높이고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음을 밝힐 수 있었다. 유전자 연구 결과를 임상에 활용해 효과를 입증함은 전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효과 예측 가능한 개인 맞춤형 치료 방법을 제시해 미래 정밀의학을 선도하고 약제의 스마트한 개별화 사용전략에 활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결과는 소화기질환 분야 유명 국제학술지인 ‘임상 위장병학 및 간장학회지(Clinical Gastroenterology and Hepatology)’8)에 ‘유전자 검사를 바탕으로 한 맞춤형 퓨린계 면역조절제 사용이 골수 억제 발생률을 감소시킴(Genotype-based Treatment With Thiopurine Reduces Incidence of Myelosuppression in Patients With Inflammatory Bowel Diseases)’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